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급’과 루저의 합숙. KBS 의 ‘천하무적 야구단’은 초반에 그런 캐릭터 구도를 내세웠다. 이하늘, 임창정, 김창렬 등이 한물간 왕년의 스타들이었다면, 오지호, 김준, 마르코는 잘 생기고 인기 많은 ‘A급’ 스타들이었고, 그들의 캐릭터 대비는 ‘천하무적 야구단’의 재미 중 하나였다. 하지만 요즘 이런 캐릭터는 무의미해졌다. 이 야구팀은 경기를 치르면 치를수록 한 팀으로 변해갔고, ‘A급’은 결국 그 날 경기에서 가장 잘 하는 선수가 됐다. 어느새 부상을 각오할 만큼 허슬 플레이를 하고, 시합이 없는 날에도 개인 훈련을 받는 그들. 그들이 왜 예능 프로그램에서 이토록 진지해졌는지 ‘천하무적 야구단’의 오지호와 이하늘에게 물어봤다.

요즘 ‘천하무적 야구단’은 야구실력이 나아지는 거 같나.
오지호 : 솔직히 내가 다른 선수들보다는 야구를 한 경력이 좀 더 돼서 그나마 실력이 낫다고 생각하는데, 솔직히 처음에는 경기장에 올라가면 미칠 지경이었다. 다들 너무 못했으니까. 내가 봐도 저 사람 저기에 있으면 안되는데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데 요즘은 점점 나아지는 것 같다.
이하늘 : 그동안 실력을 감추고 있는 게 힘들었다. (웃음) 처음에는 이게 방송이니까 어떻게 될지도 몰라서 부담감이 있었는데 다들 야구에 빠져들면서 경기에 빠져들면서 야구를 즐기게 됐다. 경기장에 소풍가는 기분으로 온다. 마음이 설레기도 하고.

“대전구장에서 빙그레 이글스 응원단장을 하기도 했다” 오지호는 딱히 ‘천하무적 야구단’에 출연할 이유는 없었다.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더 큰 인기를 얻거나 할 필요도 없고. 출연 결정을 한 이유가 뭔가.
오지호 : 특별히 인기를 얻겠다거나 하는 생각으로 출연한 건 아니다. 원래 야구를 굉장히 좋아한다. 원래 알바트로스에서 계속 야구를 했었고. 입단 전에 창렬이형, 하늘이형, 창정이형하고도 얘기를 했는데, 정말 야구를 하고 싶어서 같이 하고 싶었다.
이하늘 : 이렇게 말하면 방송용으로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웃음) 예전부터 야구에 미쳐 살았었다. 프로야구 원년에는 내 고향 대전이 연고였던 OB베어스를 좋아했었고, 어린이 회원도 했었다. 그런데 OB베어스(현 두산 베어스)가 서울로 연고지를 옮기면서 배신감을 느껴서 (웃음) 그 때부터는 새로 대전에 연고를 잡은 빙그레 이글스(현 한화 이글스)를 좋아했다. 그 때 내가 대전구장 응원단장을 하기도 했었고. 사람들 앞에서 브레이크 댄스 같은 거 추면 무료입장에 사인볼과 배트도 받았었다. 그리고 요즘엔 로이스터 감독님과 친분이 생긴데다 응원하는 분위기가 좋아서 롯데 자이언츠도 좋아하고, 촬영하면서 히어로즈 선수들도 만나서 히어로즈도 좋아하고. (웃음) 황재균 선수 플레이에 반했다.

요즘 너무 열심히 하다 부상까지 당했다. 몸은 좀 나아졌나.
이하늘 : 깁스는 풀었고, 앞으로 2주 정도는 침 맞으면서 상태를 지켜봐야겠다. 정말 뛰고 싶다.
오지호 : 나는 부상은 없는데 피로가 많이 쌓인다. 야구를 진짜 열심히 하니까. 안 다 치는 게 야구를 잘하는 것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하늘이 형이 많이 다치는데, 팀원들을 위해서라면 부상당한 사람은 경기장에서는 아예 공을 잡지 말고 회복에 신경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늘이 형이야 미치겠지만. (웃음) 솔직히 내 경우엔 고민이 많이 된다. 나는 드라마 촬영 중이기도 해서 몸을 사릴 필요도 있다. 위험한 공 안 잡고 싶을 때도 있고. (웃음) 그런데 다들 너무 열심히 하니까 나도 모르게 열심히 뛰게 된다.

