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야구의 계절이다. 여름을 거쳐 살아남은 팀들이 플레이오프를 거쳐 봄부터 시작된 대장정의 승자를 가린다. 하지만 가을 야구는 프로야구 팀들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KBS 의 ‘천하무적 야구단’도 가을 야구를 한다. 사회인 3부 리그 전국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그들은 요즘 전국을 돌아다니며 순회 경기를 펼치고 있다. 그리고, 그 사이 그들은 더 이상 예능이라고만은 할 수 없는 영역에 도달하고 있다. 감독은 선수들의 실제 경기력을 따지며 못하는 선수를 가차 없이 후보로 돌리고, 선수들은 거친 플레이로 부상을 당하기 일쑤다. 하지만, 놀라운 사실은 선수들이 점점 더 예능대신 ‘스포츠’를 선택할수록, 시청자들의 반응도 좋아진다는 사실이다. ‘천하무적 야구단’은 꾸준한 상승세로 단독 편성을 받았고, 최근에는 10%대 초반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예능 프로그램 때문에 모인 출연자들이 점점 실제 야구팀으로 변해가는 독특한 리얼 버라이어티 쇼 ‘천하무적 야구단’의 현장에 찾아가서 그들이 왜 그토록 야구에 진지해졌는지 담았고, 이하늘과 오지호가 생각하는 야구에 대해서도 들었다. 그리고, 진지하게 야구하는 그들에 대해 ‘다큐와 예능을 섞은’ 보고서도 마련돼 있다.
11타수 연속 무안타. KBS ‘천하무적 야구단’에서 한민관이 기록한 성적이다. 연속으로 시도해서 터지지 못한 애드리브 숫자가 아니다. 글자 그대로 사회인 야구단과의 시합 중 타석에 서서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물러난 횟수다. 물론 예능 일반에 있어서 중요한 건 전자다. 하지만 ‘천하무적 야구단’의 감독 김C는 전주 피닉스와의 경기 중 그에게 “10타수 무안타인 거 알아? 빠지고 싶어?”라고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 이번에도 안타를 못 치면 주전에서, 즉 코너의 레귤러 멤버 자리가 위태로울 수 있다는 경고였다. 잔뜩 얼어있던 한민관은 한 번 더 무안타로 물러난 뒤, 상대 측 수비의 실수로 12타수 만에 행운의 안타를 기록하고 나서야 1루에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반면, 같은 날 입단 테스트를 받고 대타로 들어선 노라조의 조빈은 깨끗한 3루타 한 방으로 다른 멤버들에게 ‘대박’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몸 개그는 필요 없으니 타점을 올려다오, 그것이 ‘천하무적 야구단’의 세계다.
훈련의 게임화로 찾아낸 리얼 버라이어티사실 처음 임창정과 김창렬이 제작진을 찾아 아이디어를 제공할 때만 해도 ‘천하무적 야구단’에서 야구는 논의의 주변부에 있었다. 임창정은 “우리는 야구 경기를 보여주자는 게 아니”라며 자극적인 지옥훈련을 제의했다. 실제로 타이어를 매고 서울 시내를 뛰어다니고, 이하늘과 마르코가 화생방 훈련을 할 때, 프로그램의 포커스는 야구 시합이 아닌 출연자의 육체적 고통을 통한 리얼리티의 확보였다. 마치 야외 취침과 복불복으로 대표되는 초창기 KBS ‘1박 2일’처럼. 하지만 기본적으로 강호동이라는 걸출한 MC의 진행 아래서 복불복이란 포맷으로 펼쳐지는 고생담이 응집력 있게 리얼과 버라이어티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던 것과 달리, 타이어를 매고 굳이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시민들과 대화하는 어색한 조합처럼 ‘천하무적 야구단’에서는 그 두 가지가 따로 움직였던 것이 사실이다. 촬영을 쉬는 사이에도 ‘방송을 위해’ 임창정이 지옥 훈련 중인 이하늘에게 깐죽거리고 이에 이하늘이 발끈했던 돌발 상황은 바로 이 두 영역을 억지로 묶었을 때 나타나는 균열의 가장 가시적인 형태였다. 흥미로운 것은 이 균열이 새로운 멤버나 MC의 투입 혹은 게임의 도입이 아닌, 야구 자체로의 회귀를 통해 아물었다는 사실이다.
