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 에밀 쿠스트리차의 2008년도 작품 가 지난 7일 금요일 4시 30분 중앙시네마에서 첫 공개됐다. 16살 소년 차네는 할아버지와 함께 외딴 시골에서 살고 있다. 얼마나 외딴 시골이냐면, 마을 주민이라는게 차네, 할아버지, 할아버지를 내심 좋아하는 선생뿐이다. 어느 날 할아버지가 차네에게 말한다. “할애비가 죽으면 이 마을에 너 혼자 남을 거다. 이걸 꼭 약속해줘. 도시로 가서 소를 판 돈으로 세 가지를 가져와라. 첫째는 성당에 걸 성화, 둘째는 기념품, 그리고 너의 신부!”. 생전 처음 도시로 내려간 차네는 눈부시게 아리따운 야스나를 만나게 되고, 에밀 쿠스트리차식 시끌벅적한 소동에 빠져든다. 물론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세르비아 감독 에밀 쿠스트리차에 대해 잠깐 설명을 할 필요가 있겠다. 이 거구의 히피처럼 생긴 남자는 동유럽 특유의 ‘마술적 리얼리즘’으로 유명한 거장이다. 1985년작 으로 명성을 얻기 시작한 그는 이후 , , 등의 작품을 통해 세계적인 거장이 됐고, 1990년대 한국 영화광들 사이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감독 중 하나였다. 20여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한 우물을 파는 세르비아 거장의 자기 반복적 코미디 는 오는 8월 13일 개봉한다.

세르비아식 헛소동, 이제 좀 지겹지 않습니까?

물론이다. 에밀 쿠스트리차는 거장이다. 그의 전성기는 분명히 과 시절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그는 존경받는 작가다. 는 2004년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올랐고, 는 2008년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출품됐다. 그의 영화가 발전했냐고? 그에 대한 해답은 이거다. 그의 영화는 여전하다. 흥겨운 집시 음악이 시끌벅적한 가운데 정신 나간 세르비아 촌놈들은 매일매일 싸우거나 축제를 벌인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로켓 인간이 등장해도 아연질색할 필요 없다. 그거야말로 쿠스트리차 스타일의 마술적 리얼리즘이니까 말이다. 문제는 이 모든 시끌벅적함이 너무나 얄팍하고 겉돌아서 아무런 매력도 느껴지지 않는다는 거다. 요즘 쿠스트리차는 그저 관성으로 영화를 만드는 게 틀림없다. 똑같은 세계를 반복하면서 점점 성장하는 거장이 있는가하면, 아무런 고민 없이 똑같은 세계를 누차 반복하는 데만 재미 붙인 거장이 있다. 쿠스트리차는 확실히 후자다. 게다가 와 마찬가지로 이 영화의 사운드 트랙과 대사들도 도에 지나치게 시끄러워서 종종 귀를 틀어막고 싶다. 미안하지만 쿠스트리차와 집시 록 밴드 ‘노 스모킹 오케스트라’의 음악은 그냥 공연으로만 보는 게 낫다.

글. 김도훈 ( 기자)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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