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신은 인생의 마라톤에서 동반자와 나란히 달리고 있습니까?
아니면 업고 달리고 있습니까, 업혀 달리고 있습니까?
힘 좋다고 업고 달리지 마십시오.
편하다고 업혀 달리지 마십시오.
그러면 결국 지쳐 포기하고 맙니다.
힘 들 때 그저 옆에만 있어줘도 큰 힘이 되는 동반자,
그것이 인생 마라톤의 동반자가 아닐까요?
얼마 전 tvN 를 보다가 끝났다 싶어 채널을 돌리려는데 스텝 롤에 바로 이 말이 흘러나왔어요. 새로 시작된 코너 ‘불친절한 가족’의 김장에 얽힌 가족 간의 갈등을 마무리하는 내레이션이었는데, 평소라면 빤하다 싶어 무심히 넘길 말이 화살처럼 가슴에 와 꽂히는 날이 있잖아요? 어느새 광고지 여백에 이 말을 받아 적고 있더라고요. 그리고 계속 머릿속을 맴도는 질문 하나, 나는 이때껏 누굴 업고 달려온 건지, 아니면 누구에게 업혀 달려온 건지, 곰곰이 생각해보게 되더군요.
‘8등신 송혜교’라니 처음엔 오해할 수 밖에요사실 이 생각은 그보다 며칠 전 가은 씨가 tvN 에 출연했을 적부터 쭉 이어져온 거예요.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할 절박한 처지는 아니었지만 편찮으신 아버지와 디스크 파열로 고생하는 오빠, 그리고 그로인해 고생하시는 어머니의 힘을 덜어주고자 열심히 돈을 벌었다는 가은 씨를 보며 새삼 느낀 게 많아서 말이죠. 가족을 힘겹게 업고 달린 게 아니라 단지 다른 어머니들처럼 운동도 다니고 모양도 좀 내며 편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고 싶었을 뿐이라는 가은 씨의 겸손함에 감탄을 아니 할 수 없더라고요. 이 나이 먹도록 부모님을 향한 그런 식의 기특한 배려는 도대체 해본 기억이 없는 저로서는 가슴 뜨끔할 얘기였습니다. 그러니 가은 씨의 “저는 먹여 살릴 식구가 많아요. 제가 번 돈을 저 혼자 쓰고 싶은 생각이 왜 없겠어요. 그래도 가족들 얼굴에 웃음이 가득한 걸 보면 힘든 것도 다 잊혀요”라는 말에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았다면 어디 사람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이런저런 소리를 늘어 놨지만 실은 여러모로 가은 씨에게 사과할 게 많아 이 글을 쓰는 거예요. 가은 씨가 시청자에게 제대로 눈도장을 찍은 건 아마 SBS 에 출연하면서부터 일겁니다. ‘8등신 송혜교’라는 수식어와 함께 등장했는데 그걸 마뜩치 않아 하는 이들이 꽤 많았죠? ‘제 2의 누구’도 모자라 ‘8등신’이란 단어로 감히 우리 혜교를 폄하하다니! 괘씸해! 이런 반응이었던 것 같아요. 더구나 신인이 대번에 주말 예능 고정을 꿰찬 데다 그도 모자라 2PM이니 슈퍼쥬니어니 하는 인기 절정의 아이돌들과 퍼포먼스까지 펼쳐 주목을 받는지라 뭔가 든든한 백이 있나보다 했어요. 그러다 인기 많은 MBC에브리원 에도 전격 투입되니 부쩍 의심이 갈 밖에요. 그런데 이번에 를 보며 비로소 깨달았다는 거 아닙니까. 가은 씨의 백은 다른 무엇도 아닌 바로 가은 씨 자신이더군요. 그처럼 솔직하고, 속 깊고, 겸손하고, 자기 주관 뚜렷한 처자이거늘 어찌 편이 되지 않을 수 있겠어요. 일단 한번 같이 일을 해보면 꼭 다시 일을 함께 하고 싶어질 테고, 또 누군가에게 소개시켜주고 싶어지는 건 당연지사일 테니까요.
가은 씨, 뒤늦은 사과와 응원을 받아주세요
연기자 송혜교를 정말, 정말 좋아하지만 ‘8등신 송혜교’란 별명이 붙은 이후론 너무나 미안하고 민망해서 하다못해 ‘송혜교 참 예쁘더라’라는 소리조차 할 수 없다는 가은 씨. 혜교 씨도 가은 씨와 한번 만나보면 다 이해하리라 믿어요. 한때 수상쩍은 제의를 받은 적이 있으나 스스로에게 부끄러울 것 같아, 평생 떳떳치 못할 것 같아 유혹을 뿌리쳤지만 그럼에도 형편이 너무 어려운 시절이라 돌아오는 길 ‘잘했어!’가 아니라 ‘잘 한 거겠지?’라고 자신에게 자꾸 묻게 되더라는 진솔한 고백, 어른으로서 참 미안했습니다. 열심히 살아보려 애쓰는 젊은 친구에게 그 따위 썩어 문드러진 세상을 내놓은 거 면목 없습니다. 제가 가은 씨의 가족은 아니지만, 가은 씨를 업고 달릴 자신은 없을지라도 돌부리에 채여 넘어지지 않게 곁에서 챙겨 줄 수는 있지 싶네요. 그런 의미에서 가은 씨에겐 이미 수많은 인생 마라톤의 동반자가 생겼다고 봐도 좋겠지요? 완주할 때까지 우리 서로 격려하며 열심히 달려보자고요.
