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는 사회 전반 뿐 아니라 방송계에도 커다란 여파를 미쳤다. 지상파 3사는 MBC , KBS , SBS 등 간판 예능 프로그램을 결방하고 다큐멘터리와 영화 등으로 대체 편성했다. 또한 MBC 과 KBS , SBS 등 주중 예능 프로그램들 역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거행되는 29일까지 방송이 전면 중단된다.

노 전 대통령의 고향인 김해 봉하마을을 비롯해 전국 각지의 분향소에 이미 수십만 명의 조문객이 다녀간 가운데 온라인에서는 참여 정부의 마지막 100일을 담은 MBC 2부작 다큐멘터리 ‘대한민국 대통령’과 퇴임 후 봉하마을에서의 평화로운 일상을 담은 KBS ‘대통령의 귀향 – 봉하마을 3일간의 기록’ 등의 프로그램에 대한 수요가 점점 늘고 있다. 2008년 2월 21일 ‘1부-청와대 사람들’과 2월 23일 ‘2부-대통령으로 산다는 것’이라는 부제를 달고 방송된 ‘대한민국 대통령’은 청와대 관저 내부 촬영은 물론 노 전 대통령으로부터 듣는 재임 중의 고뇌와 소회 등 다양한 모습이 담겨 있으며 iMBC 홈페이지에서 유료 결제를 통해 볼 수 있다. 역시 2008년 5월 3일 방송된 ‘대통령의 귀향 – 봉하마을 3일간의 기록’은 자연인으로 돌아가 전국에서 찾아온 관광객들을 반갑게 맞이하는 노 전 대통령의 모습을 담아 호평을 받았으며 KBS 홈페이지에서 다시 볼 수 있다.

공공의 적이 된 KBS이에 시청자들은 해당 프로그램 홈페이지에 재방송 요청 글을 올리거나 방송사에 전화로 재방송을 요청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방송사는 특별한 움직임이 없는 상태다. 이에 KBS 프로듀서 협회는 25일 “누가 KBS를 공적(公賊)이 되게 하고 있나?”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 이러한 사측의 태도를 강력히 비판했다. 성명서의 일부를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토요일 오후, 등 오락프로그램을 긴급 대체 편성한 MBC와는 달리 KBS는 오락프로그램을 그대로 내보냈다. KBS 홈페이지 게시판에 시청자들의 비난이 쏟아지자 일요일부터는 일부 프로그램을 대체 편성하기 시작했으나, 이 과정에서도 역시 웃지 못 할 일이 벌어졌다. 저녁 오락 프로그램 시간에 재방송이 나가기로 결정되자, 제작진은 지난해 5월 같은 프로그램에서 방송된 ‘대통령의 귀환 – 봉하마을 3일의 기록’편이 나가는 것이 좋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편성본부에서는 이 편은 후에 내겠다며, 같은 프로그램의 다른 방송분을 편성했다. 그러나 편성이 다시 바뀌어 이마저 방송되지 못하고, 코미디 영화 이 방송됨으로써 시청자들의 거센 비난을 자초하고 말았다. 지난 토요일, 제작팀은 다음날인 일요일에 긴급방송을 하기로 결정하고, PD를 급파해 취재를 진행했다. 그런데 편성에서는 일요일 밤 8시 시간에 뉴스특보를 내기로 했다고 통보해왔고 취재는 하루 만에 중단됐다. 하지만 8시 뉴스특보가 취소되면서 시간에는 ‘차’와 관련된 내용이 긴급 편성돼 방송됨으로써, MBC와 SBS가 서거관련 뉴스를 하는 시간에 KBS는 1,2TV 모두 이를 외면하는 결과를 낳았다. 팀은 전 대통령 서거를 취재하고도 엉뚱한 이유로 인해 방송하지 못한 것이다.”

최근 봉하마을 현장에 KBS 중계차가 접근하지 못했을 만큼 KBS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누적되고 있다는 사실과 KBS 조직 내에 확산되고 있는 무기력과 냉소주의에 대해서도 언급한 이 성명서는 “국민의 정서와 국민의 생각을 반영하지 못하는 공영방송의 앞날은 너무나 뻔하다”는 우려를 내보이고 있다. 한편, MBC 편성국 관계자는 ‘대한민국 대통령’ 재방송 계획에 대해 “현재까지는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글. 최지은 (five@10asia.co.kr)
편집. 장경진 (thre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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