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이 굉장히 대조적인 성격 같다. 개리는 안으로 삭힌 다음에 풀고, 길은 밖으로 바로 푸는 성격인 것 같다. 둘이 처음 음악을 만들 때는 어떻게 의견을 조율했나.
개리 : 나는 랩을 쓰고 길은 음악을 만드니까 오히려 부딪힐 일이 없었다. 나는 길이 음악을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두고, 길은 내가 가사를 쓰고 싶은 대로 놔뒀다.
길 : 서로 “이 음악 별로야”, “이 가사 별로야” 라고 서슴없이 얘기한다. 그러다 다투기도 하고 소주 한 잔 마시면서 풀기도 하고.
음악을 들어보면 각자 나눠서 작업을 했을 것 같은데, 그게 위화감 없이 뭉치는 것 같다.
길 : 수 없이 이야기를 하고 데모를 만드니까. 이곡은 이거다 싶을 때 곡이 완성된다. 오늘 녹음해서 이걸 끝내야 한다 같은 생각은 우리한테 있을 수 없다. 그냥 될 때까지 한다.
“잘못하면 우리나라의 장르 음악이 다 없어질 것 같다” 그 점에서 ‘앨범의 가치’라는 게 있는 것 같다. 앨범을 염두에 두고 생활의 기록들을 하나씩 음악으로 만드니까 생활하고 음악 만드는 사이의 시간에 대한 기록이 묻어 나오는 것 같다.
길 : 그래서 우리 앨범 곡 배치가 시작하고, 만나고, 헤어지고 좌절하고 인생 뭣 같다고 이러다 다시 인생을 살고… 이런 식으로 가는 것 같다. 그게 오랜 기간을 갖고 작업하면서 나온 거고, 그걸 곡 순서를 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눈을 감고 음악을 들을 때 아, 이게 사람 사는 거구나라고 느껴지도록 하는 걸 제일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런데 요즘 리쌍의 생활이란 게 좀 변하지 않았나. 길은 예전에 “곡은 유명하지만 우리는 얼굴이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 생활이 편하다”고 했는데, 요즘엔 어떤가.
길 : 동네 유치원 꼬마애들도 알아본다. (웃음) 사람들이 알아보고 웃는 거? 아직까지는 불편하기 보다는 신기한 거고. 이미 발을 빼긴 늦었다. 그러기엔 이나 를 만드는 사람들이 너무 치열하게 일한다. 우리가 음악하듯 그들도 예능을 만드는 거니까.
음악하다 예능을 해보니 예능은 어떤 세상이던가.
길 : 는 모르는 사람들, 그것도 유명한 스타들하고 7~8시간 동안 이야기를 해야 한다. 누군가는 얘기하고, 이끌어가고 있고 누구는 그걸 찍고, 작가들은 글을 쓴다. 그런 모습을 보면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 나 하나가 제대로 안하면 99명이 바보가 되고, 나 때문에 사람들이 직장을 잃게 되니까. 그리고 은 1주일에 며칠씩 찍는데, 다 눈에 불을 켜고 일한다. 만약 녹음실에서 개리가 가사 써서 녹음하고 있는데 내가 옆에서 오락하고 있으면 말이 안 되지 않나. 그러니 더욱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와 이런 세상이 있구나”하면서 음악 에너지가 더 생기기도 하고, 한 편으로는 “녹음실 가면 다시 음악 해야지”하는 생각이 들어서 더 열심히 음악을 하게 되는 것도 있다. 예능 출연을 제안 받았을 때 고민은 안 됐나.
길 : 처음에는 고민도 했지만, 제동이 형이 그런 말을 했다. “시청률이 10%가 나오면 5백만명 정도가 보는 건데, 그 중에는 몸이 불편한 분들, 어제 헤어진 사람들, 직장에서 쫓겨난 사람들처럼 별별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그들에게 웃음을 주는 일이 위대한 일 아니고 멋있는 일 아니겠니”라고. 그래서 하겠다고 했다. 개리도 “야 해, 변할 거 없어”라고 말하기도 했고.
에는 두 사람이 ‘무브먼트 특집’에 함께 출연했다. 어땠나.
개리 : 재밌더라. 사실 처음에는 리쌍하면서 한 번도 선글라스 벗고 카메라 앞에 서본 적도 없어서 망설였는데, 너무 친한 식구들이 다 나간다고 하니까 좋은 추억도 될 거 같고 해서 가보니까 재밌었다.
