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하, 정말요? 그럼 정말 뽑을 곡이 많은데..” 농담반 진담반으로 ‘운전할 때 듣는 음악’을 추천해달라고 말하자, 이수근은 웃음부터 터뜨렸다. 나무 자르기부터 집짓기까지 못하는 것이 없는 ‘국민 일꾼’, 혹은 이제는 버스까지 운전할 줄 아는, 못하는 운전이 없는 코미디언. KBS 의 ‘1박 2일’은 그의 이미지를 그렇게 바꿔 놓았다. “처음 버라이어티 쇼를 시작할 때는 어떻게든 사람들 눈에 띄어 보려고 튀는 행동들을 했었어요. 그런데 방송을 보면 오히려 그런 모습이 다 편집됐더라구요. 그래서 스트레스 때문에 원형 탈모까지 걸릴 정도였어요. 그랬던 제가 버라이어티 쇼에 완전히 적응할 수 있었던 건 ‘1박 2일’ 때문이었죠.” ‘1박 2일’의 출연자들은 끊임없이 그를 격려했고, 특히 이수근을 “착실하고 열성적인 후배”라며 ‘1박 2일’에 추천했던 강호동은 “거친 파도를 경험한 뱃사공만이 훌륭한 뱃사공이 될 수 있다”고 이수근에게 용기를 북돋아 줬다고. “‘1박 2일’은 모두가 함께 만들어나가는 쇼에요. 저는 거기서 다른 사람들의 여백을 메워줄 수만 있어도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수근의 겸손 뒤에는 수많은 시련을 극복케 했던 인내와 노력이 있었다. 그는 개그맨으로서는 너무 멀쩡한 얼굴 때문에 심사위원으로부터 “얼굴이 밋밋하다”는 말을 들으며 개그맨 시험에서 떨어지기도 했고, 신인 개그맨 시절 돈이 없어 값싼 포장육 족발로 국물을 끓여 먹기도 했다. KBS 의 ‘고음불가’ 같은 히트 코너는 그런 힘든 생활 속에서 나왔다. ‘1박 2일’에서 처음에는 ‘일꾼’과 ‘운전’으로, 그 다음에는 자신의 개그를 이용한 상황극으로, 다시 ‘1박 2일’의 나영석 PD가 “강호동의 드센 리더십을 보완해주는, 안정적인 느낌이 있다”고 할 만큼 일정부분 MC까지 하게 된 것은 그의 포기하지 않는 꾸준함이 빚은 결과다. 그리고, 그는 최근 ‘1박 2일’의 동료 은지원이 피처링한 ‘갈 때 까지 가보자’를 발표하며 과거 이루지 못했던 가수에도 다시 도전했다. ‘1박 2일’에서 운전을 하며 여행지에 도달하듯 차근차근, 그리고 꾸준히 가는 예능인의 인생. 그런 이수근이 듣는 음악들.
1. 김건모의
“무명 시절 정말 많이 들었던 노래에요.” 이수근은 그가 운전하며 듣는 음악의 첫 번째 곡으로 김건모의 ‘잠못드는 밤 비는 내리고’를 꼽았다. ‘잠못드는 밤 비는 내리고’는 김건모의 데뷔곡. 이 노래를 시작으로 김건모-김창환 콤비는 수많은 히트곡을 발표하며 1990년대 한국 대중음악계 최고의 히트메이커로 자리매김 했다. “개그맨이 되려고 서울에 올라왔는데, 뭐 기반이 있어야죠. 월세 8만 원짜리 작은 옥탑방 하나에서 병만이(개그맨 김병만)하고 같이 사는데, 비가 올 때마다 그렇게 처량한 느낌이 들 수가 없더라구요. 그럴 때 이 노래를 들으면 기분이 얼마나 복잡하던지. 그래서 지금도 비 오는 날 운전하면서 이 노래를 들으면 여러 생각들이 스쳐가요.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그 때 그 시절이 있었으니까 내가 이만큼이라도 왔다는 걸 확인하게 되는 노래이기도 하죠.”2. 브랜뉴데이의
이수근이 두 번째로 고른 노래는 여성 3인조 그룹 브랜드 뉴 데이의 EP앨범 에 수록된 ‘살만해’. 요즘 가요계의 추세인 일렉트로니카적인 사운드에 한국적인 멜로디를 섞어 대중적인 히트를 노린 곡이다. 이수근이 이 노래를 꼽은 이유는 가사 때문. “‘살만해’라는 게 반어적인 표현이에요. 애인과 헤어져서 마음이 너무 아픈데 그래도 살만하다는 거죠. 노래에서 ‘벨소리에 그대가 자꾸 들려’라는 부분이 있는데 그게 참 사람 마음을 쳐요. 운전할 때 너무 깊게 감정에 빠지는 것도 좋지는 않지만, 이 노래는 적당히 비트가 있어서 리듬을 느끼면서 운전을 할 수도 있구요. ‘1박 2일’ 말고도 종종 운전을 하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할 때가 있는데 이런 음악이 그럴 때 적당한 BGM 역할을 하는 거 같아요.”
