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준표도 울고 갈 안하무인 아가씨가 온다. 8월 19일 첫 방송을 앞두고 있는 KBS2 수목 미니시리즈 는 F4같은 친구들과 어깨동무를 하는 대신 꽃미남 메이드 삼총사를 거느리고 다니며 화려한 성, 레이디 캐슬의 공주로 살아가는 강혜나의 사랑과 성장에 관한 이야기다. 8월 13일 목요일, 강남 리츠칼튼 호텔에서 의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지영수 감독과 배우 윤은혜, 윤상현, 정일우, 문채원이 참석했으며 KBS 관계자가 대거 동석해 한동안 침체를 면치 못했던 KBS 미니시리즈의 부활에 대한 남다른 기대감을 표했다.

윤은혜표 순정만화의 귀환

극단적인 빈부 격차와 첫사랑에 대한 트라우마 등, 는 순정만화의 코드로 가득한 작품이다. 심지어 재벌인 혜나의 집에 동찬이 거주 도우미로 들어가는 설정은 같은 채널을 통해 먼저 방송된 의 구준표와 금잔디의 성 역할을 살짝 바꿔놓은 듯 익숙한 전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여전히 흥미로울 수 있는 것은 배우들이 보여줄 시너지 때문이다. 로맨틱 코미디에 관한한 그 입지를 인정받은 윤은혜와 의 태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쾌활한 모습을 제작발표회 현장에서까지 여과 없이 보여주는 윤상현의 앙상블은 이날 공개된 짧은 하이라이트 안에서도 잘 드러나 있었다. 이에 더해 시트콤과 사극을 거쳐 처음으로 현대를 배경으로 한 정극에 도전하는 정일우와 모처럼 힘을 뺀 연기를 선보이게 된 문채원의 신인답지 않은 의연함 역시 작품 안에서 좋은 그림을 만들어 내는데 한 몫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좋은 대본과 좋은 연출이 좋은 연기를 이끌어 내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그러나 제 몸에 꼭 맞는 듯 어울리는 역할을 찾은 배우들이 주어진 바탕 이상으로 생생한 인물을 구축해 낸다면, 그 역시 매력적인 작품이 되는 한 방편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야기가 시작되기도 전에 캐릭터에 부합되는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는 배우들의 느낌만으로도 에 기대를 걸 이유는 충분해 보인다.레이디 캐슬의 주인이자 강산그룹의 상속녀 아가씨 강혜나, 윤은혜
패리스 힐튼이 부럽지 않을 만큼의 재력과 미모를 겸비한 혜나는 국내 최고 재벌인 강산그룹의 유일한 상속녀다. 비행기사고로 일찍 부모님을 잃고 할아버지 밑에서 자란 그녀는 물질적 결핍이 없는 환경에도 불구하고 가족과 친구의 따뜻한 관계를 모르고 자란 탓에 자기중심적이고 냉정한 사람이 되었다. 할아버지가 맞선을 강요하는 바람에 화가 난 그녀는 동찬의 트럭을 들이받게 되고, 사과할 줄 모르는 성격 덕분에 동찬의 분노를 산다. 이 일로 사회봉사명령까지 받게 된 혜나는 끝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동찬에게 복수를 다짐한다. “너무 강한 캐릭터 때문에 내가 미움 받지는 않을까 감독님이 걱정을 하실 정도였다. 그러나 주변에서 나는 아무리 세게 나가도 딱히 강해 보이지 않는다고들 해서 무조건 열심히 하고 있다. 헤어와 의상부터 스타일적으로도 많은 고민을 했다. 붉은 머리색깔이 고집스러워 보이지 않는가.”

