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성격을 도형으로 표현할 수 있다면 tvN 의 수사원 킴볼 조의 성격은 네모반듯할 것만 같다. 웃음이라고는 모르는 포커페이스는 물론이고, 패트릭 제인(사이먼 베이커)이 전화 한 통으로 살인사건 피해자의 아들을 동물원으로 불러내자 진지한 표정으로 “이제 당신을 의심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굳이 입 밖으로 꺼낸다. 이 개성 있는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가 한국계 팀 강이라는 사실은 국내 방영 전부터 화제가 되었고, 몇 몇 적극적인 네티즌들은 그의 작품 경력을 정리해 공유하기도 했다. 아래 인터뷰는 팀 강과 서면을 통해 진행한 인터뷰 전문이다. 비록 얼굴을 맞댄 인터뷰는 아니지만 주어진 질문에 하나하나 성실하게 답해준 팀 강 덕분에 예상보다 길고 풍성한 내용의 텍스트가 될 수 있었다. 이 인터뷰가 팀 강에 대한 궁금증 때문에 검색의 밤을 헤맨 독자들이 좀 더 그를 알 수 있는 기회가 되리라 믿는다.

가 미국에서 굉장한 인기를 끌었다. 본인도 이 시리즈가 이정도 인기를 끌 거라 예상했나.
팀 강: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깜짝 선물을 받은 기분이다.

“킴볼 조의 이야기는 아주 조금씩 드러날 것이다” 는 패트릭 제인의 원맨쇼에 가깝다. 잘못하면 다른 수사팀이 ‘기타 등등’으로 인식될 수도 있는데 다른 팀원들과 가장 차별을 두고 싶었던 부분이 있다면?
팀 강: 페트릭 제인의 쇼가 맞다. 성공 요인도 거기 있다고 본다. 나를 포함하여 CBI 수사팀은 조역일 뿐이다. 조역의 역할을 충실히 하는 것이 나에게 주어진 역할이다. 작가인 부르노 헬러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 시즌제 드라마를 쓸 때 작가는 10년 동안 계속된다는 전제 하에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고. 때문에 내가 맡고 있는 킴볼 조에 관한 이야기도 시청자들에게는 아주 조금씩 드러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신의 포커페이스는 매우 눈에 띈다. 캐릭터를 위해 일부러 설정한 것인가. 그리고 그렇게 얼굴에서 감정을 지우는 게 어렵지 않나. 예를 들어 웃음이 터져 나오는 걸 참아야 한다거나.
팀 강: 킴볼 조는 원칙주의자로 설정되어 있다. 그 동안 맡았던 역이 줄곧 변호사, 수사관, 의사 등이었기 때문에 어렵지 않았다. 첫 시즌을 마치고 종영파티에서 사회자가 “팀 강은 오늘 참석 못한다. 기네스북이 주는 ‘시즌 내내 한 번도 미소를 짓지 않은 최초의 배우’ 인증서를 받으러 갔다”고 농담을 할 정도였다.

굉장히 재미없는 농담, 가령 9회에서 팔에 화상을 입은 동료에게 ‘미이라다’라는 식의 농담을 툭 던지는 모습 때문인지 무뚝뚝하지만 차갑진 않다. 본인은 킴볼의 성격을 어떻게 생각하나.
팀 강: 킴볼의 매력은 농담도 진심으로 하는, 그 순진함에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6회에서 패트릭 제인과 내기를 하는데 킴벌은 진지하게 35센트를 거는 식이다. 그는 교과서적으로 수사를 하는 정통 수사관이지만 한편으론 페트릭 제인의 감과 사건을 풀어가는 치밀한 능력을 부러워한다. 즉 왜 자신은 제인이 본 사건의 실마리를 볼 수 없었나를 생각하며 더 나은 수사관이 되기를 다짐하는 식이다. 릭츠비의 경우 그레이스를 좋아하는데 그런 식의 멜로 라인이 욕심난 적은 없나.
팀 강: 없다. 그보단 작가들이 조금씩 킴볼이 왜 오늘의 그런 모습인가를 풀어내면 좋겠다. 그가 태어난 배경과 가정교육, 전쟁의 경험, 실패한 사랑 등을 끄집어 낼 수가 있을 것이다. 그 때 연기의 변화도 자연스레 따라올 것이라 생각한다.

