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1 밤 10시 트렌드도, 유용한 아이템도 아니다. 이것은 틀림없는 현실이며 어떤 사실보다도 진지하고 엄숙하게, 그리고 첨예하고 치열하게 다루어야 할 사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수의 언론은 지난 일주일 동안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감상적인 태도를 취해 왔다. 조문객들을 ‘관람객’으로 표현한 말실수에 꼬투리를 잡는 건 중요하지 않다. 애통해 가슴을 쥐어뜯는 사람들과 그 분의 모습을 병치시키며 자꾸만 추억, 혹은 비극으로 마무리 지으려 하는 안일한 보도 태도를 의심해야 할 때인 것이다. 오늘 역시 서거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귀향 후 그가 꿈꾸었던 삶, 측근을 통해 듣는 그의 못 다한 꿈, 그의 바보 같은 선택들의 의미, 그리고 그의 추모열기까지 할 수 있는 모든 이야기를 다 짚을 작정이란다. 그러나 진짜 이들이 추적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보고 또 봐 감정이 닳아 버릴 것 같은 영상의 반복이 아니라 60분 동안 의심하고 추궁해 밝혀내야 할 것을 찔러 내는지, 호랑이 눈을 뜨고 지켜 볼 일이다. 바로 KBS의 시사 프로그램이니까 말이다.

수퍼액션 밤 11시
인기 시리즈 의 주인공 형제들은 퇴마사다. 그리고 그들은 악마를 퇴치한다. 초자연적인 힘을 빌어서라도 악의 근원을 뿌리 뽑고 싶은 것은 어느 사회, 어느 시대에서나 통용되는 소망이다. 그래서인지 이 시리즈는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인기 시리즈답게 오늘 방송되는 4시즌의 5번째 에피소드는 특별히 흑백으로 촬영되었다. 마치 이 때때로 할로윈을 기념하는 옴니버스 에피소드를 방송 하듯, 팬서비스 차원에서 제작된 이 에피소드는 심지어 ‘드라큘라 백작’에 대한 이야기다. 사랑을 이루고픈 망상에 빠진 사이코 드라큘라에게 붙잡힌 여성을 구해내는 딘과 샘 형제의 활약이 흑백영상 속에서도 특유의 유머를 동반한 채 펼쳐진다.

MBC 밤 12시
무엇이 영웅을 만드는가. 오늘 에서 소개되는 미국의 자발적 히어로들을 본다면, 그것은 아마도 측은지심과 솔선수범의 순수한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현재 미 전역에서 약 200여명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 영웅들은 평소에는 각자 가정의 일원으로 평범한 생활을 하고 있다가 자신의 힘이 필요한 순간이 되면 복장을 갖춰 입고 현장으로 출동을 한다. 스판덱스 의상을 입고 자선 행사 흥행을 돕는 영웅이 있는가하면, 뉴욕에는 집 없는 아이들에게 음식을 나눠주는 영웅이 있고, 식물을 가꾸는 영웅, 바다 쓰레기를 치우는 영웅도 있다. 대가를 바라지 않고 타인과 공동체를 돕고자 하는 그들의 행동은 분명 숭고한 것이다. 그러나 오늘 방송의 분석은 아마 그 원인을 9.11로 결론지을 것 같다. 과연 그들의 도움이 미국이라는 ‘우리’의 울타리 바깥에서도 유효할 수 있을까.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방송이 예상된다.

글. 윤희성 (nin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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