길 : 한번 하면 재밌지. (웃음) 1년 6개월 정도 하면 토 나오지.
“에서 길이 힙합 뮤지션들이 대중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이야기를 할 때 약간 울컥하는 것 같았다. 이번에도 리쌍, 다이나믹 듀오, 에픽하이의 앨범이 모두 차트 상위권이다. 무브먼트를 비롯한 한국 힙합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길 : 진짜 상상을 초월하게 열심히 하는 친구들이다. 그만큼 옛날에 울분도 많이 쌓였고. 예전에는 힙합하면 “그게 음악이야?”라고 하던 사람이 너무 많았으니까. 그런데 어느 순간 우리가 차트 높은 곳에 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사실 지금이 가장 불안한 시기다. 힙합에서 자리잡은 신인들이 거의 없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여전히 소울이나 레게 같은 음악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지금 우리가 뭔가 하지 않으면 위기가 올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다이나믹 듀오는 슈프림 팀을 제작하고, 우리는 내년쯤 정인의 앨범을 제작할 거고. 잘못하면 우리나라의 장르 음악이 다 없어질 거라는 생각도 든다.“골방에 안 살아서, 지하실에 안 살아서 음악이 달라지는 게 아니다”
지금 한 시기를 다시 지나는 것 같다. 이제 30대가 됐는데, 요즘 어떤 생각을 하나.
개리 : 10대에는 공부하고 학교 왔다갔다 하다보니 정신없었다, 난 언제 노나 이런 생각했는데, 그 때보다 지금이 더 정신없고 바쁘다. 결혼도 언젠가는 해야 될 거 같고, 돈도 벌어야 하고, 음악은 꾸준히 해야 하고. 그런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전에는 음악만 하면 됐는데, 지금은 그러기는 힘들지 않나.
길 : 전에는 음악 하는 시간을 뺏기니까 여자친구도 만나지 말자고 해서 5년 정도 여자친구도 안 사귈 때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다른 걸 하면서도 음악 생각을 할 수 있게 된 거 같다. 음악이 일상이 돼서. 그리고 난 나이 먹는 게 좋다. 마흔 살이 되면 더 재밌는 일이 있을 것 같고, 개리의 가사는 마흔 살에 어울리는 이야기가 나올 거고. 그러다가 안 되면 뭐, 어쩌겠나. (웃음)
개리 : 그 때까지 살아야 되는데, 그 때까지 살 수가 있으려나? (웃음) 정말 두 사람의 사고방식이 다른 것 같다. 길은 정말 낙천적인 것 같다.
길 : 나는 초 긍정적 사고방식의 사나이다. (웃음) 화나거나 열 받으면 얘기하고, 풀고 그런다. 그게 어렸을 때부터 힘들게 살면 긍정적 마인드가 생기는 것 같다. 세상엔 백만 원 벌고 “백만 원은 너무 적은 거 아냐?”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어우, 백만 원 너무 많아”하면서 “이제 이백만 원 벌면 좋겠다” 하는 사람도 있다. 그게 내 마인드고, 음악도 그렇게 만든다. 뭔가 어려운 부분이 있으면 그걸 해줄 사람을 찾아보고.
그렇게 해서 6집이 나오면서 당신들 말대로 2막이 열린 느낌이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우리 이야기가 바로 너희의 이야기’라는 게 리쌍의 메시지였지만, 앞으로도 그럴 수 있을까?
길 : 우리 음악은 계속 그럴 거 같다. 그게 늘 같은 이야기를 한다는 게 아니라 우리의 상황에 맞게 변화를 하는 건데, 그게 우리들의 승부수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이 앨범 나오기 전에 그러더라. “너 예능하면서 옛날에 지하실 살고 골방 살 때 다 잊지 않았냐”고. 그런데 나는 거기에 한 방 먹였다고 생각한다. 앨범이 나왔는데 “어? 얘네 뭐지? 장기하하고 루시드 폴이 왜?” 이랬겠지. 왜 같이 했냐, 같이 음악 하니까. 웃기든 말든, 인생이 어떻게 변하건 음악을 제대로 하면 되는 거다. 만약 내가 음악을 못하게 되면 그건 예능 때문이 아니라 그냥 음악을 못하는 거다. 그러면 쉬어야 하는 거고. 우리가 다른 일을 해서, 골방에 안 살아서, 지하실에 안 살아서 음악이 달라지는 게 아니다.
