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수 밤 11시 5분
이상한 이야기 같지만, ‘라디오스타’에서 김현식을 추억하는 일은 ‘무릎 팍 도사’에 출연한 박진영을 이해하는 실마리이기도 했다. 죽음을 부를 정도로 알코올에 탐닉했으며 때로는 다혈질의 성격을 못 이겨 가요계 최강의 ‘원 펀치’로서의 실력을 발휘하기도 했던 김현식의 기행들은 ‘최고의 가수’였다는 분명한 자취 덕분에 아름다운 에피소드로 승화 된다. 정상에 오른다는 것은 그 광휘로 다른 어두운 부분들을 상당부분 가려줄 수 있을 만큼 가치 있는 일이다. 그래서 등산가들은 꼭대기를 향해 오르고, 아마도 박진영은 어린 소녀들을 이끌고 미개척의 영역에 도전하고 있는 것이리라. 계속해서 과정의 어려움을 설명하고, 현재 자신이 위치한 등고선을 입증하려고 하는 박진영은 끝내 자신이 바라보고 있는 정상의 실체를 스스로도 정확히 그려내지 못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여전히 그의 노력을 자기만족이라고 생각하고, 원더걸스의 성취를 의심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그것은 정상에 도달하지 않는 이상 결국은 실패로 끝나기 마련인 일을 선택한 사람의 숙명이다. ‘멋지게 망하자’는 박진영의 말은 언젠가는 정말 멋진 모토로 복기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성공하든, 망하든 결과가 나오고 나서야 드러날 수 있는 평가다. 과정 중에 있으면서도 너무 많은 말을 한다는 점, 그것이 지난 방송에서 드러난 박진영의 거의 유일한 문제점이다. 그리고 정면 돌파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정말 잘못을 했다고 다시 한 번 거론된 그 아이도 가능하다면 훗날 정상에 올라 오늘의 반성을해프닝으로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한 번 쯤은 제공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글 윤희성

MBC에브리원 수 오후 2시 35분
지식도 상식도 필요 없고, 스토리도 필요 없는 가 방영된 지 1년이 훌쩍 넘었다. 모두가 리얼 버라이어티를 외칠 때, 게임과 벌칙에 초점을 맞춘 이 원초적인 프로그램은 리프레시를 위한 변화의 기로에 섰다. 우선 복불복 패밀리를 새롭게 구성했다. 이경규, ‘맹’정민, 조원석과 함께 자신감도 없으면서 4차원 개그를 틈만 나면 날리는 김종서와 2MC 욕심을 내는 김보성, 이곳에서만큼은 미모를 칭송받는 홍진영이 가세했다. 복불복의 재미를 그대로 가져가면서 좀 더 고상한 벌칙 콘셉트로 ‘마술’을 내놓았다. 그런데 아무래도 전제부터 잘못됐다. 마술은 러시안 룰렛이 아니다. 어차피 속임수, 결과는 뻔하다. 그러니 아무리 살 떨린다고 한들 몬도가네 음식을 먹거나 벌레 속에 손을 넣는 등 예측불허의 상황을 오롯이 자신 스스로 견뎌내야 하는, ‘구토 바운스’가 작렬하던 그 시절의 벌칙과는 차원이 다르다. 벌칙이 시시해지다보니 연쇄적으로 벌칙을 정하는 게임도 더욱 지루해졌다. 바람 불면 색이 변하는 꽃이나 충전기를 찾아가는 로봇청소기 경주에 그리 큰 긴장감이 감돌지 않는다. 우리가 보고 싶은 것은 잘생기든 못생기든 터프가이이든 겁쟁이든 고통을 참지 못해 절규하거나 벌칙을 피해보려 펼치는 부정부패의 아전투구? 방송에 앞서「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제 27조(품위유지) 및 제36조(폭력묘사)를 위반했음을 공지한 파란 화면은 어쩌면 벌칙 쇼인 에게 있어 훈장과도 같은 것이다. 다시 벌칙에 집중할 것인지 소프트한 버라이어티로 변화를 모색할지 입장정리를 할 때다.
글 김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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