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속 ‘원색이 되고 싶은 무채색’ 은수의 삶에서 삐죽 도드라진 선배 하나가 있었다. 출근할 때마다 칼로리를 줄줄 꾀면서도 자기 돈으로는 커피 한잔 빼먹지 않고, 빡빡한 일에는 은근히 말을 돌려 스리슬쩍 빠져버리곤 하던 그 밉상 선배. 그런데 그 선배가 마냥 얄밉기만 하지 않았던 건 누군가에게 내가 바로 그런 선배일수도, 내 곁에 정말 그런 선배가 있을 수도 있겠다는 기시감 때문이었다. 지독히 뻔한 표현인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 없는’ 그 장선배가 바로 뮤지컬 배우 오나라다.
뮤지컬계에서는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이라고 불리지만, 3년째 아이들을 위한 KBS 에 출연하는 것에 대해서도 “정말 불가사리를 비롯해서 안 해본 동물이 없는데 언제 이런 연기를 해보겠어요. 며칠 전 어린이날에는 홍길순으로 변신해서 액션연기도 선보였어요. 너무너무 재밌어요”라고 환하게 웃는다. 그녀는 그렇게 자신에게 주어진 작은 것 하나까지 최선을 다하고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다. “워낙 답답한 것을 못 참아서 해보고 싶었던 것들이나 궁금한 것들은 직접 다 해봐야 되는 성격”의 오나라가 선택한 뮤지컬은 바로 .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역시 덧붙인다. “극중 ‘오로라’라는 캐릭터 이름 때문에라도 이 역할은 정말 꼭 해보고 싶어요. 하하”
경북 안동에 위치한 안동이씨 종갓집에는 경마-주식-다단계 3종세트로 속을 썩이던 종손 ‘썩을 놈’ 석봉이(이석준, 정준하)와 기둥뿌리 뽑아가며 공부시켰더니 데모에 참여해 집안에서 유일하게 전과자 신세가 된 ‘죽일 놈’ 주봉이(정동화, 김동욱) 두 형제가 있다. ‘호적에서 파버리자’며 종친들이 혀를 내두르던 두 형제는 어머니의 죽음 이후 꼬장꼬장하고 고집만 센 아버지와 3년째 연을 끊고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의 부고소식을 접하고서야 안동에 내려오게 되고 매일 ‘코브라 트위스트’를 걸면서 싸우기에 급급하던 두 형제는 부모님의 감춰진 진실을 알게 되면서 화해하게 된다. 자지러지게 웃다가 머리가 띵해져올만큼 눈물을 쏙 빼놓는 이 작품은 지난 제3회 에서 극본상과 작사작곡상을 수상했다.“의 장유정 연출하고는 도 같이 했지만 저랑 코드가 잘 맞는 것 같아요. 이 작품은 감동도 있지만, 그 안에서 재미 역시 놓치지 않거든요. 그리고 뮤지컬 중에서 온 연령대를 커버할 수 있는 작품들이 흔치 않은데, 는 모든 세대를 아우를 수 있겠더라구요. 상중에 벌어지는 일인만큼 한국 정서에도 잘 맞는 것 같고, 해외에 나가도 신기해하면서 사람들이 좋아할 것 같아요.” 요즘에는 쉽게 볼 수 없는 요란한 곡소리와 마지막을 수놓는 꽃상여 등의 전통적인 장례절차들이 형제의 이야기와 함께 펼쳐지며 극을 단단하게 조여 준다. “특히나 그 중에서 ‘오로라’ 캐릭터를 너무 해보고 싶어요. 오로라는 형제를 이어주는 미스터리하고 섹시한 변호사로 등장하는데, 2막에서는 나이와 감정의 변화를 물 흐르듯 보여주는 엄마로 등장하거든요. 그런 부분들이 저에게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여배우들이라면 한번쯤 모두 탐을 낼 것 같아요.” 종친의 B-boy에 열광하던 1막이 끝난 후, 관객들의 훌쩍이는 소리로 객석을 가득 차게 만들었던 2막 어머니의 독백과 아버지의 담담한 유언이 떠올라 울컥한다.
