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금 밤 10시 55
‘사랑’이라는 단어는 보통명사지만, 매년 5월이 되면 고유명사가 된다. 지난 3년간 삶 속의 다양한 ‘사랑’의 모양을 드러내 보여주는데 집중했던 은, 4년을 맞이하는 올해, 입양과 싱글맘, 장애와 같은 이야기들까지 ‘사랑’ 안으로 끌어들이며 그 품을 넓혔다. 8일 방영된 `풀빵 엄마‘ 최정미 씨의 이야기는 지금까지의 을 통해 만났던 사연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세상 속에서 싱글맘으로 삶 속에서 감당해야 했던 아픔들까지 함께 녹아있다. 최정미 씨가 ’소원이나 희망, 바람 같은 것이 아닌, 의무이자 책임‘으로라도 살아남아 은서와 홍현이를 지켜줘야 하는 이유는, 그녀만이 아이들을 지켜줄 수 있는 ’단 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런 엄마의 마음을 아는 아이들은 엄마가 나을 수 있게 해달라고 매일 밤 기도한다. 주인공과 같은 싱글맘으로, 눈물을 삼키며 내레이션을 읽어 내려가는 허수경의 목소리 역시 가슴을 울린다. 가정의 달, 어디에서나 가족과 사랑에 대해 말하는 이 시기에 TV 속에도 ‘사랑’이 있다. 2007년에 엄마가 되고 싶은 꿈을 품었던 엄지공주 윤선아 씨가 기적 같은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해, 올해 육아의 기록을 남기게 된 것처럼, 내년 이맘때에도 을 통해 살아남은 ‘풀빵엄마’ 2편을 다시 만날 수 있기를. 쉽게 진심이 의심받고, 기적을 만나기 힘들어진 세상이지만, 최정미 씨가 스스로의 다짐처럼 살아남는다면, ‘사랑’이라는 이름의 기적을 믿고 싶어질 것 같다.
글 윤이나



SBS 토 밤 11시 10분
근래 SBS 의 주제는 새로운 이슈를 만들기보다 최근 뉴스에서 부각된 사안을 심층 취재하는 식으로 선정되고 있다. 지난 9일 방송된 ‘고3 임산부 혜원이의 선택’ 편은 4월 초 한 여고생의 영아 유기 사건에서 착안했음이 분명해 보였다. 혜원(가명) 양이 자신의 임신 사실을 학교에 알린 것은 아기의 건강도 지키고 학교도 다니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학교 측은 학생의 품위와 다른 학생들이 받을 나쁜 영향을 이유로 자퇴를 종용했다. 결국 그녀는 남자친구까지 고발하겠다는 으름장에 못 이겨 학교를 그만뒀고, 지금은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신청한 상태다. 제작진은 혜원 양의 사례에 다른 미혼모들의 인터뷰를 곁들여 문제를 부각시킨 뒤, 청소년 지원 산부인과를 지정하고 교내에 여학생 수유실을 설치하는 등 학생의 출산 지원을 법제화한 대만의 사례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학교에 다니고 싶다는 혜원 양의 호소에 귀 기울이며 교육권 문제를 제기한 접근은 좋았다. 하지만 “학업 중단은 빈곤으로 이어지므로 출산과 학업을 보장하는 것이 훗날의 사회적 비용부담을 예방하는 길”이라는 MC의 종결 멘트는 아쉬웠다. 아주 짧게 소개되기는 했지만, 혜원 양과 친구가 스스럼없이 태아의 상태를 묻고 답하는 장면은 10대 학생들도 임신과 출산이라는 예외적 상황을 차분히 받아들일 능력이 있음을 보여주었다. 혜원 양을 내친 학교 측의 근거가 ‘학생들을 위해서’였다면, 임신한 학생을 ‘포용해야 할 사회적 관리대상’이라며 변호하기보다는 그 친구들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고 설득력 있는 반론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글 김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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