그렇게 리쌍의 사는 모습이 점점 더 확장되면서 리쌍의 음악도 변하는 것 같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일은 뭔가.
길 : 일단 ‘리쌍의 좋은 음악 만들기 프로젝트’를 할 예정이다. 정인, 하림, 윤건, 윤종신, 이적, 정재형, 다이나믹 듀오, 바비 킴, 브라운 아이드 소울 같은 팀들이 참여해서 이미 스무곡 정도를 준비했다. 그 사이 정인의 앨범도 나와야 하고, 월드컵도 있고. (웃음) 앞으로 2년 정도는 스케줄이 굉장히 빡빡하다. 그러고 나면 서른다섯이 될 거고.
개리 : 일만 하면서 사는 것 같다. 그래서 장사를 한번 해볼까 싶기도 하다. 너무 음악만 하니까 사람이 지친다. 내 삶에 무슨 일이라도 빵 벌어져 버리면 얼씨구나 하고 가사를 쓸 텐데 억지로 짜내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뭔가 새로운 걸 해야 더 탄력을 받을 것 같다.
앞으로 리쌍은 어떤 팀으로 남고 싶은가.
길 : 우리는 늘 음악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감사하고 있다. 그래서 더 잘 되고 싶기도 하고. 아이들이 “음악해도 먹고 살 수 있대. 음악하자!”라는 마음도 가지게 할 수 있으니까. 얼마 전에 뉴욕에 다녀 왔는데, 거기 흑인들은 모두 래퍼가 되고 싶어하더라. 거기서는 유명한 언더그라운드 래퍼가 뉴욕 증권가의 직장인만큼 번다더라. 그러니까 죽어라 음악 하게 된다. 그래서 “우리의 이야기가 너희의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음악으로 뭔가 보여주고, 다른 사람들이 그걸 보고 함께 해줬으면 좋겠다. 앞으로도 계속 가고 싶다. 이렇게.
인터뷰. 강명석 (two@10asia.co.kr)
정리. 최지은 (five@10asia.co.kr)
사진. 이진혁 (eleven@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개리 : 나는 랩을 쓰고 길은 음악을 만드니까 오히려 부딪힐 일이 없었다. 나는 길이 음악을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두고, 길은 내가 가사를 쓰고 싶은 대로 놔뒀다.
길 : 서로 “이 음악 별로야”, “이 가사 별로야” 라고 서슴없이 얘기한다. 그러다 다투기도 하고 소주 한 잔 마시면서 풀기도 하고.
음악을 들어보면 각자 나눠서 작업을 했을 것 같은데, 그게 위화감 없이 뭉치는 것 같다.
길 : 수 없이 이야기를 하고 데모를 만드니까. 이곡은 이거다 싶을 때 곡이 완성된다. 오늘 녹음해서 이걸 끝내야 한다 같은 생각은 우리한테 있을 수 없다. 그냥 될 때까지 한다.
“잘못하면 우리나라의 장르 음악이 다 없어질 것 같다” 그 점에서 ‘앨범의 가치’라는 게 있는 것 같다. 앨범을 염두에 두고 생활의 기록들을 하나씩 음악으로 만드니까 생활하고 음악 만드는 사이의 시간에 대한 기록이 묻어 나오는 것 같다.
길 : 그래서 우리 앨범 곡 배치가 시작하고, 만나고, 헤어지고 좌절하고 인생 뭣 같다고 이러다 다시 인생을 살고… 이런 식으로 가는 것 같다. 그게 오랜 기간을 갖고 작업하면서 나온 거고, 그걸 곡 순서를 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눈을 감고 음악을 들을 때 아, 이게 사람 사는 거구나라고 느껴지도록 하는 걸 제일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런데 요즘 리쌍의 생활이란 게 좀 변하지 않았나. 길은 예전에 “곡은 유명하지만 우리는 얼굴이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 생활이 편하다”고 했는데, 요즘엔 어떤가.
