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2학년생인 어린 아이가 살해당했다. 그런데 그 범인이 역시 겨우 초등학교 5학년생인 아이라고 한다면 믿어지는가. NTV (이하 )는 이 좀처럼 믿기지 않는 사건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사실 는 2분기 드라마 중 가장 기대 밖의 수작이다. 이토 미노루 작가의 동명 만화가 원작인 는 스타 파워를 내세운 드라마가 아니다. 주연을 맡은 이나모리 미즈미는 그 이름만으로 시청자의 눈길을 끌 수 있는 배우는 아니다. 그런데 는 약 14%의 평균 시청률을 기록하며 호평을 받고 있다. 늦게 방송을 시작한데다 예외적인 고공 시청률을 기록 중인 키무라 타쿠야의 을 제외하면 , 에 이어 이번 분기 시청률 탑 3에 든다. 그리고 이 인기는 초등학생이 초등학생을 살해했다는 자극적인 소재 때문이 아니다.

어느 날 사라진 아들, 어느 날 변해버린 아들

에는 두 가족이 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평범한 아침을 보낸 이들 앞에 엄청난 사건이 닥친다. 그리고 그 사건은 이들을 피해자와 가해자의 가족으로 갈라 놓는다. 먼저 피해자가 되는 키요탕(사토 시온)의 가족부터 보자. 키요탕에게는 시청에서 일하는 아빠 오자와 히데아키(사노 시로)와 전업 주부인 엄마 세이코(이타야 유카), 중학교 3학년생인 누나 미호코(카와시마 우미카)가 있다. 본명은 키요타카이지만 모두에게 애칭인 키요탕으로 불리는 초등학교 2학년생 꼬마는 나이 차가 나는 누나가 질투할 정도로 엄마, 아빠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키요탕은 밝은 성격에 특히 엄마를 잘 따르고 애교도 많은 아이다. 그런데 언제나와 다름 없는 모습으로 등교를 했던 키요탕이 어느 날 오후 집 앞에 가방만 놓아 둔 채 사라졌다. 하교 시간을 착각한 엄마가 오랜만에 만난 학부모와 점심을 먹고 조금 늦게 집에 돌아 온 사이 키요탕이 사라졌다. 그리고 그날 밤 사체로 발견된다.가해자인 노구치 토모야(카카즈 잇세이)는 초등학교 5학년생이다. 카페에서 파트 타임으로 일하는 주부인 토모야의 엄마 사츠키(이나모리 이즈미)는 언제부턴가 부모와 그다지 말을 섞지 않고 눈을 마주치지 않게 된 아들이 요즘 걱정이다. 그래서 남편인 카즈히코(야마모토 타로)에게 토모야와 캐치볼이라도 하면서 부자간의 대화를 해보라고 하지만 일이 우선인 남편은 늘 핑계만 대고 육아를 사츠키에게 떠넘기기 바쁘다. 하지만 사츠키는 이런 토모야의 변화를 그다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저 또래 아이들처럼 반항기가 온 것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강 건너 이웃 동네의 한 초등학생이 살해당했다는 뉴스를 들었을 때도 점점 흉악해지는 세상에서 다소 반항적이긴 해도 그저 아들이 살아있어 주는 것만으로 감사하다고 생각할 뿐이었다. 그런데 토모야가 그 사건의 범인이라니, 사츠키는 도저히 이 사실을 믿을 수가 없다.

아들이 살해당한 엄마, 아들이 살인자가 된 엄마

이 엄청난 사건은 두 가족의 일상을 송두리째 바꿔 놓는다. 키요탕의 엄마 세이코는 자신이 집에 없었던 탓에 키요탕이 죽은 거라고 자책한다. 부모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동생이 미워 없어져 버리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미호코 역시 충격을 받기는 마찬가지다.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 사랑하는 아들, 동생의 빈 자리 앞에 오자와 가족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 지 그저 막막할 뿐이다. 게다가 범인이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범인에 대한 어떤 정보도 알 수 없는 현실이다. 노구치 가족 역시 하이에나 같이 달려드는 매스컴과 살인자라고 손가락질 하는 주위의 시선 속에서 모든 것을 잃는다. 카즈히코는 회사에서 해고를 당하고 사츠키의 어머니와 여동생에게까지 사건의 여파가 전해진다. 이들은 평생 살인자의 가족이라는 주홍글씨를 가슴에 새기고 살아가야 한다. 의 이야기 속에서는 아들이 살해당한 엄마, 그리고 아들이 살인자가 된 엄마, 이 둘 중 어느 한 쪽의 아픔이 더 크다고 쉽사리 단언할 수 없다.

특히 사츠키에게 무엇보다 더 힘든 것은 토모야가 도대체 왜 그런 끔찍한 사건을 저질렀는지 모른다는 사실이다. 제 배로 낳아 기른 아들에게 자신이 전혀 알지 못하는 모습이 있었다는 사실은 사츠키에겐 발 밑이 무너지는 듯한 충격이었다. 처음엔 그런 토모야의 모습에 무서움을 느끼고 가해자의 부모에게 쏟아지는 비난에 절망한 사츠키였다. 하지만 그 어떤 상황이라 하더라도 토모야를 지켜줄 수 있는 이 역시 어머니인 자신과 가족밖에 없음을 깨달은 그녀는 늦었지만 다시 한 번 토모야와 제대로 마주하려 애쓴다. 그리고 결코 폭력적인 성향이 아닌 오히려 상냥한 성격의 토모야가 저지른 이 사건의 뒤에는 ‘초등학생이 초등학생을 살해했다’는 한 문장으로 결코 정리될 수 없는 이야기가 숨겨져 있었다. 는 이처럼 충격적인 소재를 택했지만 결코 말초적인 자극을 건드리는 드라마가 아니라 가장 보편적인 이야기인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 그리고 ‘가족의 의미’를 통렬하게 묻는 작품이다. 그리고 스타 배우 한 명 없이도 신중하고 날카로운 이야기의 힘 하나로 시청자의 가슴을 뒤흔드는 드라마다.

글. 김희주 (칼럼니스트)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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