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신상녀와 닥터몽은 친구 만들기에 바쁘다. M.net 에서 서인영은 그녀의 친구가 되겠다고 나선 12명 중에서 한 명을 고르기 위해 고심 중이고, 역시 M.net 에서 MC몽은 학과 공부 보다는 의대생도 모자라 간호대생까지 포섭하느라 바쁘다. 같은 듯 다른 이 두 프로그램에서 두 사람은 새로운 친구들을 만들며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포부로 출발했다. 그러나 친구가 한 명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저 애를 내 친구로 만들어야지’라는 목적달성식의 접근으로는 그와 내가 친구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 것이다. 그저 자연스레 곁에 있어서, 우연히 서로의 마음이 통해서처럼 인위적인 개입 없이 형성되는 것이 친구 관계다. 그처럼 재미 또한 억지로 만들려고 하면 할수록 자아내기 힘든 법. 이들의 친구 만들기와 학교 생활이 억지웃음 혹은 쓴 웃음을 짓게 하는지, 서인영이 카이스트에서 본 마지막 영어 시험이나 두혁이와의 마지막 만남에서처럼 자연스러운 재미와 감동을 만들 수 있는지 최지은 기자와 윤이나 TV평론가가 살펴보았다. / 편집자주

M.net ()는 지난해 큰 인기를 모았던 ()의 틀을 거의 그대로 이어받은 프로그램이다. 평소 공부나 지식과는 거리가 멀던 연예인이 엘리트 조직 안에 들어갔을 때 발생하는 좌충우돌 에피소드를 담는다는 콘셉트와 KBS ‘1박 2일’을 비롯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MC몽이 보여주었던 ‘무식한’ 캐릭터는 그런대로 괜찮은 조합처럼 보였다. 그래서 MC몽이 몇몇 의과대학에 면접을 보고 불안에 떨다 불합격 통보를 받는 초반 전개는 에서 이미 익숙해진 구성으로 다소 지루하긴 했지만 “고등학교 때 야구부보다 공부를 못해 꼴찌였다”고 털어놓거나 “아프리카가 나라 이름인지 대륙인지” 헷갈려 하는 MC몽의 모습은 리얼리티 쇼로서 이 또 다른 지점의 재미를 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보였다.

‘몽인다클럽’이 대표하는 MC몽 스타일그러나 현재 9회까지 방송된 은 지루하다. 결정적인 이유는 주인공인 MC몽과 의과대학이라는 공간의 부조화다. 물론 ‘1박 2일’을 통해 익히 알려진 대로 ‘리얼’에 유난히 의욕을 보이는 MC몽은 의대생으로 인정받기 위해 인체 206개의 뼈를 외우고 진지하게 ‘땡시험’에 임하며 해부학 실습수업을 견뎌내지만 사실 이 프로그램에서 중요한 것은 ‘의대’ 자체가 아니라 주인공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다. 카이스트 응원단에 들어갔던 서인영과 달리 MC몽이 ‘몽인다클럽’이라는 새로운 동아리를 만든 것은 둘 사이의 결정적인 차이를 보여주는 지점이다. 문제는 의대에 자신을 맞추는 대신 자신의 스타일로 분위기를 이끌어나가려는 MC몽의 의도가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자뻑과 자학을 오가는 MC몽식 개그는 강호동 같은 강력한 상대나 이승기 같은 절대 우위의 비교 대상, 혹은 은지원 같은 막무가내 콤비가 있을 때는 살아나지만 그가 단독 주인공인 에서는 거의 효과를 얻지 못한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팀 닥터가 꿈이라는 괴짜 1학년생 권병윤이 끊임없이 MC몽을 ‘갈구고’ MC몽의 여자친구 얘기를 서슴없이 꺼내 그를 당황시키는 순간이 이 프로그램에서 가장 리얼한 재미를 준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러나 에서 서인영 주위의 남학생들이 각자 뚜렷한 캐릭터와 긴장관계를 형성했던 데 비해 새로운 얼굴들이 산발적으로 등장했다 사라지는 은 또다시 MC몽의 원맨쇼가 될 수밖에 없다. 결국 서인영과의 만남이나 과외 학생들과의 대화 등 직접적으로 관련 없는 에피소드에 긴 시간을 할애하고 여학생과의 놀이공원 데이트, 단체미팅 주선 등 에 등장했던 이벤트들도 다시 가져와보지만 관계와 캐릭터 없이 상황만 있는 쇼에서는 화학반응이 일어나지 않는다. MC몽이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 프로그램이 끝난다는 제작진의 ‘엄포’에도 별다른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는 것은 시청자들 역시 그가 의대에 꼭 남아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게 잘되면 사람들이 아무도 얘기 안 해”“ 2라는 얘기는, 이게 잘되면 사람들이 아무도 얘기 안 해” 의 초반 기획회의 장면, 이 의 아류로 보이지 않겠냐며 걱정하는 MC몽에게 두 프로그램을 기획한 한동철 PD는 말했다. 그렇다. 지금 을 2로 여길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러기엔 재미와 존재감의 차이가 너무나 크다.
글 최지은

“우리들의 우정을 위하여!” 서인영이 직접 구한 신상하우스에 모인 서인영과 M.net (이하 )의 출연자들은 건배를 하며 함께 외친다. 하지만 여기서의 우리들은 그들 모두가 아니다. 서인영과,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한 명만이 이 ‘우정’의 주인공이다. M.net 로 어떤 상황에서도 당당하고 솔직한 자신의 캐릭터를 만들어내고, MBC ‘우리 결혼했어요’를 통해 전 국민에게 ‘신상’이라는 단어를 알렸던 서인영이 서바이벌 리얼리티 프로그램 로 돌아왔다. 친구를 공개모집해 그들 중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한 사람과 ‘절친’이 되는 것이다.