기본적으로는 리얼 버라이어티의 정석이라 할 수 있는 캐릭터 살리기 때문에 시작된 마르코 퀴즈가 프로그램 안에서 섞일 수 있었던 건 야구팬도 헷갈릴 만한 상황에 대한 룰을 가르쳐주기 때문이다. 그것은 고스란히 시청자의 상식으로 쌓이는 동시에 천하무적 야구단 전체의 룰 이해도를 높여준다. 역시 이하늘의 캐릭터를 부각하기 위해 만들었던 품행 점수제와 그에 따른 지옥 훈련 때문에 생긴 어색한 순간과는 비교되는 부분이다. 오히려 이경필 코치가 시도한 짐볼 훈련을 통해 이하늘의 얍삽함과 짐승 같은 마르코의 괴력, 김창렬의 악바리 근성 등, 멤버들의 개성이 더 확실하게 드러날 수 있었다. 즉 야구단이 야구를 위해 펼치는 합리적인 훈련이 게임처럼 활용되면서 리얼과 버라이어티는 행복한 결합 상태를 이루게 된다.
경기 몰입도가 가져온 스릴과 성취감하지만 전체적인 리얼의 맥락을 살리는 버라이어티와의 조합은 좋은 리얼 버라이어티의 필요조건일 뿐, ‘천하무적 야구단’만의 어떤 공식은 아니다. 이미 MBC 을 비롯한 거대 예능 프로그램이 선점한 시장에서 조금은 마니악한 느낌으로 틈새를 공략하던 이 프로그램이 시청률 10%대로 올라온 것이 조마조마와의 시합에서 첫 승을 거두고 김C가 감독직을 수락하면서부터였다는 것은 그래서 주목할 만하다. 이것은 정확히 말해 포맷의 완성이 아닌 팀의 완성이다. 팀 에이스 오지호가 보기에도 “보고 있으면 미칠 지경으로 못하던” 오합지졸들이 야구 자체에 집중하면서 그들의 경기는 그 자체로 흥미로운 서사를 가진 텍스트가 된다. 조마조마에게 5점차로 지고 있던 4회 초에 허준의 말대로 “흐름을 타며” 적시타를 날려 1점 차로 따라붙고, 그 다음 회에선 상대방의 공격을 동호가 러닝 스로로 무산시키는 모습, 그리고 1점을 리드하며 투 아웃에 주자는 3루인 아슬아슬한 상황에서 포수 앞 뜬 볼을 마리오가 잡아낼 때의 흥분은 오직 야구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실제로 80여 명의 스태프가 모여 9대의 카메라를 돌리며 경기장과 중계석, 관중석, 서포터즈를 담아내느라 가끔은 테이프가 모자랄지 모르는 상황은 쇼보다는 중계에 가깝다. 프로그램 초반 야구가 연결 고리 역할을 하며 리얼과 버라이어티의 합집합을 만들었다면, 이젠 멤버들이 경기 자체에 몰입하고 편집 역시 시합의 긴박함을 살리는 방향으로 만들어지면서 그들의 야구는 리얼과 버라이어티의 교집합이 된다.