길 : 동네 유치원 꼬마애들도 알아본다. (웃음) 사람들이 알아보고 웃는 거? 아직까지는 불편하기 보다는 신기한 거고. 이미 발을 빼긴 늦었다. 그러기엔 이나 를 만드는 사람들이 너무 치열하게 일한다. 우리가 음악하듯 그들도 예능을 만드는 거니까.
음악하다 예능을 해보니 예능은 어떤 세상이던가.
길 : 는 모르는 사람들, 그것도 유명한 스타들하고 7~8시간 동안 이야기를 해야 한다. 누군가는 얘기하고, 이끌어가고 있고 누구는 그걸 찍고, 작가들은 글을 쓴다. 그런 모습을 보면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 나 하나가 제대로 안하면 99명이 바보가 되고, 나 때문에 사람들이 직장을 잃게 되니까. 그리고 은 1주일에 며칠씩 찍는데, 다 눈에 불을 켜고 일한다. 만약 녹음실에서 개리가 가사 써서 녹음하고 있는데 내가 옆에서 오락하고 있으면 말이 안 되지 않나. 그러니 더욱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와 이런 세상이 있구나”하면서 음악 에너지가 더 생기기도 하고, 한 편으로는 “녹음실 가면 다시 음악 해야지”하는 생각이 들어서 더 열심히 음악을 하게 되는 것도 있다. 예능 출연을 제안 받았을 때 고민은 안 됐나.
길 : 처음에는 고민도 했지만, 제동이 형이 그런 말을 했다. “시청률이 10%가 나오면 5백만명 정도가 보는 건데, 그 중에는 몸이 불편한 분들, 어제 헤어진 사람들, 직장에서 쫓겨난 사람들처럼 별별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그들에게 웃음을 주는 일이 위대한 일 아니고 멋있는 일 아니겠니”라고. 그래서 하겠다고 했다. 개리도 “야 해, 변할 거 없어”라고 말하기도 했고.
에는 두 사람이 ‘무브먼트 특집’에 함께 출연했다. 어땠나.
개리 : 재밌더라. 사실 처음에는 리쌍하면서 한 번도 선글라스 벗고 카메라 앞에 서본 적도 없어서 망설였는데, 너무 친한 식구들이 다 나간다고 하니까 좋은 추억도 될 거 같고 해서 가보니까 재밌었다.
길 : 한번 하면 재밌지. (웃음) 1년 6개월 정도 하면 토 나오지.
“에서 길이 힙합 뮤지션들이 대중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이야기를 할 때 약간 울컥하는 것 같았다. 이번에도 리쌍, 다이나믹 듀오, 에픽하이의 앨범이 모두 차트 상위권이다. 무브먼트를 비롯한 한국 힙합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길 : 진짜 상상을 초월하게 열심히 하는 친구들이다. 그만큼 옛날에 울분도 많이 쌓였고. 예전에는 힙합하면 “그게 음악이야?”라고 하던 사람이 너무 많았으니까. 그런데 어느 순간 우리가 차트 높은 곳에 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사실 지금이 가장 불안한 시기다. 힙합에서 자리잡은 신인들이 거의 없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여전히 소울이나 레게 같은 음악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지금 우리가 뭔가 하지 않으면 위기가 올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다이나믹 듀오는 슈프림 팀을 제작하고, 우리는 내년쯤 정인의 앨범을 제작할 거고. 잘못하면 우리나라의 장르 음악이 다 없어질 거라는 생각도 든다.“골방에 안 살아서, 지하실에 안 살아서 음악이 달라지는 게 아니다”
지금 한 시기를 다시 지나는 것 같다. 이제 30대가 됐는데, 요즘 어떤 생각을 하나.
개리 : 10대에는 공부하고 학교 왔다갔다 하다보니 정신없었다, 난 언제 노나 이런 생각했는데, 그 때보다 지금이 더 정신없고 바쁘다. 결혼도 언젠가는 해야 될 거 같고, 돈도 벌어야 하고, 음악은 꾸준히 해야 하고. 그런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전에는 음악만 하면 됐는데, 지금은 그러기는 힘들지 않나.
