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승은 씨를 보고 있자면 ‘사랑은 타이밍’이라는 말이 절로 떠오릅니다. 승은 씨가 단짝친구 민지(이청아)에게 “내가 니네 오빠하고 한번 사귀면 어때?”하고 슬쩍 운을 뗀 바로 그 순간에 문제의 ‘오빠’ 구동백(황정민) 씨는 한지수(김아중)와 계약연애를 체결 중이었다는 거 아닙니까. 승은 씨는 그 사실, 이때껏 몰랐죠? 그러니 시누이 자리 민지 혼자 쌍수를 들어 환영한들 버스 떠난 뒤 손 흔든 격이 된 거지 뭐에요. 저는 처음엔 ‘사귀어볼까?’가 그저 심심파적, 장난삼아 한 소리이겠거니 했어요. 그런데 지난 번 이삿짐 싸는 날 동백의 서랍에서 승은 씨가 고등학교 때 떠줬다는 털목도리가 나왔잖아요. 그거 보고 그제야 아뿔싸 했답니다. 다른 친구들은 한참 H.O.T며 젝스키스 같은 아이돌에 열광했을 시절에 순박하다 못해 촌스러운 동네 오빠에게 목도리를 떠서 선물했다면 그건 단순히 친구 오빠로서는 아니었다는 얘기니까요. 그처럼 꽈배기를 넣어가며 정성스레 뜬 목도리를 설마 아무에게나 줄 리가 있나요.
장고 끝에 둔 악수
승은 씨의 질투어린 시선과 우체국 퀸카 경애(연미주)의 요동치는 감정을 같은 맥락으로 보는 이들도 있던데 그건 정말 실례의 말씀이지요. 요즘 경애가 비누 냄새조차 향수 냄새로 느껴질 정도로 동백에게 꽂혔지만 그건 순전히 ‘한지수의 연인’이라는 꼬리표가 가져다준 마법일 뿐이라는 거, 승은 씨도 아시잖아요. 반면 승은 씨는 동백이라는 남자의 진가를 알아 본 처음이자 마지막 여자가 아니겠어요? 그런데 대체 왜 어언 십년이 다 가도록 자기 마음을 꽁꽁 감추고 있었던 겁니까? 하기는 어릴 때 열과 성의를 다해 좋아했던 연예인도 시간이 지나면 민망한 추억이 되듯 친구 오빠에게 품었던 풋풋한 연정도 유치하게 느껴질 수 있겠지요. 진실하기로 치자면 따라올 이가 없는 동백이지만, 요새 처자들이 호감을 가질만한 외모는 아닌데다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사회성도 한참 떨어지는 터라 이리 저리 재느라 세월 다 보냈지 싶은데, 아닌가요? 그러다 철이 들어가며, 세상 쓴 맛 좀 보게 되면서 차차 ‘이 오빠만한 사람도 없다’ 하게 된 거고요. 허나 장고 끝에 악수 둔다고 너무 망설이는 바람에 일을 그르쳤지 뭐에요.지수의 매니저 연경(전미선)은 6개월의 계약연애가 끝난 후의 대비책으로 승은 씨를 염두에 두는 모양이지만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물건도 아닐 진데 반품 받아 다른 사람에게 되팔 생각을 한다는 게 말이 된답니까? 더구나 톱스타 지수와 꿈결 같은 시간을 보낸 동백이 일상으로 돌아왔다고 이내 다른 여자에게 마음을 줄 리도 없고요. 하지만 그렇다면 김강모(주상욱)처럼 돈과 권력을 두루 갖춘 냉철한 남자에게 순정을 바친 지수가 평범하기 짝이 없는 동백과의 인연에 만족할리도 없잖아요? 물론 지수가 동백에게 의지하게 되면서 슬슬 삼각구도가 잡혀가긴 하겠지만, 지수의 마음이 온통 동백에게 옮겨 간다는 건 지나친 판타지이지 싶어요.
계속 그저 바라만 보다가 놓칠 거예요?
무엇보다 저는 동백에게 안하무인이던 지수를 도저히 잊을 수가 없습니다. 자신의 팬이면, 착하고 만만하면 그렇게 함부로 대해도 되나요? 남의 일상을 사정없이 뒤흔들어 놓고 진심어린 사죄는커녕, 생각나면 한 번씩 우체국을 방문해서 쇼나 한판 벌여주면 동백이 감격스러워 할 줄 알더라고요. 그리고 이거나 먹고 떨어지라는 식으로 돈 봉투까지 내밀었다니까요. 어디 그뿐인가요. 종로에서 뺨맞고 한강에서 화풀이 한다고 강모에게 상처 받은 화풀이를 왜 만날 애꿎은 동백에게 한답니까. 될 대로 되라는 심정에서 그런 거라지만 사람이 힘들 때 본성이 다 나오는 법이거든요.