친구를 찾을수록 더욱 외로워지는 딜레마하지만 바로 이 서바이벌 리얼리티라는 프로그램의 형식에서부터 딜레마는 시작된다. 어떤 한 분야에 재능을 가진 사람을 찾는 여타 서바이벌 리얼리티 프로그램들과는 달리, ‘친구’에 대한 전문가 같은 것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의 규칙과 평가의 기준은 오직 서인영의 ‘촉’에만 의지하고 있다. 일례로 첫 회 우승자와 탈락자의 중요한 평가 기준 중 하나는 ‘구두’다. 신상친구들의 신발은 브랜드에서부터 구두 굽의 모양까지, 서인영의 기준에서 평가된다. 물론 구두가 최종 결정의 전부는 아니었지만, 이 의외의 기준을 통하여 신상친구들은 ‘서인영의 마음에 드는 것’만이 떨어지지 않는 유일한 방법임을 깨닫는다. 그래서 두 번째로 신상 친구들이 모였던 신상하우스에 서인영이 도착했을 때의 반응은 흡사 팬클럽의 그것과 같다. 출연자들에게 서인영은 무조건 잘 보여야 하고, 표정 하나, 손짓 하나까지 일일이 신경 써야 하는 존재이며, 나머지 신상친구들은 경쟁자다. 그렇기 때문에 출연자들은 개인사로 인해 프로그램 녹화에 참여하지 못한 다른 출연자를 ‘어쩔 수 없지만 공정성을 위해 탈락 시켜야 한다’고 말하고, 서인영이 없는 곳에서 한 사람을 따돌리는 행동을 서슴지 않는다. 이 이중성은 ‘쇼’를 보는 재미를 더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서인영의 ‘진정한’ 친구를 찾는 데는 장애물이 될 뿐이다. 경쟁이라는 형식은 를 선택의 권한을 가지고 있는 서인영을 향한 일방적인 감정표현의 장으로 만든다.

그나마 서인영의 매력마저 발휘될 시간이 없다는 것은 더욱 문제다. 신상친구 모두가 함께 있을 때의 서인영은 누가 어떤 행동을 하는지 지켜보는 관찰자의 역할을 하느라 솔직하고 거침없는 자신의 매력을 거의 드러내지 못한다. 서인영은 우승자가 결정되어 둘만 있는 시간을 갖기 전까지는 최선을 다해 공정하려고 노력한다. 신상하우스에서의 파티를 위해 장을 보느라 친구들 중 한 명을 선택할 때를 제외하고는, 서인영은 단 한 번도 미션이나 우승자에 대한 상의 형식이 아닌 방식으로 출연자들과 친구로서의 시간을 갖지 않았다. 서인영이 스스로 이 쇼의 주인공임에도 겉도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은 모두를 배려하느라 누구와도 친해질 수 없기 때문이다. 서서히 신상친구들 안에 친한 그룹이 생겨나고, 개인적으로 연락하며 시간을 갖는 등 그 안에서의 관계들이 드러나면서, 여전히 신상친구들에게 친구가 아닌 연예인으로서 찬양받고 있는 서인영은 그 안에서 한층 더 외로워 보인다.

구두는 신상, 친구는?

정신과 의사에게 친구들의 본래 성격을 알아내기 위한 상담을 받으며 서인영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찾고자 한 것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해 진심을 토로한다. 힘든 상황 속에서 기댈 수 있는 친구들이 모두 멀리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친구를 만드는 일에 대한 두려움을 깨고 한 발자국 나아가 친구를 찾기로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서인영은 정신과 의사와 카메라 앞에서는 말할 수 있었던 이 진심어린 고민을, 신상친구들 앞에서는 말하지 못한다. 신상친구들 역시 ‘서인영이 싫어하지는 않을까’하는 마음에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줄 수 없다. 지금의 는 서인영‘의’ 신상친구가 아니라, 서인영‘과’ 신상친구이다. 서인영은 과연 이 거리감을 좁히고, 대등한 관계로 신상친구들을 마주하며 그 안에서 ‘절친’이 될 만한 사람을 찾아낼 수 있을까. 오히려 깨닫게 되지 않을까. 구두는 ‘신상’이 좋을지 몰라도, 친구는 그 반대일수도 있다는 사실을.
글 윤이나

글. 최지은 (five@10asia.co.kr)
글. 윤이나 (TV평론가)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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