3. 먼데이키즈 이진성의
‘갈 때 까지 가보자’를 발표하고, 음악 개그 ‘고음불가’를 한데서 알 수 있듯, 음악은 그의 오랜 관심사다. 그의 연예계 데뷔 역시 강변가요제에 ‘동대문 남대문’이라는 듀오로 참가하면서부터. “음악에 대해 아주 많이 알거나 하지는 않아요. 다만 음악은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할 수 있는 수단이잖아요. 저도 제 이야기를 음악으로 표현하고 싶어요.” 그래서 그는 부른 사람의 감성이 잘 녹아든 노래를 선호한다. 먼데이키즈로 유명한 이진성의 ‘sorry’를 꼽은 것도 이 때문. “듣자마자 마음에 확 오는 노래가 있잖아요. ‘sorry’가 바로 그런 느낌이었어요. 제가 이진성씨처럼 잘 부를 수는 없지만 운전할 때 이 곡을 들으면 있는 힘을 다해서 따라 부르기도 할 만큼 좋아해요.”
4. 뜨거운 감자의
“지원이나 승기나 몽이(MC몽) 노래도 골라야 하는데, 운전하면서 잘 듣는 음악이니까 김C 형 노래를 고를게요. 하하.” 이수근은 뜨거운 감자의 ‘비 눈물’을 꼽으며 다른 멤버들에게 사과부터 전했다. 유독 가수출신이 많은 ‘1박 2일’의 가수들 중 누군가의 노래를 고르는 일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나 보다. 그중 고른 뜨거운 감자의 는 한국적인 모던록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모던록의 느낌에 한국 특유의 서정성을 실었다. “김C 형의 노래는 목소리에 우울함이랄까, 그런 감정들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 같아요. 그렇다고 곡 전체가 막 우울한 건 아니구요. ‘비 눈물’은 그 목소리 뒤로 상쾌한 느낌 같은 게 있어요. 비가 막 그친 뒤에 나뭇잎에 물방울이 맺힌 숲을 걷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요? 그런 느낌을 상상하면서 차를 몰면 기분이 좋아지죠.”5. 무한궤도의
“‘그대에게’만큼 신나는 음악이 얼마나 더 있겠어요?” 신해철, 정석원 등이 참여했던 그룹 무한궤도의 ‘그대에게’는 발표된 지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듣고, 따라 부르는 곡이다. 이수근은 KBS 에서 실제로 신해철과 ‘그대에게’를 ‘고음불가’ 버전으로 불러보기도 했고, ‘고음불가’ 자체가 신해철의 모습을 보고 영감을 얻은 것이었다고. “예전에 영화 라고 에 출연하던 코미디언들이 나왔던 코미디 영화가 있었어요. 거기서 차에 탄 상태로 퀸의 ‘Bohemian rhapsody’를 신나게 부르는 모습이 있는데, 그걸 한국에서 한다면 ‘그대에게’를 부르면서 해야 하지 않을까요? 일반 도로에서 그렇게 하면 안 되겠지만, 한적한 곳에서 ‘1박 2일’ 멤버들하고 ‘그대에게’를 그렇게 부르면 진짜 재밌을 거 같아요. 물론 운전은 제가 하구요.”