때문에 ‘천하무적 야구단’이란 프로그램의 성장은 곧 천하무적 야구단의 성장이다. 최근 전주 피닉스와의 경기를 보러 온 1만 여 관중으로 엄청난 관심을 증명 받은 팔도 원정기가 가능한 건 그들의 실력이 이제 사회인 야구단 3부 리그의 지역 우승팀들과 겨뤄볼만한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원정 중 어떤 사회인 야구단이 “눈에 띄게 봐주는 모습을 보여줘서 화가 났던” 최재형 PD는 경기를 앞두고 상대팀 전주 피닉스 멤버들에게 “콜드 게임으로 져도 상관없으니 최선을 다해 달라”고 부탁했고, 결과적으로는 오지호, 이하늘 등 천하무적 야구단 멤버들이 최고로 꼽는 명승부가 만들어졌다. 그 안에서 예능적 요소를 가미하기 위해 등장했던 단장 백지영은 멤버들과의 기싸움 대신 팀 사기에 신경을 쓰며 진짜 단장에 근접해 가고, 감독직을 수락한 김C는 경기 도중 선수들을 소집해 “누가 넘어가는 거 잡으래? 자기 앞에 오는 건 겁먹지 말고 처리하라”며 호통 치길 주저하지 않는다. 기존 예능의 관점으로 보자면 모든 출연자가 재미없어지는 상황이지만 오히려 이를 통해 경기 자체는 더욱 흥미로워지고, 성장 서사를 통해 멤버들의 캐릭터는 빠른 시간 안에 확립되며, 시청자 역시 그들의 발전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역설이 발생한다.
물론 스포츠를 통해 리얼리티를 확보하는 것은 MBC 이 봅슬레이나 에어로빅 도전을 통해 먼저 시도한 것이다. 하지만 이들 도전은 종목 자체보다는 종목의 어려움에 포커스가 맞춰졌고 때문에 재미보다는 감동에 근접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천하무적 야구단’은 기존 리얼 버라이어티의 관점으로는 쉽게 설명할 수 없는 본격 야구 버라이어티 쇼다. 이 안에서는 누가 웃겼는가보다는 이현배가 마리오의 부상을 기회로 주전 포수가 될 수 있는지가 관심거리가 된다. 심지어 팬들 역시 출연자들을 스탯과 포지션으로 기억하기 시작하고 있다. 재밌는 건 부산에서의 얼음물 퀴즈처럼, 가끔 제작진 스스로 ‘그냥 이렇게 야구만 해도 될까?’라는 의구심을 드러낸다는 점이다. 말하자면 실험적인 곡으로 앨범을 채우고도 ‘과연 차트에서 먹힐까? 행사에서 부를 수 있을까?’라는 근심 때문에 구태의연한 몇 곡을 추가하는 가수의 심정 같은 것이 언뜻언뜻 드러난다. 이것은 그만큼 현재 ‘천하무적 야구단’이 시도하는 것들이 선례가 없었다는 반증이다. 때문에 이 프로그램이 예능적 요소의 도입을 통해 더 확장할지, 아니면 야구에만 집중할지, 그리고 그 결과를 통해 10% 초반의 시청률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는 쉽게 예상할 수 없는 일이다. 다만 확실한 건 리얼리티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보여주는 ‘천하무적 야구단’을 통해 과 ‘1박 2일’로 대표되는 한국 리얼 버라이어티 쇼의 현재는 좀 더 넓어졌다는 사실일 것이다.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사진. 장경진 (three@10asia.co.kr)
11타수 연속 무안타. KBS ‘천하무적 야구단’에서 한민관이 기록한 성적이다. 연속으로 시도해서 터지지 못한 애드리브 숫자가 아니다. 글자 그대로 사회인 야구단과의 시합 중 타석에 서서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물러난 횟수다. 물론 예능 일반에 있어서 중요한 건 전자다. 하지만 ‘천하무적 야구단’의 감독 김C는 전주 피닉스와의 경기 중 그에게 “10타수 무안타인 거 알아? 빠지고 싶어?”라고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 이번에도 안타를 못 치면 주전에서, 즉 코너의 레귤러 멤버 자리가 위태로울 수 있다는 경고였다. 잔뜩 얼어있던 한민관은 한 번 더 무안타로 물러난 뒤, 상대 측 수비의 실수로 12타수 만에 행운의 안타를 기록하고 나서야 1루에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반면, 같은 날 입단 테스트를 받고 대타로 들어선 노라조의 조빈은 깨끗한 3루타 한 방으로 다른 멤버들에게 ‘대박’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몸 개그는 필요 없으니 타점을 올려다오, 그것이 ‘천하무적 야구단’의 세계다.
