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년 열리는 디지털 케이블TV 쇼는 그 해 케이블TV 업계에 있어 가장 중요한 화두가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는 자리다. 2007년의 가장 뜨거운 주제는 한미 FTA였고, 2008년에는 IPTV와의 경쟁이었다. 그리고 지난 6월 4일부터 7일까지 대전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에서는 ‘J:COM의 디지털화 전략(J:COM`s Digitalization Strategy)’과 ‘디지털 패러다임 변화와 소비자(Digital Paradigm Shift & Customer)’이 기조 연설이었던 것에서 알 수 있듯 디지털 케이블TV가 중요 화두였다.


그래서 디지털 케이블TV는 시청자에게 득일까, 실일까
J:COM의 도모유키 모리이즈미 회장.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의 디지털 전환에 대한 의지는 새로운 일이 아니다. 2007년부터 케이블협회는 DV라는 공동 브랜드로 디지털 케이블TV 홍보에 열을 올렸고 지난 3월 18일, 길종섭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길종섭 신임 회장은 올해 안에 이뤄야 할 가장 큰 사업으로 일반 케이블 가입자 30%의 디지털 전환을 꼽았다. 분명 디지털 케이블TV는 VOD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경쟁자인 IPTV와 맞설 가장 강한 카드다. 하지만 ‘디지털 패러다임 변화와 미래(Digital Paradigm Shift & Future)’에서 발제를 맡은 고정민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의 말대로 “디지털 패러다임 변화는 이미 많이 거론된 주제인데 2000년대 말에 웬 디지털 패러다임인가”라는 의문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중요한 건 ‘디지털 케이블TV란 무엇인가’가 아닌 ‘왜 지금 다시 디지털 케이블TV인가’이다.

행사 둘째 날, 연세대학교 강상현 교수가 사회를 맡고 서울산업대학교 최성진 교수와 한국여성민우회 강혜란 소장, 큐릭스 이덕선 대표, CJ미디어 윤석암 방송본부장, DTV코리아 최선욱 기획실장이 발제를 맡은 ‘왜, 디지털인가?’라는 주제의 컨퍼런스는 이 물음을 중심에 놓은 논의였다. 아마 많은 시청자들이 디지털 케이블TV로의 전환에 대해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은 그것이 의무인지 아닌지에 대한 의문일 것이다. 무엇보다 정부에서 말하는 2012년 12월 31일까지 방송을 디지털로 전환하겠다는 말 자체가 너무나 모호하다. 차라리 DTV코리아의 최선욱 기획실장이 말했던 것처럼 “2013년부터는 지상파 아날로그 방송을 볼 수 없다는 게 가장 정확한 표현”이다. 이것은 시청자는 지상파 콘텐츠를 보려면 디지털 TV를 구매해야 하고, 지상파 재전송이 가장 중요한 킬러 콘텐츠였던 케이블TV 역시 필수적으로 디지털로 전환해야 한다는 걸 뜻한다. 하지만 그 두 가지가 하나의 결과로 모이는 것은 아니다. 즉 시청자에게 디지털로의 전환은 필수적일지언정 디지털 케이블TV로의 전환이 필수적인 건 아니다. 케이블 가입자의 약 50%의 가입동기가 지상파 난시청 해소인 상황에서 지상파를 깨끗한 HD 화질로 볼 수 있으면 굳이 케이블 가입이 필요 없다고 여기는 시청자라면 그냥 지상파만 볼 수도 있다. 여기서 문제는 디지털 케이블TV로의 전환이 시청자에게 과연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느냐는 당위성의 차원으로 넘어간다.

왜 지금 다시 디지털 케이블TV인가

행사 기간 동안 3D 텔레비젼 시연(왼쪽) 등 다양한 전시도 개최되었다.
지상파의 디지털 전환의 문제점은 대략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먼저 TV 시청을 위해 아날로그 TV를 버리고 디지털 TV를 구매해야 한다면 강혜란 소장의 지적대로 경제능력 간 정보격차가 생길 수밖에 없다. 때문에 경제적 약자들이 정보로부터 소외되지 않을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해지고, 이 지점에서 디지털 정보를 아날로그로 변환해 송출할 수 있는 케이블의 역할이 중요해질 수 있다. 최성진 교수는 “기초 생활 수급자와 차상위 계층에게 디지털을 아날로그로 변환해서 보내는 작업에 2200억 원이 소요될 예정인데 차라리 그 역할을 케이블에 맞기면 그 돈을 디지털 전환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 주장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아무리 디지털로 전환한다고 해도 아파트를 비롯한 인위적 난시청 요소가 많은 상황에선 깨끗한 지상파 시청이 완전히 보장되지 않는단 사실이다. 때문에 깨끗한 HD 화질 시청을 위해서는 디지털 케이블TV나 스카이 라이프 같은 유료 다채널 플랫폼의 도움이 다시 필요해진다. 결과적으로 디지털 케이블TV는 지상파의 디지털 전환이라는 대세 안에서 대체재는 아니라 해도 보완재 역할을 해줄 수 있다.

결국 ‘왜 지금 다시 디지털 케이블TV인가’라는 질문은 100퍼센트 디지털 방송의 맥락 안에서 온전한 의미를 갖는다. 물론 그 답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중요한 건 이 질문이 늦게나마 공론장의 영역에 등장했다는 것이다. 정부와 업계, 그리고 시청자가 참여하는 논의에서 제시될 다양한 의견과 실천을 통해 2013년에 제출될 답안지에 우리는 어떤 답안을 써넣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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