최고의 외모와 언변을 갖춘 마음약한 제비족 서동찬, 윤상현
잘생긴 얼굴과 수려한 말솜씨로 많은 여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동찬은 재능을 살려 제비족이 되었다. 백혈병에 걸린 엄마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뛰어든 세계였지만, 천성적으로 마음이 약한 덕분에 정작 큰돈을 벌지는 못했다. 친남매나 다름없는 의주의 설득으로 땀 흘려 버는 돈의 가치를 알게 되었지만, 사채빚 오천만원은 그에게 너무나 무거운 짐이다. 그런 그에게 혜나의 할아버지는 레이디 캐슬의 수행 집사가 될 것을 권한다. 그리고 동찬의 마음속에는 엄청난 재산을 가진 혜나를 유혹 해 한 몫 챙기려는 야심이 싹튼다. “같은 주인공이라도 부자 역할을 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뛰어다니고 짐 나르는 장면이 너무 많아서 힘들다. 비타민도 챙겨먹고 있는데, 앞으로는 염소라도 달여 먹어야겠다. 하하하. 개인적으로 짐 캐리 처럼 연기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코믹한 작품인 만큼 보다 과장된 얼굴 표정으로 시청자들을 즐겁게 해 줄 계획이다.”

재벌 2세라는 배경을 감춘 따뜻한 인권변호사 이태윤, 정일우
재벌 2세답게 에는 태윤이 백마를 타고 등장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러나 정작 여자주인공인 혜나가 왕자님의 물질적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는 이상, 그의 무기는 재력이나 권세가 아니다. 인권변호사로서 뚜렷한 주관을 갖고 있으며 까칠한 와중에도 사랑 앞에서는 한없이 약해지는 예상치 못한 모습들이야말로 태윤의 진정한 매력인 셈이다. 게다가 혜나의 첫사랑과 너무나도 닮을 모습을 가진 그는 동찬의 라이벌이자 혜나의 왕자님이 된다. “재벌 2세라고는 하지만 인권 변호사역이다 보니 좋은 차를 타고 나오지는 않는다. 아, 그런데 옷은 좋은 걸 입더라. 하하하. 처음으로 정장을 입고 연기를 하게 되었는데, 쉬는 시간에 마음 편히 앉거나 할 수가 없어서 힘들다.”구두 디자이너를 꿈꾸는 소탈한 짠순이 여의주, 문채원
강산 그룹의 사모님인 미옥(윤예희)과 여고 동창이었으며, 당시에는 우월한 미모를 지녔던 것을 자부심으로 생각하는 엄마(권기선)와 단 둘이 살고 있는 의주는 동찬에게 친동생이나 다름없는 존재다. 억척스러운 짠순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구두 디자이너라는 꿈을 향해 매진하는 똑순이기도 하다. 언젠가부터 동찬을 향한 짝사랑의 마음을 키워가고 있으며, 동찬과 얽혀드는 혜나의 존재를 불안해한다. “지금껏 과도하게 여성적이거나 적잖이 점잖은 모습을 주로 보여 왔는데, 이번에는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여동생 같이 평범한 모습을 보여주게 되었다. 기본적으로 굉장히 밝고, 자신이 남들에게 어떤 매력으로 다가가는지 의식하지 않는 소탈한 인물이다. 웃는 장면이 많이 나와서 개인적으로도 기쁘고, 팬들에게도 단비 같은 작품이 될 것 같다.”

관전 포인트
배우들이 두드러지는 작품이지만, 제작진 역시 시너지가 기대되기는 마찬가지다. , , 등 멜로에 강한 윤은경, 김은희 작가와 , 등의 작품을 통해 특유의 휴머니티를 선보였던 지영수 감독의 만남은 ‘신데렐라 스토리’라는 다소 낡은 주제에도 불구하고 다른 방식의 해석을 예상하게 만든다. 더욱이 지영수 감독이 제작발표회에서 “모든 배우들이 캐스팅 1순위였다”고 만족감을 표한 만큼, 작가와 감독 그리고 배우들의 의기투합이 의 유쾌함과 의 따뜻함이 잘 섞인 정도의 드라마를 만들어 낼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이 증폭된다. 수목 드라마는 현재 절대적인 선두가 불분명한 상황. 영웅이 등장할 수 있는 난세는 이미 마련되어 있다.

글. 윤희성 (nine@10asia.co.kr)
사진. 채기원 (ten@10asia.co.kr)
편집. 장경진 (thre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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