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보원’의 요술봉
소원을 들어주는 것은 아니다. 대신 요술봉은 강달프, 아니 박달프도 춤추게 한다. 여자친구더러 “백화점에서 비싼 돈 주고 옷 사줬으면, 우리 인간적으로, 경품 응모는 내 이름으로 좀 합시다. 그것마저 뺏어가는 당신들은 악당이야! 흐흑-” 하며 서러움을 오열로 토해낼 때, ‘남성인권보장위원회’의 동지 황현희가 그를 “뚝! 뚝!”하고 달래며 샤라랑~ 요술봉을 흔들면 박성호는 꽃받침과 얼짱 포즈로 화답한다. 억울하다며 발버둥 치다가도 요술봉만 살짝 흔들어주면 다 잊은 듯 빵끗 미소 지으며 “억울하지 않아~”라고 온순하게 변신하는 박성호, 가끔 분노가 너무 깊어 “치아라. 현희야, 너는 속도 안 상하나!”하고 반항이라도 할 경우 요술봉으로 전두엽을 강타해 잠재우는 수도 있다. 언니의 새 옷 입고 나갔다 삼겹살 기름 떨어뜨렸을 때, 수능 성적 발표 후 부모님이 이성을 잃으셨을 때, 부장님 욕하는 문자를 부장님께 보냈을 때 꼭 필요한 만능 아이템.

황정음의 “됐고!”
민원을 해결해주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비록 서운대에 다니지만 잔머리만큼은 전국 상위 1%에 들어갈 정음은 대화를 초월하는 대화법을 만들어냈다. 상대가 말하는 건 무조건 뭉개고 제 할 말만 하는 마법의 추임새 “됐고!”를 이용한 신개념 커뮤니케이션의 구조는 이렇다. “나 정음이 오빠 황정남인데 너 죽을래? 1) 됐고! 너 앞으로 내 동생 말 잘 안 들으면 죽는다? 2) 됐고! 너 앞으로 우리 정음이한테 누나라고 그러고 말 잘 들어. 알았어? 3) 됐고! 오늘은 이만하고 갈 테니까 줘 터지기 전에 빨리 돌아가!” 질문과 답변이 유기적으로 공존하는 “됐고!”는 권위가 필요한 직업군에 특히 유용하다. 학생의 질문에 대답하기 곤란하면 “됐고! 구구단이나 거꾸로 외워. 알았어?”, 탈세와 변칙 상속 의혹에 휩싸이면 “됐고! 내 돈은 내 돈이니까 줘 터지기 전에 빨리 돌아가!”, 청문회에 출석하는 정치인은 “됐고! 됐고! 됐고!”로도 완벽 방어 가능한 만능 코멘트.

글. 최지은 (fiv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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