지금은 사근사근해져서 백허그도 자청하고 난리지만 언제 다시 제 성격이 나올지 누가 알겠어요. 거기다 상철(백성현)이라는 지수 동생 녀석도 마음에 안 들어요. 지금은 강모에게 한방 먹이고자 동백 편에 섰다지만 무례하기로는 아주 그 누나와 쌍벽을 이룹디다. 이 오만불손한 남매에게서 동백을 탈출시킬 생각 없으세요? 이제와 동백의 마음을 잡는다는 게 쉽지는 않겠지만 그게 모두를 위한 최선책이 아닐까 싶어서요. 지난 번 동백이 지수에게 살면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자신의 암울한 삶에 대해 한탄을 하더군요. 그런데 말이죠. 구동백, 이 남자 진짜 바보입니다. 순진무구한 여고생에게서 손수 뜬 목도리를 선물 받았는데 그게 ‘아무 일’도 아니었다고요? 아무 일도 생기지 않았던 게 아니라 뭔 일이 생겨도 알아채지 못하는 눈치 없음이 문제였던 거잖아요. 그러게, 백날 옆구리 찔러 봐야 통 못 알아듣는 사람이 있더라고요. 만약 승은 씨가 좀 더 빨리 용기를 냈다면……. 그저 아쉽기만 합니다. 승은 씨도 그렇죠?
글. 정석희 (칼럼니스트)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장고 끝에 둔 악수
승은 씨의 질투어린 시선과 우체국 퀸카 경애(연미주)의 요동치는 감정을 같은 맥락으로 보는 이들도 있던데 그건 정말 실례의 말씀이지요. 요즘 경애가 비누 냄새조차 향수 냄새로 느껴질 정도로 동백에게 꽂혔지만 그건 순전히 ‘한지수의 연인’이라는 꼬리표가 가져다준 마법일 뿐이라는 거, 승은 씨도 아시잖아요. 반면 승은 씨는 동백이라는 남자의 진가를 알아 본 처음이자 마지막 여자가 아니겠어요? 그런데 대체 왜 어언 십년이 다 가도록 자기 마음을 꽁꽁 감추고 있었던 겁니까? 하기는 어릴 때 열과 성의를 다해 좋아했던 연예인도 시간이 지나면 민망한 추억이 되듯 친구 오빠에게 품었던 풋풋한 연정도 유치하게 느껴질 수 있겠지요. 진실하기로 치자면 따라올 이가 없는 동백이지만, 요새 처자들이 호감을 가질만한 외모는 아닌데다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사회성도 한참 떨어지는 터라 이리 저리 재느라 세월 다 보냈지 싶은데, 아닌가요? 그러다 철이 들어가며, 세상 쓴 맛 좀 보게 되면서 차차 ‘이 오빠만한 사람도 없다’ 하게 된 거고요. 허나 장고 끝에 악수 둔다고 너무 망설이는 바람에 일을 그르쳤지 뭐에요.지수의 매니저 연경(전미선)은 6개월의 계약연애가 끝난 후의 대비책으로 승은 씨를 염두에 두는 모양이지만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물건도 아닐 진데 반품 받아 다른 사람에게 되팔 생각을 한다는 게 말이 된답니까? 더구나 톱스타 지수와 꿈결 같은 시간을 보낸 동백이 일상으로 돌아왔다고 이내 다른 여자에게 마음을 줄 리도 없고요. 하지만 그렇다면 김강모(주상욱)처럼 돈과 권력을 두루 갖춘 냉철한 남자에게 순정을 바친 지수가 평범하기 짝이 없는 동백과의 인연에 만족할리도 없잖아요? 물론 지수가 동백에게 의지하게 되면서 슬슬 삼각구도가 잡혀가긴 하겠지만, 지수의 마음이 온통 동백에게 옮겨 간다는 건 지나친 판타지이지 싶어요.
계속 그저 바라만 보다가 놓칠 거예요?
무엇보다 저는 동백에게 안하무인이던 지수를 도저히 잊을 수가 없습니다. 자신의 팬이면, 착하고 만만하면 그렇게 함부로 대해도 되나요? 남의 일상을 사정없이 뒤흔들어 놓고 진심어린 사죄는커녕, 생각나면 한 번씩 우체국을 방문해서 쇼나 한판 벌여주면 동백이 감격스러워 할 줄 알더라고요. 그리고 이거나 먹고 떨어지라는 식으로 돈 봉투까지 내밀었다니까요. 어디 그뿐인가요. 종로에서 뺨맞고 한강에서 화풀이 한다고 강모에게 상처 받은 화풀이를 왜 만날 애꿎은 동백에게 한답니까. 될 대로 되라는 심정에서 그런 거라지만 사람이 힘들 때 본성이 다 나오는 법이거든요.
지금은 사근사근해져서 백허그도 자청하고 난리지만 언제 다시 제 성격이 나올지 누가 알겠어요. 거기다 상철(백성현)이라는 지수 동생 녀석도 마음에 안 들어요. 지금은 강모에게 한방 먹이고자 동백 편에 섰다지만 무례하기로는 아주 그 누나와 쌍벽을 이룹디다. 이 오만불손한 남매에게서 동백을 탈출시킬 생각 없으세요? 이제와 동백의 마음을 잡는다는 게 쉽지는 않겠지만 그게 모두를 위한 최선책이 아닐까 싶어서요. 지난 번 동백이 지수에게 살면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자신의 암울한 삶에 대해 한탄을 하더군요. 그런데 말이죠. 구동백, 이 남자 진짜 바보입니다. 순진무구한 여고생에게서 손수 뜬 목도리를 선물 받았는데 그게 ‘아무 일’도 아니었다고요? 아무 일도 생기지 않았던 게 아니라 뭔 일이 생겨도 알아채지 못하는 눈치 없음이 문제였던 거잖아요. 그러게, 백날 옆구리 찔러 봐야 통 못 알아듣는 사람이 있더라고요. 만약 승은 씨가 좀 더 빨리 용기를 냈다면……. 그저 아쉽기만 합니다. 승은 씨도 그렇죠?
글. 정석희 (칼럼니스트)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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