훈련의 게임화로 찾아낸 리얼 버라이어티사실 처음 임창정과 김창렬이 제작진을 찾아 아이디어를 제공할 때만 해도 ‘천하무적 야구단’에서 야구는 논의의 주변부에 있었다. 임창정은 “우리는 야구 경기를 보여주자는 게 아니”라며 자극적인 지옥훈련을 제의했다. 실제로 타이어를 매고 서울 시내를 뛰어다니고, 이하늘과 마르코가 화생방 훈련을 할 때, 프로그램의 포커스는 야구 시합이 아닌 출연자의 육체적 고통을 통한 리얼리티의 확보였다. 마치 야외 취침과 복불복으로 대표되는 초창기 KBS ‘1박 2일’처럼. 하지만 기본적으로 강호동이라는 걸출한 MC의 진행 아래서 복불복이란 포맷으로 펼쳐지는 고생담이 응집력 있게 리얼과 버라이어티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던 것과 달리, 타이어를 매고 굳이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시민들과 대화하는 어색한 조합처럼 ‘천하무적 야구단’에서는 그 두 가지가 따로 움직였던 것이 사실이다. 촬영을 쉬는 사이에도 ‘방송을 위해’ 임창정이 지옥 훈련 중인 이하늘에게 깐죽거리고 이에 이하늘이 발끈했던 돌발 상황은 바로 이 두 영역을 억지로 묶었을 때 나타나는 균열의 가장 가시적인 형태였다. 흥미로운 것은 이 균열이 새로운 멤버나 MC의 투입 혹은 게임의 도입이 아닌, 야구 자체로의 회귀를 통해 아물었다는 사실이다.
기본적으로는 리얼 버라이어티의 정석이라 할 수 있는 캐릭터 살리기 때문에 시작된 마르코 퀴즈가 프로그램 안에서 섞일 수 있었던 건 야구팬도 헷갈릴 만한 상황에 대한 룰을 가르쳐주기 때문이다. 그것은 고스란히 시청자의 상식으로 쌓이는 동시에 천하무적 야구단 전체의 룰 이해도를 높여준다. 역시 이하늘의 캐릭터를 부각하기 위해 만들었던 품행 점수제와 그에 따른 지옥 훈련 때문에 생긴 어색한 순간과는 비교되는 부분이다. 오히려 이경필 코치가 시도한 짐볼 훈련을 통해 이하늘의 얍삽함과 짐승 같은 마르코의 괴력, 김창렬의 악바리 근성 등, 멤버들의 개성이 더 확실하게 드러날 수 있었다. 즉 야구단이 야구를 위해 펼치는 합리적인 훈련이 게임처럼 활용되면서 리얼과 버라이어티는 행복한 결합 상태를 이루게 된다.
경기 몰입도가 가져온 스릴과 성취감하지만 전체적인 리얼의 맥락을 살리는 버라이어티와의 조합은 좋은 리얼 버라이어티의 필요조건일 뿐, ‘천하무적 야구단’만의 어떤 공식은 아니다. 이미 MBC 을 비롯한 거대 예능 프로그램이 선점한 시장에서 조금은 마니악한 느낌으로 틈새를 공략하던 이 프로그램이 시청률 10%대로 올라온 것이 조마조마와의 시합에서 첫 승을 거두고 김C가 감독직을 수락하면서부터였다는 것은 그래서 주목할 만하다. 이것은 정확히 말해 포맷의 완성이 아닌 팀의 완성이다. 팀 에이스 오지호가 보기에도 “보고 있으면 미칠 지경으로 못하던” 오합지졸들이 야구 자체에 집중하면서 그들의 경기는 그 자체로 흥미로운 서사를 가진 텍스트가 된다. 조마조마에게 5점차로 지고 있던 4회 초에 허준의 말대로 “흐름을 타며” 적시타를 날려 1점 차로 따라붙고, 그 다음 회에선 상대방의 공격을 동호가 러닝 스로로 무산시키는 모습, 그리고 1점을 리드하며 투 아웃에 주자는 3루인 아슬아슬한 상황에서 포수 앞 뜬 볼을 마리오가 잡아낼 때의 흥분은 오직 야구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실제로 80여 명의 스태프가 모여 9대의 카메라를 돌리며 경기장과 중계석, 관중석, 서포터즈를 담아내느라 가끔은 테이프가 모자랄지 모르는 상황은 쇼보다는 중계에 가깝다. 프로그램 초반 야구가 연결 고리 역할을 하며 리얼과 버라이어티의 합집합을 만들었다면, 이젠 멤버들이 경기 자체에 몰입하고 편집 역시 시합의 긴박함을 살리는 방향으로 만들어지면서 그들의 야구는 리얼과 버라이어티의 교집합이 된다.
