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막식을 하루 앞둔 지난 17일, 제 5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이하 JIMFF)의 마지막 ‘원 썸머 나잇’은 진한 위스키 향이 감도는 뉴올리언스의 어느 재즈 바를 옮겨 놓은 것 같았다. 하모니카를 부는 것이라고 도저히 믿을 수 없는 현란한 전제덕의 연주와 밴드의 완벽한 화학작용은 그 어떤 폭탄주보다도 강력하게 관객들을 취하게 했다. 들국화의 ‘행진’과 이문세의 ‘광화문 연가’를 재즈와 블루스의 황금비율로 조제한 재지한 그루브는 말로의 공연까지 이어졌다.

전제덕이 “한국에 이만한 재즈 보컬리스트가 없다”는 말로는 특유의 파워풀한 목소리와 듣는 이를 쥐락펴락하는 스캇의 ‘Sunny’로 까만 밤하늘을 3만 볼트의 밝기로 밝혔다. 그러나 누구보다도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던 이는 세계적인 색소포니스트 베니 골슨 쿼텟이었다. 한 편의 연극을 보는 듯한 거장의 다양한 레퍼토리는 마지막 밤의 아쉬움을 위로했다.

월요일인데다 지난 5일간 계속된 ‘달밤의 열광’으로 지친 관객들이 적게 찾을 것이란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퇴근 후 집 앞 마실가는 차림으로 청풍호반무대를 찾은 제천 시민들은 1200석을 빼곡히 채웠다. 이제 막 5살이 된 아들을 무등 태우고, 부인과 함께 공연을 찾은 박용석 씨는 “영화는 보지 못했지만 공연은 시간 내서 와봤는데 너무 좋다. JIMFF를 일 년에 한번이 아니라 매달 했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매년 여름, 산책처럼 편하게 살아있는 전설의 무대를 즐길 수 있는 제천 시민들이 마냥 부러운 밤. 외부인은 그저 별 수 없이 내년에도 이 호수에 다시 올 것을 다짐할 수밖에.

글. 제천=이지혜 (seven@10asia.co.kr)
사진. 제천=이진혁 (eleven@10asia.co.kr)
편집. 제천=장경진 (three@10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