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1 목 밤 7시 30분
어느 날 TV에서나 보던 스타가 갑자기 우리 반 교실에 등장한다. 은 스타의 모교 방문기다. 휘발성이 강한 기억은 과거를 예쁘게 포장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학창시절의 아릿한 향수를 찾아 떠나는 프로그램과는 다르다. 모교를 찾은 스타는 ‘일일선생님’이 되어 후배들에게 인생에 대한 가르침을 주고 교감을 나눈다. 선배로서 23년 만에 모교인 동아 고등학교를 찾은 홍록기는 후배들에게 성공하라고 웅변하는 대신 ‘카르페 디엠’을 외치는 로빈 윌리엄스처럼 다가갔다. 교탁에 탁 걸터앉은 선생님. 잘 노는 형이자 친구처럼 이끌어주기도, 다독여주기도 하면서 지금을 재밌게 살라고 한다. 수줍은 아이들에게 용기를 주는 프로젝트를 실행하고, 콤플렉스를 장점으로 승화시켜 이겨내라고 말한다. 학교에서의 캠핑과 라면 끓여먹기 같은 추억을 선물해주고, 어색하고 쑥스러운 친구들 앞에 장기자랑을 하는 기회를 통해 자신감을 심어준다. 터놓고 말할 대나무 숲이 필요한 후배들을 위해 누구보다 치열한 그들의 고민을 하나하나 들어주고 마음의 해결책을 제시해준다. 전설적인 선배 홍록기는 예능감이 전혀 없는 후배들을 이끌고 웃음을 만들랴, 눈물부터 인생의 교훈까지 뽑아내기 위해 종횡무진 활약했다. 삐딱하게 생각하면 우리가 그 시절에 정말 그렇게 힘들었고, 중대한 결정을 하며 보냈는지 궁금해지지만 아이들 입장에선 생각지도 못했던 선물임에는 틀림없다. 수업을 하루 안 해도 됐을 거고, 연예인 록기 형과 선후배지간으로 하루를 보낼 수 있었으니까. 인생은 인상적인 한순간에 많은 것이 좌우된다고들 하지 않는가.
글 김교석

tvN 목 밤 12시
의 무대는 길이다. 게스트와 MC들은 택시라는 ‘좁고 닫혀있는 공간’에 모여 앉아 ‘열려있는 길’ 위를 함께 달린다. 이 조합이야말로 정비된 세트장에서 진행되는 토크쇼들은 흉내 낼 수 없는 만의 정체성을 만든다. 해가 쨍쨍한 낮을 달릴 때보다 비 오는 밤을 달릴 때 감상적이게 되기 마련인데, 이 프로그램은 게스트들의 순간적 감상을 자유롭게 허하고 공유한다. 자신의 명칭처럼 ‘현장’에 충실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감정이입을 잘하는 이영자야말로 이 토크쇼에 적합한 MC라고 할 만하다. 어제 ‘김승우&오만석’편의 길은 공연을 하러 가는 대낮의 출근길이었다. 그래서 센티멘털하기보다는 장난스럽고 기운차다. 영화배우인 김승우가 뮤지컬을 하면서 겪었던 애환이나 뮤지컬배우인 오만석이 드라마를 하며 느꼈던 감상 같은 것을 오래 다루는 대신 MC 공형진과의 친분 관계를 바탕으로 한 개그나 편안한 잡담 등에 주목한다. 물론 그 이유가 오로지 ‘대낮 출근길’에 있단 건 아니다. 그저 는 그 어떤 토크쇼보다 현장의 여러 상황들에 영향을 많이 받는 프로그램이고, 그걸 생각하며 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란 거다. 같은 길이라도 그 날의 날씨에 따라 생김새가 달라지는 것처럼 사람도 마찬가지다. 그날, 그 시간, 그 날씨, 그 길이 아니었다면 그들은 시청자들에게 다른 얘기를 들려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걸 상상해보면 재미있지 않은가!
글 정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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