‘무릎 팍 도사’ MBC 수 밤 11시 5분
‘종범신’이 ‘무릎 팍 도사’에 나온다. 그것도 12년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더할 나위 없이 감동적인 부활 스토리를 들고서. 이미 이것만으로도 어제 ‘무릎 팍 도사’는 ‘닥본사’의 필요충분조건을 충족했다고 할 수 있다.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최고의 천재 선수로서 한국 무대를 평정했지만 일본에서의 부상 때문에 슬럼프를 겪고 은퇴 압박을 받다가 다시금 부활하는 과정까지, 인터뷰어의 특별한 능력 없이도 얼마든지 드라마틱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로 이 지점에서 MC 강호동은 인터뷰어의 특별한 능력으로 색다른 반전을 노렸다. 역시 운동선수로서 정점의 위치에 오른 경험을 가지고 이종범의 한국시리즈 4회 우승의 전설을 상쇄시킨 것이다. ‘무릎 팍 도사’의 강호동은 딴죽을 걸 땐 걸더라도 게스트가 자기 자신의 성공담, 다시 말해 자기 자랑을 할 기회는 한 번쯤 충분하게 주는 편이지만 어제의 그는 계속해서 이종범과 팽팽하게 맞섰다. 다행히 이종범은 자신의 잘나가던 시절에 집착하기보다는 생고기를 잘못 먹어 얻은 설사 때문에 타율 4할의 대기록을 날려버렸노라고 하지만 경기 중 바지에 실례를 하지 않은 것만으로 만족한다고 말할 줄 아는 게스트였다. 그는 자신의 기록에서 엄숙주의의 포장을 벗겨냈고, 덕분에 그의 전성기 시절 이야기는 CEO 성공담 같은 느끼함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다. 그렇게 단단해 보이던 전설이 웃음으로 부서져나간 자리에는 추석 보너스로 과자 선물 세트를 받고 롯데 자이언츠 선수들과 어느 과자가 맛있는지 얘기하던 시절의 소소하지만 소중한 부스러기들이 토크의 빈자리를 채워주었다. 그래서 어제의 ‘무릎 팍 도사’가 기대했던 것 이상을 보여주었다고 말하긴 어렵겠지만 기대했던 것과는 다른 무언가를 보여주었다고는 할 수 있을 것이다.
글 위근우

Mnet 수 오후 6시
생계형 아이돌 카라의 는 원더걸스의 와는 다르게 대출금으로 창업자금을 마련하고 가게부지도 직접 알아보고 빵집을 차린다. 그렇다고해서 아이돌의 좌충우돌 성장기나 진지한 사업 도전기를 기대해선 안된다. ‘리얼리티’는 생계형 아이돌 그룹이 손수 빵집을 차리는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카라가 얼마나 상큼 발랄 깜찍한지를 리얼하게 보여주는 데 있다. 대출받으러 들른 은행에서 대부업체 광고 노래를 부르고 잘 모르겠으면 엄마한테 물어보자고 말하는 이 철없는 어린 소녀들의 웃음소리가 핵심이다. “모자라는 돈은 사장님께 빌리자” “안 돼, 사장님 돈이 우리 돈이야” “그럼 501오빠들에게 빌리자”라는 덜 정제된 대화가 오가는 가운데 이 천진난만한 아이들은 빵집을 차리는 과정 속에서 각자의 캐릭터를 확실히 보여준다. 현실적인 승연, 도도한 규리, 철없는 나머지. 특히 한승연, 구하라, 니콜, 박규리 순으로 이어진 스포트라이트가 이제 강지영에게도 향할 것 같다. 아직 부동산중개업소의 개념을 모를 만큼 어리고, 모든 것을 애교로 무마시키고,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세상 모든 것이 웃겨죽겠는 십대 소녀의 귀여움이 흘러넘친다. PC방에서 부동산 정보를 검색하고 가게 자리 알아보러 다니는 다섯 소녀의 모습에서 이제 생계형 아이돌이란 단어가 떠오르기보다 어른 놀이를 하는 제 또래의 아이들이 보인다.

글 김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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