길 : 전에는 음악 하는 시간을 뺏기니까 여자친구도 만나지 말자고 해서 5년 정도 여자친구도 안 사귈 때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다른 걸 하면서도 음악 생각을 할 수 있게 된 거 같다. 음악이 일상이 돼서. 그리고 난 나이 먹는 게 좋다. 마흔 살이 되면 더 재밌는 일이 있을 것 같고, 개리의 가사는 마흔 살에 어울리는 이야기가 나올 거고. 그러다가 안 되면 뭐, 어쩌겠나. (웃음)
개리 : 그 때까지 살아야 되는데, 그 때까지 살 수가 있으려나? (웃음) 정말 두 사람의 사고방식이 다른 것 같다. 길은 정말 낙천적인 것 같다.
길 : 나는 초 긍정적 사고방식의 사나이다. (웃음) 화나거나 열 받으면 얘기하고, 풀고 그런다. 그게 어렸을 때부터 힘들게 살면 긍정적 마인드가 생기는 것 같다. 세상엔 백만 원 벌고 “백만 원은 너무 적은 거 아냐?”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어우, 백만 원 너무 많아”하면서 “이제 이백만 원 벌면 좋겠다” 하는 사람도 있다. 그게 내 마인드고, 음악도 그렇게 만든다. 뭔가 어려운 부분이 있으면 그걸 해줄 사람을 찾아보고.
그렇게 해서 6집이 나오면서 당신들 말대로 2막이 열린 느낌이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우리 이야기가 바로 너희의 이야기’라는 게 리쌍의 메시지였지만, 앞으로도 그럴 수 있을까?
길 : 우리 음악은 계속 그럴 거 같다. 그게 늘 같은 이야기를 한다는 게 아니라 우리의 상황에 맞게 변화를 하는 건데, 그게 우리들의 승부수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이 앨범 나오기 전에 그러더라. “너 예능하면서 옛날에 지하실 살고 골방 살 때 다 잊지 않았냐”고. 그런데 나는 거기에 한 방 먹였다고 생각한다. 앨범이 나왔는데 “어? 얘네 뭐지? 장기하하고 루시드 폴이 왜?” 이랬겠지. 왜 같이 했냐, 같이 음악 하니까. 웃기든 말든, 인생이 어떻게 변하건 음악을 제대로 하면 되는 거다. 만약 내가 음악을 못하게 되면 그건 예능 때문이 아니라 그냥 음악을 못하는 거다. 그러면 쉬어야 하는 거고. 우리가 다른 일을 해서, 골방에 안 살아서, 지하실에 안 살아서 음악이 달라지는 게 아니다.
그렇게 리쌍의 사는 모습이 점점 더 확장되면서 리쌍의 음악도 변하는 것 같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일은 뭔가.
길 : 일단 ‘리쌍의 좋은 음악 만들기 프로젝트’를 할 예정이다. 정인, 하림, 윤건, 윤종신, 이적, 정재형, 다이나믹 듀오, 바비 킴, 브라운 아이드 소울 같은 팀들이 참여해서 이미 스무곡 정도를 준비했다. 그 사이 정인의 앨범도 나와야 하고, 월드컵도 있고. (웃음) 앞으로 2년 정도는 스케줄이 굉장히 빡빡하다. 그러고 나면 서른다섯이 될 거고.
개리 : 일만 하면서 사는 것 같다. 그래서 장사를 한번 해볼까 싶기도 하다. 너무 음악만 하니까 사람이 지친다. 내 삶에 무슨 일이라도 빵 벌어져 버리면 얼씨구나 하고 가사를 쓸 텐데 억지로 짜내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뭔가 새로운 걸 해야 더 탄력을 받을 것 같다.
앞으로 리쌍은 어떤 팀으로 남고 싶은가.
길 : 우리는 늘 음악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감사하고 있다. 그래서 더 잘 되고 싶기도 하고. 아이들이 “음악해도 먹고 살 수 있대. 음악하자!”라는 마음도 가지게 할 수 있으니까. 얼마 전에 뉴욕에 다녀 왔는데, 거기 흑인들은 모두 래퍼가 되고 싶어하더라. 거기서는 유명한 언더그라운드 래퍼가 뉴욕 증권가의 직장인만큼 번다더라. 그러니까 죽어라 음악 하게 된다. 그래서 “우리의 이야기가 너희의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음악으로 뭔가 보여주고, 다른 사람들이 그걸 보고 함께 해줬으면 좋겠다. 앞으로도 계속 가고 싶다. 이렇게.
인터뷰. 강명석 (two@10asia.co.kr)
정리. 최지은 (five@10asia.co.kr)
사진. 이진혁 (eleven@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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