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목 저녁 11시 5분
안영미의 발견. 지난주와 이번 주 의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이자 웃음 포인트는 무대에서 사우나로 자리를 옮긴 ‘분장실 강 선생님’ 콤비였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나 나 모두 텔레비전 프로그램이지만 사실 공개 코미디와 버라이어티는 시공간을 오가는 의 ‘워프’를 통하지 않고는 만나기 힘든 다른 차원의 무대다. 수많은 코미디언들이 아예 버라이어티에 진출하지도 못했고, 했다 하더라도 매우 드물게 적응했다. 이 때문에 이런 코미디언들의 외출은 항상 궁금증을 유발한다. 그리고 터져 나오는 웃음 속에서 확인한 세 가지 사실. 안영미는 그녀의 스타일이나 성격 상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적응할 수 있는 자질을 갖고 있다는 점. 강유미는 확실히 내성적인 연기파 코미디언이란 점. ‘분장실 강 선생님’의 안영미의 캐릭터가 자기 자신을 극화했을 것이란 추측에 확신을 심어준 것이다. 발랄한 에너자이저 신봉선을 수많은 카메라 앞에서도 경직하게 만드는 여자 선배의 존재. 나이나 경력이 뒤바뀐 여자 선후배의 미묘한 기운을 웃음으로 만들어내더니, 침묵 개그를 구현 중이신 박명수가 그나마 한마디 거들 때마다 “저 오빠 뭐야” “오빠, 웃어주는 것도 영광인줄 알아” 같은 싸늘하게 내던지는 리액션. 너털웃음으로 개그의 마침표를 찍는 어색함만 고친다면 의 가후도 무릎을 칠 처세술과 제갈공명도 울고 갈 책략을 거름 삼아 면박과 아부, 약육강식과 적자생존의 각박함을 살린 안영미의 개그를 당분간 보고 또 보고 싶어질 것이다.
글 김교석

MBC 수-목 밤 9시 55분
이준희(권상우)가 맥없이 사망하자 오대산(권상우)은 늘 그래왔듯 깜깜한 서울 하늘을 향해 포효함으로써 결의를 다지고 인생 2막에 뛰어든다. 인간이 극에서 극으로 변신한다는 흥미로운 설정, 그러나 최근 SBS 에서 구은재(장서희)의 스펙터클한 변신에 열광했던 시청자의 눈에 별반 바뀐 것도 없고 바뀌려 하지도 않는 ‘대산의 유혹’은 밋밋할 뿐이었다. 게다가 밤을 새워 외국어 공부를 하지도, 생손톱을 뽑지 않고도 소피아 어패럴에 입사한 오대산은 특유의 동대문 시장적 친화력으로 사원들에게 다가서고 동대문 시장 리모델링 관련 기획안을 내 보라는 중대한 미션에는 그동안 알고 지냈던 상인들의 고충을 들어 참고한다. 그동안 의 취약점이었던 ‘극적인 진부함’은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르러야 하는 12회에서도 반복되었는데, 문제는 주인공들이 너무 쉽게 간다는 것이다. 서유진(윤아)이 물건 파는 건 어렵지만 오대산이 ‘뻐꾸기’ 날리는 건 백발백중이고, 대신 강 회장에게 디자인을 인정받은 서유진은 소피아 어패럴에서 일하게 된다. 이렇듯 동대문의 치열함도 대기업의 높은 벽도 느껴지지 않는 전개는 미니시리즈가 아니라 일일 드라마의 갈등 해결 수준이다. 코미디라고 하기엔 재미가 없고 정극이라면 카리스마가 없는 장세은(한은정)과 엘레강스 최(이병준)의 어정쩡한 캐릭터 역시 디자이너라는 직업에 대한 이 작품의 접근이 얼마나 어설펐나를 확인시켜줄 뿐이다. 비교적 생기 있는 코믹 연기를 보여주는 마이산(정우)조차 뜬금없이 장세은과 실랑이를 벌이다 오대산의 개인정보를 잔뜩 흘리고 가며 그를 위기에 빠뜨리는 고리로만 소비되는 방식은 의 명대사 “진보한 패션은 박수를 받고, 진부한 패션은 외면당합니다”를 떠올리게 했다. 드라마도 마찬가지다.
글 최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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