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용모순처럼 들리겠지만, 팀 강은 익숙하게 낯선 느낌을 풍기는 사람이다. 쌍꺼풀 없이 살짝 끝이 쳐진 눈매와 편안한 콧날, 단단하게 자리 잡은 턱 선이 풍기는 지극히 동양적인 느낌과 단정하게 빗어 넘긴 헤어스타일, 눈으로 짐작하기에도 상당한 양감이 느껴지는 어깨근육은 요컨대 ‘교포 스타일’의 한 전형이다. 굳이 그의 유려한 영어 발음을 확인하지 않아도 사람들은 이미 몸에 배어 있는 이국의 흔적으로 그의 출신을 짐작하게 된다. 그래서인지 셔츠 차림으로 CBI 사무실에 앉아 있는 그의 모습은 종종 수사기관의 요원이 아니라 월스트리트의 경제인에 가까워 보이기도 한다. 그 역시 ‘교포 스타일’이 보여주는 하나의 아이콘이기 때문이다.
일본계, 중국계를 거쳐 한국계 용병으로
그러나 아무리 우리가 그에게서 낯선 느낌을 받는다고 해도, 미국 사람들의 눈에 그의 얼굴은 영락없는 동양인의 것이다. 이것은 그가 아무리 유창하게 영어를 구사한다고 해도, 그 사회에서 그의 입지가 ‘영어를 잘하는 동양인’에서 쉽사리 벗어날 수 없음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데뷔 초반 그의 필모그래피를 장식하고 있는 배역들은 무라카미, 왕, 요시히로, 첸과 같은 일본계 혹은 중국계의 이름들이었다. 배우가 반드시 출신 국가를 배역에 반영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가 영화 에서 데뷔 이래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았을 때 그 배역이 한국계 용병이었다는 점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배우로서 그의 존재감이 커질수록, 사람들은 그의 전사를 의식하게 된다. 그리고 그를 통해 관객들은 그가 동양 어디쯤에서 온 사람이 아니라 한국계임을 재삼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그렇지만 팀 강에게 ‘한국계’라는 굴레를 씌우는 것은 반가운 마음이 앞서는 고국의 팬들에게나 의미 있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드디어 CBS 의 주요 배역을 거머쥐었을 때, 팀 강이 떠올린 것은 거국적인 영광이나 감격이 아니었다. 다만, 그는 “일용직에서 정규직을 얻게 된 것”과 같다며 자신의 성과를 냉정하게 바라본다. 오히려 그가 지금 가장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캐릭터로서 그의 역할이 어떻게 발전하고 성장하는가의 문제다. 많은 인터뷰에서 그는 자신의 역할에 대해 “그 비하인드가 점점 더 드러나기를 기대한다”고 말하면서도 자신의 추측을 풀어놓는 것에 대해서는 신중을 기한다. 아직 킴볼 조에 대해 그가 알고 있는 것들은 우리가 갖고 있는 정보들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미신에 예민하고, 시계 선물을 받으면 웃기도 하고, 감정 표현을 할 때는 오직 이마와 미간의 주름만을 사용하며, 잠복을 하면서도 페이퍼백을 읽고, 반팔 셔츠를 선호하고, 어머니에게 스파 이용권을 선물하며, 소년원에 다녀온 적이 있다는 그런 것들. 제인 패트릭이 아니고서는 꿰어서 한사람을 완성하기에는 아직 턱없이 부족한 징후들 말이다.
익숙하고도 낯선 킴볼, 그리고 팀 강
사실 팀 강의 킴볼 조가 흥미로운 것은 그 캐릭터 자체가 전형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주로 수사물에서 동양인의 역할이란 ‘박사’에 국한되어 있었다. 그러나 킴볼 조는 사실상 CBI 팀에서 가장 남성적인 인물이다. 동시에 그는 시니컬한 태도를 유지하면서도 특유의 유머감각을 어색하지 않게 소화하고 있다. 주로 흑인 배우들이 전담하던 액션과 히스패닉 배우들이 구사하던 말장난을 하이브리드로 장착한 것이 킴볼 조의 정체인 것이다. 심지어 그는 팀에서 가장 냉철한 인물로, 패트릭 제인의 수사 능력을 인정하면서도 항상 그의 방식을 의심하고 쟁점을 환기하는 역할을 한다. 말하자면 주인공의 라이벌 쯤 되는 여성 캐릭터의 성격마저도 일부 차용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다시 한 번, 팀 강은 익숙하고도 낯선 인물이다. 그리고 그 지점이야말로 그의 출신 배경을 떠나서 우리가 그에게 주목하고 매료당하는 이유다. 그를 칭찬할 점이란 전혀 새로운 캐릭터를 누구보다 잘 연기해 내고 있다는 점, 그것 하나면 충분하다.