“성실하게 한 발자국씩 앞으로 나가고 싶어요”
5곡에 대한 이야기를 모두 들은 뒤 이수근에게 앞으로의 활동 계획을 물었다. 인기 버라이어티 쇼의 멤버이자 가수에까지 도전한 그의 목표가 무엇인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지금 이대로만 유지해도 고맙죠. 너무 꿈이 없어 보이나요? 하하. 하지만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만 해도 많은 분들의 도움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수근의 겸손은 결코 현상 유지만을 바란다는 의미는 아니다. 언젠가는 자신의 코미디 연기와 음악 등에 대한 관심을 살릴 수 있는 새로운 쇼를 해보고 싶다는 것이 이수근의 꿈. 또한 언젠가는 개그를 잘하는 후배들을 도울 수 있는 기회도 마련하고 싶다고 한다. “코미디로 자리를 잡고, 결혼을 하고, 아이가 건강하게 잘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제 꿈은 이미 이뤄진거나 다름없어요. 앞으로는 더 가치 있는 것을 찾아서 해야 하겠죠. 그 때까지 성실하게 한 발자국씩 앞으로 나가고 싶어요.”
글. 강명석 (two@10asia.co.kr)
하지만 이수근의 겸손 뒤에는 수많은 시련을 극복케 했던 인내와 노력이 있었다. 그는 개그맨으로서는 너무 멀쩡한 얼굴 때문에 심사위원으로부터 “얼굴이 밋밋하다”는 말을 들으며 개그맨 시험에서 떨어지기도 했고, 신인 개그맨 시절 돈이 없어 값싼 포장육 족발로 국물을 끓여 먹기도 했다. KBS 의 ‘고음불가’ 같은 히트 코너는 그런 힘든 생활 속에서 나왔다. ‘1박 2일’에서 처음에는 ‘일꾼’과 ‘운전’으로, 그 다음에는 자신의 개그를 이용한 상황극으로, 다시 ‘1박 2일’의 나영석 PD가 “강호동의 드센 리더십을 보완해주는, 안정적인 느낌이 있다”고 할 만큼 일정부분 MC까지 하게 된 것은 그의 포기하지 않는 꾸준함이 빚은 결과다. 그리고, 그는 최근 ‘1박 2일’의 동료 은지원이 피처링한 ‘갈 때 까지 가보자’를 발표하며 과거 이루지 못했던 가수에도 다시 도전했다. ‘1박 2일’에서 운전을 하며 여행지에 도달하듯 차근차근, 그리고 꾸준히 가는 예능인의 인생. 그런 이수근이 듣는 음악들.
1. 김건모의
“무명 시절 정말 많이 들었던 노래에요.” 이수근은 그가 운전하며 듣는 음악의 첫 번째 곡으로 김건모의 ‘잠못드는 밤 비는 내리고’를 꼽았다. ‘잠못드는 밤 비는 내리고’는 김건모의 데뷔곡. 이 노래를 시작으로 김건모-김창환 콤비는 수많은 히트곡을 발표하며 1990년대 한국 대중음악계 최고의 히트메이커로 자리매김 했다. “개그맨이 되려고 서울에 올라왔는데, 뭐 기반이 있어야죠. 월세 8만 원짜리 작은 옥탑방 하나에서 병만이(개그맨 김병만)하고 같이 사는데, 비가 올 때마다 그렇게 처량한 느낌이 들 수가 없더라구요. 그럴 때 이 노래를 들으면 기분이 얼마나 복잡하던지. 그래서 지금도 비 오는 날 운전하면서 이 노래를 들으면 여러 생각들이 스쳐가요.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그 때 그 시절이 있었으니까 내가 이만큼이라도 왔다는 걸 확인하게 되는 노래이기도 하죠.”2. 브랜뉴데이의
이수근이 두 번째로 고른 노래는 여성 3인조 그룹 브랜드 뉴 데이의 EP앨범 에 수록된 ‘살만해’. 요즘 가요계의 추세인 일렉트로니카적인 사운드에 한국적인 멜로디를 섞어 대중적인 히트를 노린 곡이다. 이수근이 이 노래를 꼽은 이유는 가사 때문. “‘살만해’라는 게 반어적인 표현이에요. 애인과 헤어져서 마음이 너무 아픈데 그래도 살만하다는 거죠. 노래에서 ‘벨소리에 그대가 자꾸 들려’라는 부분이 있는데 그게 참 사람 마음을 쳐요. 운전할 때 너무 깊게 감정에 빠지는 것도 좋지는 않지만, 이 노래는 적당히 비트가 있어서 리듬을 느끼면서 운전을 할 수도 있구요. ‘1박 2일’ 말고도 종종 운전을 하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할 때가 있는데 이런 음악이 그럴 때 적당한 BGM 역할을 하는 거 같아요.”