하지만 이하늘은 정말 뛰고 싶어 하더라.
이하늘 : 그건 정말 말로 못한다. 부상당한 마리오하고 둘이 “으아….” 이러면서 있었다. 거기다 어제 경기는 우리가 이 팀에서 뛰면서 가장 좋은 시합을 했었는데, 거기에 못 들어가니까 답답했다. 솔직히 나 없는데 잘하니까 내가 앉아 있는 게 더 도움이 되나 싶기도 하고. 나아서 팀에 방해가 되면 어쩌나하는 걱정이 들더라.
오지호 : 어제 오늘 경기하면서 정말 팀이 발전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선수 중 누군가는 지금까지 잘 못했던 플레이도 하고. 두 달 정도 전국대회가 남았는데, 이런 속도로 실력이 는다면 그 때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이하늘은 벤치에 앉아서 경기를 보니까 다르게 보이는 게 있나보다.
이하늘 : 아무래도 입장 바꿔 생각하게 된다. 오늘 경기를 보면서도 주루 할 때 투수 모션 을 뺏으려면 어떻게 해야겠고, 저 상황에서는 한 스텝 더 가야하고 그런 생각이 들더라. 그런 게 보이니까 그동안 내가 주루 플레이를 무리하게 한 게 미안하고.

“사회인 야구 3부 리그는 투수력 차이 때문에 힘들지만 할수록 기분은 좋다”

그래서 제작진은 당신의 성질을 죽이는 프로젝트를 하기도 한다. (웃음) 조금 달라진 점이 있나.
이하늘 :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솔직히 변한 건 별로 없다. 하지만 각자 다른 소속사의 연예인들이 모여서 방송만 하는 게 아니라 팀으로 움직이면서 하룻밤 자고, 같이 경기를 하니까 내가 팀에 피해를 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어린 동호도 있으니까 말도 가리게 되고. 나도 모르게 조금씩 그렇게 되는 것 같다. 반대로 말하면 초심을 잃은 거다. (웃음) 이제 성질 죽이는 훈련은 안 받아도 될 거 같고, 대신 지옥 훈련 가이드 (웃음)를 해도 될 거 같다. 그렇게 당신이 팀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면서 야구 좋아하는 분들이 당신의 ‘늙은 사자’ 캐릭터를 좋아하는 것 같다.
이하늘 : 그 분들께는 정말 감사하다. 사회인 야구하는 분들 중에는 나이 들어 다시 야구하는 시작 분들도 많아서 그 분들이 나를 보면 동질감을 느끼는 것 같다. 나도 나이 때문에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는 않지만, 팀에 합류해서 뛸 수 있다는 게 좋다.

사회인 야구 3부 리그 수준은 어떤 것 같나.
오지호 : 다들 비슷비슷하다. 그런데 우리가 시합하는 팀이 지역의 우승팀이다 보니까 투수력이 워낙 좋다. 거기서 우리가 힘에 부치는 것 같고. 타격은 미치는 선수가 한 둘씩 나오는데, 투수력의 차이가 있어서 힘들다. 하지만 강팀하고 붙어야 실력이 느니까 할수록 기분은 좋다.

감독인 김C는 뭐라고 하던가.
오지호 : 김C형과 전에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는데, 김C형은 처음에는 우리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해설만 할 때 경기를 보면서 너무 답답했던 것 같다. 그런데 우리 감독이 되고, 우리가 진짜 야구를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의욕이 불타는 것 같다. 자신도 선수 출신이니까 정말 이기고 싶어 하는 것 같더라. 그런 모습 보면서 진짜 우리 감독님이구나 싶다. 김C의 호칭을 감독님이라고 하는 건가.
오지호 : 감독님이라고 부른다. 야구는 감독과 선수의 체계가 잡혀야 하는 스포츠다. 경기에 지면 감독이 욕을 먹지 선수가 욕먹지 않는다. 감독님이라고 불러야 제대로 할 수 있다.

다들 ‘천하무적 야구단’을 그냥 예능으로는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이하늘 : 다른 예능과 다르다. 처음에는 선수들이 방송 때문에 야구를 하게 된 경우도 있지만, 이젠 일주일 내내 이 야구팀에 대해 생각한다. 우리끼리 만나면 처음부터 끝까지 야구 얘기만 한다. 어떻게 하면 부상에 좋다, 어떤 포지션은 어떻게 훈련을 해야 한다 같은 것들을 계속 얘기한다.

왜 그렇게 되나. 야구가 그렇게 좋은가? (웃음)
이하늘 : 그렇다. 우리는 야구의 재미를 알아버렸다. (웃음)

인터뷰. 위근우 (eight@10asia.co.kr)
정리. 강명석 (two@10asia.co.kr)
사진. 채기원 (ten@10asia.co.kr)
편집. 장경진 (thre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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