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매님의 열렬한 팬이다. 어느덧 나도 모르게 자매님처럼 기름진 시선으로 보는 젊은 오빠들이 많아졌기 때문일까. 오랜 해외 생활에 때로는 익숙하지 못한 표현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부분도 있지만, 매주 너무도 열심히 보고 있다. 장황하게 십자매님에 대한 예찬론을 늘어놓은 이유는 ‘미드나잇 익스프레스’에서도 예쁜 오빠 때문에 시리즈를 소개하게 됐기 때문이다. 뉴욕 지역채널 WPIX에서 배급, 방송 되고 있는 (이하 )에서 영화 에서 봄직한 슬로우 모션으로 ‘진실의 검’ (The Sword of Truth)을 연일 휘두르며, 근육이란 근육은 자상히 다 보여주는 리처드 사이퍼(크레이그 어너)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헤라클레스와 제나의 뒤를 잇는다

는 태리 굿카인드의 소설 을 바탕으로 했다. 총 11편으로 이루어진 소설은 전 세계적으로 2,500만 부가 판매됐다. 하지만 내가 이 시리즈를 보기 시작한 이유는 90년대 인기 절정이었던 (Hercules: The Legendary Journeys)와 (Xena: Warrior Princess) 등 약간은 허술하면서도 발랄한 액션 어드벤처 시리즈가 그리웠기 때문이다. 여기에 당시 와 를 제작했던 영화 시리즈의 감독 샘 라이미와 의 미국판 리메이크 시리즈로 알려진 롭 태퍼트 등이 다시 제작을 맡았기 때문이기도 하다.헤라클레스 같은 아저씨 분위기의 주인공이나, 여전사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남성적인 제나 같은 캐릭터를 연상하고 봤으나, 악당들과 싸우는 장면이 시작되기도 전에 모든 게임은 끝나버렸다. 윗옷을 벗고 땀을 흘리며 열심히 장작을 패는 리처드의 모습에 그만 팬이 돼버리고 만 것이다. 는 소설의 캐릭터의 특성과 대략적인 스토리라인을 따르는 정도이기 때문에 원작과는 차이가 있다. 영화 과 비슷한 가상 세계를 바탕으로 한 이 시리즈는 일종의 서사시로 강력한 고대 마법으로 백성을 지배하려는 폭군 다큰 롤 (크레이그 파커)을 막기 위해, 예언에 따라 악을 찾아 멸할 수 있는 ‘시커’로 선택된 리처드와 그를 보호하고 지원해 주는 ‘컨페서’ 케일런 (브리짓 레이건), 마법사 제드 (브루스 스펜스) 등이 길고 험한 여정에 오르는 내용이다. ‘컨페서’는 인간 내면에 있는 사랑을 ‘컨페서’에 대한 사랑으로 증폭시켜 진실을 말하게 하는 것은 물론 그 사람을 조종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신비로운 인물이다.

팬서비스를 위한 노출, 노출, 노출

시리즈 중에는 리처드는 물론 케일런, 제드 등이 다큰 롤의 군사들과 싸우는 액션 장면들이 많지만, 마법이나 공룡 등 신비로운 생물들이 나오는 특수효과 장면들도 볼만하다. 물론 수억 달러를 투입한 할리우드 영화보다야 못하지만, 다른 미드에 비해 전혀 뒤지지 않는다. 특히 뉴질랜드에서 HD로 촬영됐기 때문에 자연 풍경들도 눈여겨 볼만하다. 에피소드 중에는 리처드와 케일런의 멋진 모습을 맘껏 구경할 수 있는 파일럿 에피소드 ‘예언’ 과 사람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소년을 그린 ‘리스너’, 다큰 롤의 여자 정예부대 모드시스를 첫 소개 한 ‘데나’, 그림 속으로 건물은 물론 사람까지 숨길 수 있는 화가를 다룬 ‘생츄어리’, 리처드에 대한 케일런의 사랑과 믿음을 잘 보여주는 시즌 피날레를 추천한다.

는 신디케이션 시리즈인데, 이는 메이저 방송국을 통하지 않고 지역 방송사에 일대일로 배급하는 방식을 뜻한다. 라이미와 태퍼트가 제작한 와 는 90년대 신디케이션 판타지 액션 드라마 장르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덕분에 유사한 시리즈가 우후죽순 생겨났고 그 식상함 때문에 2007년에는 장르 자체가 사라질 정도였다. 그러나 친구의 제안으로 시리즈를 접하게 된 라이미는 다시 신디케이션 시리즈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고, 지난 10여년간 수많은 영화화 제안을 거절한 소설가 굿카인드 역시 의 열혈 팬이었기에 시리즈화를 승낙했다. 편당 150만 달러가량의 비용이 소요되는 이 시리즈는 지속적으로 높은 시청률을 위해 빠짐없이 봐야 하는 연속극보다 매회 짧은 이야기를 끝낼 수 있는 형식으로 바꿨다. 또 팬들을 위해 리처드의 잦은 상반신 노출은 물론, 케일런의 가슴이 깊게 파인 의상 등 주인공들의 외모를 한껏 강조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얼마 전 총 22편으로 시즌 1을 마친 는 이미 시즌 2 주문을 받은 상태며, 시즌 1 전체가 재방송에 들어갔다.

글. 양지현 (칼럼니스트)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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