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유노윤호가 멋있어 보여.” 10초가량 침묵이 흐른 뒤, 나는 친구를 향해 싸늘하게 답했다. “너 이제 걔네 이름까지 외우고 다니냐?” 때는 2004년 봄이었다. 무려 86년생을 ‘맏형’으로 내세우고 강타 같은 예명이나 토니 같은 미국 이름도 아닌 네 글자짜리 이름을 가진 남자애들이 나와서 하루만 네 방의 침대가 되고 싶고, 너의 고양이가 되고 싶다는 낯간지러운 노래를 잘도 달콤하게 불러댔다. 동방신기라고 했다. 그리고 그 해 다른 수많은 누나들이 그랬듯 나 역시 곧 믹키유천의 해맑은 미소에 진로 고민과 취업난의 시름을 덜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관심은 서서히 줄어들었다. 그래서 내가 ‘허그’라는 명곡과 한 때 참 예뻤던 아이들 정도로 그들을 추억하게 되었을 무렵, 동방신기의 일본 활동이 궤도에 올랐다. ‘TOHOSHINKI’라는 이름으로 지금까지 일본에서 네 장의 앨범과 서른 장에 가까운 싱글을 발매한 그들의 활동에 대해 사실 나는 모두 알지 못한다. 오리콘 차트 1위나 앨범 판매량 역시 몇 개의 수치일 뿐 오히려 TOHOSHINKI의 흥미로운 점은 이들이 성장해온 과정 그 자체다. 무엇보다 ‘어째서 너를 사랑하게 되었을까(どうして君を好きになってしまったんだろう)나 ‘내일이 오니까(明日は來るから)’, ‘볼레로’ 처럼 아이돌 특유의 퍼포먼스 없이 보컬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노래들을 들을 때마다 나는 궁금해진다. 데뷔 초부터 스타덤에 올랐던 아이돌에서 출발한 그들이 대중의 기대 이상으로 춤과 노래와 작곡을 연마하고 일본 방송에 출연해 유창하게 이야기할 수 있게 되기까지의 시간을 지탱해 준 팀워크와 마인드는 과연 어디서 나온 것일까.

요즘 TOHOSHINKI는 5월에 시작된 일본 전국 투어의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7월 4, 5일에는 ‘꿈의 무대’라는 도쿄돔에서 마지막 공연을 갖는다. 한 때 내가 안방에서 우쭈쭈쭈했던 소년들이 이룬 꿈 치고는 비현실적일 정도로 놀라운 성과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꼭 그렇게 놀라운 일만은 아니다. 아이돌은 원래 꿈을 파는 직업, 단지 그들이 이룬 것이 남보다 좀 더 크고 새로운 꿈이었을 뿐이다.

글ㆍ사진. 최지은 (five@10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