사진제공_tvN
글. 윤희성 (nine@10asia.co.kr)
편집. 장경진 (three@10asia.co.kr)
일본계, 중국계를 거쳐 한국계 용병으로
그러나 아무리 우리가 그에게서 낯선 느낌을 받는다고 해도, 미국 사람들의 눈에 그의 얼굴은 영락없는 동양인의 것이다. 이것은 그가 아무리 유창하게 영어를 구사한다고 해도, 그 사회에서 그의 입지가 ‘영어를 잘하는 동양인’에서 쉽사리 벗어날 수 없음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데뷔 초반 그의 필모그래피를 장식하고 있는 배역들은 무라카미, 왕, 요시히로, 첸과 같은 일본계 혹은 중국계의 이름들이었다. 배우가 반드시 출신 국가를 배역에 반영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가 영화 에서 데뷔 이래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았을 때 그 배역이 한국계 용병이었다는 점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배우로서 그의 존재감이 커질수록, 사람들은 그의 전사를 의식하게 된다. 그리고 그를 통해 관객들은 그가 동양 어디쯤에서 온 사람이 아니라 한국계임을 재삼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그렇지만 팀 강에게 ‘한국계’라는 굴레를 씌우는 것은 반가운 마음이 앞서는 고국의 팬들에게나 의미 있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드디어 CBS 의 주요 배역을 거머쥐었을 때, 팀 강이 떠올린 것은 거국적인 영광이나 감격이 아니었다. 다만, 그는 “일용직에서 정규직을 얻게 된 것”과 같다며 자신의 성과를 냉정하게 바라본다. 오히려 그가 지금 가장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캐릭터로서 그의 역할이 어떻게 발전하고 성장하는가의 문제다. 많은 인터뷰에서 그는 자신의 역할에 대해 “그 비하인드가 점점 더 드러나기를 기대한다”고 말하면서도 자신의 추측을 풀어놓는 것에 대해서는 신중을 기한다. 아직 킴볼 조에 대해 그가 알고 있는 것들은 우리가 갖고 있는 정보들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미신에 예민하고, 시계 선물을 받으면 웃기도 하고, 감정 표현을 할 때는 오직 이마와 미간의 주름만을 사용하며, 잠복을 하면서도 페이퍼백을 읽고, 반팔 셔츠를 선호하고, 어머니에게 스파 이용권을 선물하며, 소년원에 다녀온 적이 있다는 그런 것들. 제인 패트릭이 아니고서는 꿰어서 한사람을 완성하기에는 아직 턱없이 부족한 징후들 말이다.
익숙하고도 낯선 킴볼, 그리고 팀 강
사실 팀 강의 킴볼 조가 흥미로운 것은 그 캐릭터 자체가 전형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주로 수사물에서 동양인의 역할이란 ‘박사’에 국한되어 있었다. 그러나 킴볼 조는 사실상 CBI 팀에서 가장 남성적인 인물이다. 동시에 그는 시니컬한 태도를 유지하면서도 특유의 유머감각을 어색하지 않게 소화하고 있다. 주로 흑인 배우들이 전담하던 액션과 히스패닉 배우들이 구사하던 말장난을 하이브리드로 장착한 것이 킴볼 조의 정체인 것이다. 심지어 그는 팀에서 가장 냉철한 인물로, 패트릭 제인의 수사 능력을 인정하면서도 항상 그의 방식을 의심하고 쟁점을 환기하는 역할을 한다. 말하자면 주인공의 라이벌 쯤 되는 여성 캐릭터의 성격마저도 일부 차용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다시 한 번, 팀 강은 익숙하고도 낯선 인물이다. 그리고 그 지점이야말로 그의 출신 배경을 떠나서 우리가 그에게 주목하고 매료당하는 이유다. 그를 칭찬할 점이란 전혀 새로운 캐릭터를 누구보다 잘 연기해 내고 있다는 점, 그것 하나면 충분하다.
사진제공_tvN
글. 윤희성 (nin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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