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회 SBS 수 밤 9시 55분
흥미로울 것 같지만 막상 드라마로 만들면 호응을 얻기 힘든 두 가지 소재로 스포츠와 연예계를 꼽을 수 있겠다. 선망의 대상이 되는 만큼 세계의 리얼리티를 제대로 그려내지 못하면 그야말로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되어버리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현실을 복원하기보다는 판타지와 상상력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이 특기인 홍정은, 홍미란 작가는 연예계의 이면을 들추거나 진실을 폭로하기 보다는 ‘팬픽’을 쓰는 기분으로 의 세계를 구상했고, 아이돌 그룹의 생활과 운영 과정을 바라보는 드라마의 시선은 여중고생, 즉 이들을 소비하는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져 있다. 그래서 그룹 안에 여자 멤버가 있다는 발상과 그 주인공이 수녀원 출신이라는 설정은 지극히 순정 만화적이며, 이들을 둘러싼 조연 캐릭터들도 만화 속의 인물들처럼 과장되고 왜곡되어 있다. 계약과 같이 심각한 문제는 적당히 넘어가고, 비행기 표를 둘러싼 소동처럼 아귀가 맞지 않는 에피소드는 애교로 봐 줄 수 있는 것 또한 이 드라마가 노골적으로 “이것은 세상에 없을법한 이야기”임을 표방하고 있는 덕분이다. 다행스럽게도 박신혜와 장근석은 비현실적인 캐릭터의 포인트를 잘 이해하고 있어 ‘오글’거릴 수밖에 없는 이야기에 얼마간 생생함을 불어넣고 있다. 그럴수록 대본의 발랄함과 연기의 상큼함을 잘 살릴 수 있는 연출이 아쉽다는 것이 한 가지 우려되는 점이다. 예고편이 더 흥미롭다는 것은 분명 극의 템포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청자가 이해하며 따라가는 작품이 아니라 감성적으로 먼저 반응해야 하는 스타일인 만큼 조금 더 앞서갈 필요가 있지 않을까. 손과 발이 오그라들 시간을 주지 말고 말이다.
글 윤희성

‘라디오스타’ MBC 수 밤 11시 5분
예전부터 정말 궁금했었다. 어떤 각도로 봐도 김은정이 4명 중 가장 키가 크고 다리가 긴데, 네이버 프로필에는 서인영과 2센티미터 밖에 차이가 안 난다고 나와 있으니 진실을 꼭 알고 싶었다. 그런데 김은정이 방송을 통해 직접 네이버 측에 이 문제를 건의하면서 공식신장을 밝힌 것만으로도 속이 시원하다. 할 말 할 줄 아는 흔치 않은 여성그룹 쥬얼리는 지난주 방영분에서 길과 박정아의 연애나 재계약, 신통치 않은 신곡 반응과 같은 통과의례를 마쳤다. 그 대신 이번 주에는 멤버 개개인의 숨겨진 모습과 끼를 보여주었다. 그룹으로는 이제 9년차. 사실 그동안 무대에서나 예능에서나 스포트라이트는 주로 선배인 박정아, 서인영에게 쏠렸고 이들과 두 신입 멤버간의 이질감도 확연했다. 그러나 어제 방송을 통해 이제 두 신입 멤버에게도 기회가 열렸다. 이처럼 게스트의 이미지를 끌어올려주는 것이 ‘라디오스타’의 미덕이다. 마흥식과 함께 칠팔십 년대 로맨스 영화의 쌍두 마차였던 배우 하재영의 딸 하주연은 춤과 랩 이외에도 예능 촉이 살아 있음을 스스로 증명했다. 가만히 있어야 중간은 간다는 김은정도 막판에 미모에 어울리지 않는 개인기와 어설픈 소녀시대 춤으로 웃음을 주며 캐릭터를 드러냈다. 충분히 예쁘면서도 예쁜 이미지만 고집하지 않는 쥬얼리의 솔직함과 능수능란함은 유독 대본을 오독해대는 MC들과 잘 어울렸고 말년 병장 포스인지 동생들을 위한 배려인지는 가늠이 안 되지만 조금 뒤로 빠져준 두 언니 덕분에 시청자들은 아이돌 시대에 자칫 놓쳐버릴 뻔한 김은정과 하주연의 매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무릎 팍 도사’만큼이나 웃음과 정보가 함께하는 ‘라디오 스타’다.
글 김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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