최근 오나라는 1년 3개월 만에 뮤지컬 로 돌아왔다. “1년 넘게 공백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이 작품만 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더라”라고 웃을 만큼 그녀와 는 샴쌍둥이처럼 붙어있다. 지금까지 그녀가 만난 ‘훈남의 계보’ 김종욱만 해도 엄기준, 오만석, 김무열, 김재범, 김태한 등 10명이 훌쩍 넘는다. 이제는 어떤 배우가 와도 다 맞출 수 있는 노하우가 생긴 것 같다며 환하게 웃던 그녀의 다음 작품은 오래간만에 2007년 초연 멤버들이 함께하는 뮤지컬 다. 다시 만나는 나난, 수헌, 동미, 정준이 2년 사이 어떤 변화들을 겪으며 성장했을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올 하반기에는 뮤지컬 무대 외에도 전혀 다른 곳에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지금 로맨틱 코미디 작품 중에 너무 하고 싶은 배역이 있어서 오디션을 보고 있거든요. 어떻게 될지 모르겠고 안 되도 성격상 크게 좌절하거나 하진 않을 테지만, 저 정말 너무너무 하고 싶어요. (웃음) 전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이잖아요. 하하”
‘난 니가 싫어’
“얘기하면 다들 아~하고 기억하실꺼에요.” 어릴 때부터 명석한 동생만 챙긴다고, 장남인 형만 챙긴다고 으르렁대기 바빴던 형제가 안동에 도착하자마자 아버지의 영정사진 앞에서 또 싸운다. “‘난 네가 기뻐하는 일이라면~’이라고 시작되는 영화 의 주제곡을 패러디 한 건데 정말 너무 적절하게 잘 들어가 있어요. 형제가 둘이 막 싸우다가 노래를 부르는데, 그런 상황에서는 록이라들지 좀 센 코드의 노래가 나올 법도 한데 발라드를 부르거든요. 반전이 있어서 너무 기억에 남아요.” 싸우면서도 특유의 R&B 선율과 과장된 몸짓이 관객들로 하여금 웃음을 자아내는 장면이다. 36살 형과 31살의 동생은 나이가 들어도 ‘내 과자 뺏어먹고, 내 구슬 뺏어갔다’며 투닥거리고 그 모습은 영락없는 어릴 적 우리 남매의 모습을 그대로 닮았다.
사진제공_스토리피
글. 장경진 (three@10asia.co.kr)
뮤지컬계에서는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이라고 불리지만, 3년째 아이들을 위한 KBS 에 출연하는 것에 대해서도 “정말 불가사리를 비롯해서 안 해본 동물이 없는데 언제 이런 연기를 해보겠어요. 며칠 전 어린이날에는 홍길순으로 변신해서 액션연기도 선보였어요. 너무너무 재밌어요”라고 환하게 웃는다. 그녀는 그렇게 자신에게 주어진 작은 것 하나까지 최선을 다하고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다. “워낙 답답한 것을 못 참아서 해보고 싶었던 것들이나 궁금한 것들은 직접 다 해봐야 되는 성격”의 오나라가 선택한 뮤지컬은 바로 .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역시 덧붙인다. “극중 ‘오로라’라는 캐릭터 이름 때문에라도 이 역할은 정말 꼭 해보고 싶어요. 하하”
경북 안동에 위치한 안동이씨 종갓집에는 경마-주식-다단계 3종세트로 속을 썩이던 종손 ‘썩을 놈’ 석봉이(이석준, 정준하)와 기둥뿌리 뽑아가며 공부시켰더니 데모에 참여해 집안에서 유일하게 전과자 신세가 된 ‘죽일 놈’ 주봉이(정동화, 김동욱) 두 형제가 있다. ‘호적에서 파버리자’며 종친들이 혀를 내두르던 두 형제는 어머니의 죽음 이후 꼬장꼬장하고 고집만 센 아버지와 3년째 연을 끊고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의 부고소식을 접하고서야 안동에 내려오게 되고 매일 ‘코브라 트위스트’를 걸면서 싸우기에 급급하던 두 형제는 부모님의 감춰진 진실을 알게 되면서 화해하게 된다. 