“증권회사를 다니다가 배우가 되었다”

정확히 어떤 루트로 연기에 입문했고, 최초로 딴 배역은 어떤 것이었나.
팀 강: 대학을 졸업하고 증권회사를 다녔는데 회사 근처에 연극학교가 있었다. 무심코 들어가 등록을 하고 나서야 ‘내가 갈 길이 이거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다 하버드로 옮겨 ART(American Repertory Theatre) 에서 본격적인 연기 수업을 시작했다. 첫 배역은 베르톨트 브레히트 원작의 현대극 의 셋째 아들(Swiss Cheese) 역이었다. 갑자기 연기를 시작한 셈인데 혹 그 전에도 남 앞에 나서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었나.
팀 강: 비교적 그렇다. 고등학교 시절 보컬 그룹을 조직하여 리드 싱어로 나선 적도 있다. 운동을 할 때도 미식축구 같이 시선을 끄는 스포츠를 좋아했다.

에서 불에 타 죽은 귀신으로 등장하는 등 한 회 단역으로 출연한 적도 있는데 한 시리즈에서 고정으로 중요 역할을 한다는 건 특별한 경험일 것 같다. 배우 커리어에 있어 는 어떤 의미인가.
팀 강: 한 시리즈의 고정 출연은 일용직에서 정규직을 얻은 것이나 다름이 없다. 비유가 아니고 일 자체가 그렇다. 이제야 연기자로서 첫 발을 내 딛는 다는 기분이다. 더구나 시청률 1위의 팀의 일원이 된 것은 너무 감사한 일이다.

동양인,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할리우드에서 연기한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또 힘든 부분, 혹은 차별화된 부분이 있다면?
팀 강: 시청자들의 호감도나, 연기에 대한 평가는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기회가 많지 않다. 인종차별이라는 뜻이 아니다. 한국영화계에서 미국인이 할 수 있는 역할이 그렇게 많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라는 뜻이다. 가 시청률 1위가 되자 사이먼 베이커는 말할 것도 없고 릭츠비 역의 오웬, 반 펠트 역의 리게티 등 동료들은 20여 차례의 오디션 초청을 받았는데 나는 딱 한번 와 보라는 연락을 받았을 뿐이다.“최민식, 송강호 등 한국배우를 좋아한다”

본인 스스로 한국에 대해 민족적 동질감을 느끼는지 궁금하다. 또 .과거 에 출연했던 제임스 기선 리나 의 산드라 오, 최근 영화 에 출연한 존 조 등 한국계 배우의 진출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데 이들과의 민족적 유대감을 느끼는지도 궁금하다.
팀 강: 물론이다. 난 항상 한국 사람이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한국 사람이고 그들은 한국에 살고 있다. 이곳에서 일하는 한국계 배우들에 대해서는 같은 직업군에서 일하는 동료 배우로서의 유대감을 느낀다.

연세대 한국어학당에서 한국어도 배우고 한국 문화에도 많이 익숙하다고 알고 있는데 최근 한국 문화 콘텐츠, 가령 영화나 드라마 중 흥미롭게 본 것들이 있나.
팀 강: 최근 영화를 볼 기회는 없었지만, 최민식, 송강호 등을 좋아한다. 와 영화 를 통해 한국에서 상당한 인지도를 얻은 걸 알고 있나. 그리고 미국이 아닌 한국에서 인기를 얻는 것은 어떤 기분인가.
팀 강: 한국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니 참 감사한 일이다. 미국에 살다 보니 피부로 느끼지는 못한다. 그러나 한국 팬들을 생각해서라도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시즌 2를 비롯해 진행 중이거나 예정된 작업이 있다면?
팀 강: 7월 중순부터 시즌 2의 촬영이 시작 된다. 그 외에는 그 동안 하던 대로 Shell Oil과 AT&T의 광고 일을 계속할 거고.

마지막으로 독자들과 한국의 시청자들에게 인사를 부탁한다. 당신의 팬이 많다.
팀 강: 인터뷰 기회를 주어서 감사하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등 충격적인 고국의 소식을 들으며 마음이 아프다. 모든 일이 잘 마무리되기를 바라며 여러분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한다.

사진제공_tvN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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