3. 먼데이키즈 이진성의
‘갈 때 까지 가보자’를 발표하고, 음악 개그 ‘고음불가’를 한데서 알 수 있듯, 음악은 그의 오랜 관심사다. 그의 연예계 데뷔 역시 강변가요제에 ‘동대문 남대문’이라는 듀오로 참가하면서부터. “음악에 대해 아주 많이 알거나 하지는 않아요. 다만 음악은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할 수 있는 수단이잖아요. 저도 제 이야기를 음악으로 표현하고 싶어요.” 그래서 그는 부른 사람의 감성이 잘 녹아든 노래를 선호한다. 먼데이키즈로 유명한 이진성의 ‘sorry’를 꼽은 것도 이 때문. “듣자마자 마음에 확 오는 노래가 있잖아요. ‘sorry’가 바로 그런 느낌이었어요. 제가 이진성씨처럼 잘 부를 수는 없지만 운전할 때 이 곡을 들으면 있는 힘을 다해서 따라 부르기도 할 만큼 좋아해요.”
4. 뜨거운 감자의
“지원이나 승기나 몽이(MC몽) 노래도 골라야 하는데, 운전하면서 잘 듣는 음악이니까 김C 형 노래를 고를게요. 하하.” 이수근은 뜨거운 감자의 ‘비 눈물’을 꼽으며 다른 멤버들에게 사과부터 전했다. 유독 가수출신이 많은 ‘1박 2일’의 가수들 중 누군가의 노래를 고르는 일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나 보다. 그중 고른 뜨거운 감자의 는 한국적인 모던록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모던록의 느낌에 한국 특유의 서정성을 실었다. “김C 형의 노래는 목소리에 우울함이랄까, 그런 감정들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 같아요. 그렇다고 곡 전체가 막 우울한 건 아니구요. ‘비 눈물’은 그 목소리 뒤로 상쾌한 느낌 같은 게 있어요. 비가 막 그친 뒤에 나뭇잎에 물방울이 맺힌 숲을 걷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요? 그런 느낌을 상상하면서 차를 몰면 기분이 좋아지죠.”5. 무한궤도의
“‘그대에게’만큼 신나는 음악이 얼마나 더 있겠어요?” 신해철, 정석원 등이 참여했던 그룹 무한궤도의 ‘그대에게’는 발표된 지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듣고, 따라 부르는 곡이다. 이수근은 KBS 에서 실제로 신해철과 ‘그대에게’를 ‘고음불가’ 버전으로 불러보기도 했고, ‘고음불가’ 자체가 신해철의 모습을 보고 영감을 얻은 것이었다고. “예전에 영화 라고 에 출연하던 코미디언들이 나왔던 코미디 영화가 있었어요. 거기서 차에 탄 상태로 퀸의 ‘Bohemian rhapsody’를 신나게 부르는 모습이 있는데, 그걸 한국에서 한다면 ‘그대에게’를 부르면서 해야 하지 않을까요? 일반 도로에서 그렇게 하면 안 되겠지만, 한적한 곳에서 ‘1박 2일’ 멤버들하고 ‘그대에게’를 그렇게 부르면 진짜 재밌을 거 같아요. 물론 운전은 제가 하구요.”
“성실하게 한 발자국씩 앞으로 나가고 싶어요”
5곡에 대한 이야기를 모두 들은 뒤 이수근에게 앞으로의 활동 계획을 물었다. 인기 버라이어티 쇼의 멤버이자 가수에까지 도전한 그의 목표가 무엇인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지금 이대로만 유지해도 고맙죠. 너무 꿈이 없어 보이나요? 하하. 하지만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만 해도 많은 분들의 도움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수근의 겸손은 결코 현상 유지만을 바란다는 의미는 아니다. 언젠가는 자신의 코미디 연기와 음악 등에 대한 관심을 살릴 수 있는 새로운 쇼를 해보고 싶다는 것이 이수근의 꿈. 또한 언젠가는 개그를 잘하는 후배들을 도울 수 있는 기회도 마련하고 싶다고 한다. “코미디로 자리를 잡고, 결혼을 하고, 아이가 건강하게 잘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제 꿈은 이미 이뤄진거나 다름없어요. 앞으로는 더 가치 있는 것을 찾아서 해야 하겠죠. 그 때까지 성실하게 한 발자국씩 앞으로 나가고 싶어요.”
글. 강명석 (two@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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