자지러지게 웃다가 머리가 띵해져올만큼 눈물을 쏙 빼놓는 이 작품은 지난 제3회 에서 극본상과 작사작곡상을 수상했다.“의 장유정 연출하고는 도 같이 했지만 저랑 코드가 잘 맞는 것 같아요. 이 작품은 감동도 있지만, 그 안에서 재미 역시 놓치지 않거든요. 그리고 뮤지컬 중에서 온 연령대를 커버할 수 있는 작품들이 흔치 않은데, 는 모든 세대를 아우를 수 있겠더라구요. 상중에 벌어지는 일인만큼 한국 정서에도 잘 맞는 것 같고, 해외에 나가도 신기해하면서 사람들이 좋아할 것 같아요.” 요즘에는 쉽게 볼 수 없는 요란한 곡소리와 마지막을 수놓는 꽃상여 등의 전통적인 장례절차들이 형제의 이야기와 함께 펼쳐지며 극을 단단하게 조여 준다. “특히나 그 중에서 ‘오로라’ 캐릭터를 너무 해보고 싶어요. 오로라는 형제를 이어주는 미스터리하고 섹시한 변호사로 등장하는데, 2막에서는 나이와 감정의 변화를 물 흐르듯 보여주는 엄마로 등장하거든요. 그런 부분들이 저에게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여배우들이라면 한번쯤 모두 탐을 낼 것 같아요.” 종친의 B-boy에 열광하던 1막이 끝난 후, 관객들의 훌쩍이는 소리로 객석을 가득 차게 만들었던 2막 어머니의 독백과 아버지의 담담한 유언이 떠올라 울컥한다.
최근 오나라는 1년 3개월 만에 뮤지컬 로 돌아왔다. “1년 넘게 공백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이 작품만 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더라”라고 웃을 만큼 그녀와 는 샴쌍둥이처럼 붙어있다. 지금까지 그녀가 만난 ‘훈남의 계보’ 김종욱만 해도 엄기준, 오만석, 김무열, 김재범, 김태한 등 10명이 훌쩍 넘는다. 이제는 어떤 배우가 와도 다 맞출 수 있는 노하우가 생긴 것 같다며 환하게 웃던 그녀의 다음 작품은 오래간만에 2007년 초연 멤버들이 함께하는 뮤지컬 다. 다시 만나는 나난, 수헌, 동미, 정준이 2년 사이 어떤 변화들을 겪으며 성장했을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올 하반기에는 뮤지컬 무대 외에도 전혀 다른 곳에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지금 로맨틱 코미디 작품 중에 너무 하고 싶은 배역이 있어서 오디션을 보고 있거든요. 어떻게 될지 모르겠고 안 되도 성격상 크게 좌절하거나 하진 않을 테지만, 저 정말 너무너무 하고 싶어요. (웃음) 전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이잖아요. 하하”
‘난 니가 싫어’
“얘기하면 다들 아~하고 기억하실꺼에요.” 어릴 때부터 명석한 동생만 챙긴다고, 장남인 형만 챙긴다고 으르렁대기 바빴던 형제가 안동에 도착하자마자 아버지의 영정사진 앞에서 또 싸운다. “‘난 네가 기뻐하는 일이라면~’이라고 시작되는 영화 의 주제곡을 패러디 한 건데 정말 너무 적절하게 잘 들어가 있어요. 형제가 둘이 막 싸우다가 노래를 부르는데, 그런 상황에서는 록이라들지 좀 센 코드의 노래가 나올 법도 한데 발라드를 부르거든요. 반전이 있어서 너무 기억에 남아요.” 싸우면서도 특유의 R&B 선율과 과장된 몸짓이 관객들로 하여금 웃음을 자아내는 장면이다. 36살 형과 31살의 동생은 나이가 들어도 ‘내 과자 뺏어먹고, 내 구슬 뺏어갔다’며 투닥거리고 그 모습은 영락없는 어릴 적 우리 남매의 모습을 그대로 닮았다.
사진제공_스토리피
글. 장경진 (thre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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