글. 정석희 (칼럼니스트)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아니면 업고 달리고 있습니까, 업혀 달리고 있습니까?
힘 좋다고 업고 달리지 마십시오.
편하다고 업혀 달리지 마십시오.
그러면 결국 지쳐 포기하고 맙니다.
힘 들 때 그저 옆에만 있어줘도 큰 힘이 되는 동반자,
그것이 인생 마라톤의 동반자가 아닐까요?
얼마 전 tvN 를 보다가 끝났다 싶어 채널을 돌리려는데 스텝 롤에 바로 이 말이 흘러나왔어요. 새로 시작된 코너 ‘불친절한 가족’의 김장에 얽힌 가족 간의 갈등을 마무리하는 내레이션이었는데, 평소라면 빤하다 싶어 무심히 넘길 말이 화살처럼 가슴에 와 꽂히는 날이 있잖아요? 어느새 광고지 여백에 이 말을 받아 적고 있더라고요. 그리고 계속 머릿속을 맴도는 질문 하나, 나는 이때껏 누굴 업고 달려온 건지, 아니면 누구에게 업혀 달려온 건지, 곰곰이 생각해보게 되더군요.
‘8등신 송혜교’라니 처음엔 오해할 수 밖에요사실 이 생각은 그보다 며칠 전 가은 씨가 tvN 에 출연했을 적부터 쭉 이어져온 거예요.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할 절박한 처지는 아니었지만 편찮으신 아버지와 디스크 파열로 고생하는 오빠, 그리고 그로인해 고생하시는 어머니의 힘을 덜어주고자 열심히 돈을 벌었다는 가은 씨를 보며 새삼 느낀 게 많아서 말이죠. 가족을 힘겹게 업고 달린 게 아니라 단지 다른 어머니들처럼 운동도 다니고 모양도 좀 내며 편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고 싶었을 뿐이라는 가은 씨의 겸손함에 감탄을 아니 할 수 없더라고요. 이 나이 먹도록 부모님을 향한 그런 식의 기특한 배려는 도대체 해본 기억이 없는 저로서는 가슴 뜨끔할 얘기였습니다. 그러니 가은 씨의 “저는 먹여 살릴 식구가 많아요. 제가 번 돈을 저 혼자 쓰고 싶은 생각이 왜 없겠어요. 그래도 가족들 얼굴에 웃음이 가득한 걸 보면 힘든 것도 다 잊혀요”라는 말에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았다면 어디 사람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이런저런 소리를 늘어 놨지만 실은 여러모로 가은 씨에게 사과할 게 많아 이 글을 쓰는 거예요. 가은 씨가 시청자에게 제대로 눈도장을 찍은 건 아마 SBS 에 출연하면서부터 일겁니다. ‘8등신 송혜교’라는 수식어와 함께 등장했는데 그걸 마뜩치 않아 하는 이들이 꽤 많았죠? ‘제 2의 누구’도 모자라 ‘8등신’이란 단어로 감히 우리 혜교를 폄하하다니! 괘씸해! 이런 반응이었던 것 같아요. 더구나 신인이 대번에 주말 예능 고정을 꿰찬 데다 그도 모자라 2PM이니 슈퍼쥬니어니 하는 인기 절정의 아이돌들과 퍼포먼스까지 펼쳐 주목을 받는지라 뭔가 든든한 백이 있나보다 했어요. 그러다 인기 많은 MBC에브리원 에도 전격 투입되니 부쩍 의심이 갈 밖에요. 그런데 이번에 를 보며 비로소 깨달았다는 거 아닙니까. 가은 씨의 백은 다른 무엇도 아닌 바로 가은 씨 자신이더군요. 그처럼 솔직하고, 속 깊고, 겸손하고, 자기 주관 뚜렷한 처자이거늘 어찌 편이 되지 않을 수 있겠어요. 일단 한번 같이 일을 해보면 꼭 다시 일을 함께 하고 싶어질 테고, 또 누군가에게 소개시켜주고 싶어지는 건 당연지사일 테니까요.
가은 씨, 뒤늦은 사과와 응원을 받아주세요
연기자 송혜교를 정말, 정말 좋아하지만 ‘8등신 송혜교’란 별명이 붙은 이후론 너무나 미안하고 민망해서 하다못해 ‘송혜교 참 예쁘더라’라는 소리조차 할 수 없다는 가은 씨. 혜교 씨도 가은 씨와 한번 만나보면 다 이해하리라 믿어요. 한때 수상쩍은 제의를 받은 적이 있으나 스스로에게 부끄러울 것 같아, 평생 떳떳치 못할 것 같아 유혹을 뿌리쳤지만 그럼에도 형편이 너무 어려운 시절이라 돌아오는 길 ‘잘했어!’가 아니라 ‘잘 한 거겠지?’라고 자신에게 자꾸 묻게 되더라는 진솔한 고백, 어른으로서 참 미안했습니다. 열심히 살아보려 애쓰는 젊은 친구에게 그 따위 썩어 문드러진 세상을 내놓은 거 면목 없습니다. 제가 가은 씨의 가족은 아니지만, 가은 씨를 업고 달릴 자신은 없을지라도 돌부리에 채여 넘어지지 않게 곁에서 챙겨 줄 수는 있지 싶네요. 그런 의미에서 가은 씨에겐 이미 수많은 인생 마라톤의 동반자가 생겼다고 봐도 좋겠지요? 완주할 때까지 우리 서로 격려하며 열심히 달려보자고요.
글. 정석희 (칼럼니스트)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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