때문에 ‘천하무적 야구단’이란 프로그램의 성장은 곧 천하무적 야구단의 성장이다. 최근 전주 피닉스와의 경기를 보러 온 1만 여 관중으로 엄청난 관심을 증명 받은 팔도 원정기가 가능한 건 그들의 실력이 이제 사회인 야구단 3부 리그의 지역 우승팀들과 겨뤄볼만한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원정 중 어떤 사회인 야구단이 “눈에 띄게 봐주는 모습을 보여줘서 화가 났던” 최재형 PD는 경기를 앞두고 상대팀 전주 피닉스 멤버들에게 “콜드 게임으로 져도 상관없으니 최선을 다해 달라”고 부탁했고, 결과적으로는 오지호, 이하늘 등 천하무적 야구단 멤버들이 최고로 꼽는 명승부가 만들어졌다. 그 안에서 예능적 요소를 가미하기 위해 등장했던 단장 백지영은 멤버들과의 기싸움 대신 팀 사기에 신경을 쓰며 진짜 단장에 근접해 가고, 감독직을 수락한 김C는 경기 도중 선수들을 소집해 “누가 넘어가는 거 잡으래? 자기 앞에 오는 건 겁먹지 말고 처리하라”며 호통 치길 주저하지 않는다. 기존 예능의 관점으로 보자면 모든 출연자가 재미없어지는 상황이지만 오히려 이를 통해 경기 자체는 더욱 흥미로워지고, 성장 서사를 통해 멤버들의 캐릭터는 빠른 시간 안에 확립되며, 시청자 역시 그들의 발전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역설이 발생한다.
물론 스포츠를 통해 리얼리티를 확보하는 것은 MBC 이 봅슬레이나 에어로빅 도전을 통해 먼저 시도한 것이다. 하지만 이들 도전은 종목 자체보다는 종목의 어려움에 포커스가 맞춰졌고 때문에 재미보다는 감동에 근접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천하무적 야구단’은 기존 리얼 버라이어티의 관점으로는 쉽게 설명할 수 없는 본격 야구 버라이어티 쇼다. 이 안에서는 누가 웃겼는가보다는 이현배가 마리오의 부상을 기회로 주전 포수가 될 수 있는지가 관심거리가 된다. 심지어 팬들 역시 출연자들을 스탯과 포지션으로 기억하기 시작하고 있다. 재밌는 건 부산에서의 얼음물 퀴즈처럼, 가끔 제작진 스스로 ‘그냥 이렇게 야구만 해도 될까?’라는 의구심을 드러낸다는 점이다. 말하자면 실험적인 곡으로 앨범을 채우고도 ‘과연 차트에서 먹힐까? 행사에서 부를 수 있을까?’라는 근심 때문에 구태의연한 몇 곡을 추가하는 가수의 심정 같은 것이 언뜻언뜻 드러난다. 이것은 그만큼 현재 ‘천하무적 야구단’이 시도하는 것들이 선례가 없었다는 반증이다. 때문에 이 프로그램이 예능적 요소의 도입을 통해 더 확장할지, 아니면 야구에만 집중할지, 그리고 그 결과를 통해 10% 초반의 시청률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는 쉽게 예상할 수 없는 일이다. 다만 확실한 건 리얼리티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보여주는 ‘천하무적 야구단’을 통해 과 ‘1박 2일’로 대표되는 한국 리얼 버라이어티 쇼의 현재는 좀 더 넓어졌다는 사실일 것이다.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사진. 장경진 (thre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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