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어 액션을 할 때 무서워하는데, 그 때마다 주변에서 저러다 즐기면서 하게 될 거라고 말해요. 몇 번은 무섭다고 소리 지르다 그 다음엔 자기가 신나서 더 하자고 한다고.” KBS 에서 김하늘은 영화 에서 자신이 액션 연기를 소화하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했다. 처음에는 두렵다고 하지만 결국엔 어떻게든 하는 것. 그건 김하늘이 지난 14년의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방식이기도 했다. 모두가 김하늘을 SBS 와 의 청순가련한 이미지로 생각할 때 그는 영화 와 로 코미디 연기를 소화했고, 모두가 김하늘에게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을 기대할 때 MBC 에서 불륜에 빠진 여성에 도전했으며, 그 뒤에는 SBS 로 까칠하고 직선적인 오승아를 연기했다. “처음에는 우는 연기가 힘들었지만 계속 노력하다보면서 조금씩 더 잘 할 수 있게 됐어요. 10번에 6번, 그 다음에는 10번에 9번 이런 식으로요.”라던 그의 우는 연기 이야기처럼, 김하늘은 늘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작품에 도전하면서 자신의 연기 폭을 넓혀왔다.

데뷔 13년 째, 늘 변하지 않을 것 같은 동안의 얼굴을 가졌지만 그 얼굴로 점점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배우. “‘김하늘식’의 스타일을 유지하면서도 여러 장르를 소화하고 싶어요”라는 김하늘의 말처럼, 그는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면서도 작품마다 자신의 스타성을 남기고 있다. 그래서, 김하늘은 플레이리스트의 테마로 ‘내가 출연했던 작품의 OST로 쓰고 싶었던 곡들’을 골랐다. 그가 14년 동안 출연했던 많은 작품들은 곧 그의 20대였고, 그가 조금씩 자신의 얼굴로 보여줄 수 있는 영역을 넓히는 과정이었기 때문이다. “저의 지난 작품들에 대해 이제라도 해주는 선물이에요. 저를 오랫동안 지켜봐 주신 분들이라면 함께 그 작품과 음악들을 상상하며 즐겨주시면 더욱 좋겠구요.”

1. Michita의
“미치타나 누자베스같은 재즈 힙합 뮤지션들을 좋아해요. 개인적으로 재즈에 대해 조금이나마 관심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미치타나 누자베스는 그 두 가지를 더해서 새로운 느낌을 주는 것 같아요. 마치 꿈꾸는 것 같은 몽환적인 느낌이요.” 김하늘은 첫 번째 앨범으로 최근 국내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는 힙합 뮤지션 미치타를 골랐다. 누자베스와 마찬가지로 힙합의 특질을 유지하되, 그 안에 다양한 장르의 하이브리드를 통해 힙합의 외연을 넓히며 국내 뮤지션에게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제 데뷔작 의 OST로 쓰고 싶어요. 바이준은 좀 더 거친 느낌이 있어서 분위기가 조금 다르긴 하지만, 영화 속의 좌절하는 청춘들에게 오히려 따뜻하고 꿈꾸는 듯 한 느낌을 불어넣고 싶네요.”2. Eva Cassidy의
에바 캐시디는 지난 1996년 서른셋의 나이로 요절한 여성 뮤지션. 포크와 록에 걸쳐 다양한 재능을 뽐냈고, 사후에야 뒤늦게 재평가 받으면서 전 세계적인 인기를 누렸다. 은 그중 에바 캐시디의 리메이크곡을 모아놓은 음반. 김하늘은 다소 의외의 경로로 에바 캐시디를 알게 됐다고. “어머니가 예전에 단편 드라마 에서 이 앨범의 ‘danny boy’를 들으시더니 너무 좋아하시더라구요. 그 때부터 에바 캐시디를 알게 됐고, 앨범들을 사게 됐죠. 물론 에바 캐시디의 창작곡도 너무 좋지만, ‘Imagine’같은 리메이크 곡은 원곡도 너무 좋아해서 더 특별하게 다가오는 거 같아요. 에바 캐시디의 쓸쓸한 목소리하고 의 오승아가 혼자 방 안에서 외롭게 앉아 있는 모습이 어울리지 않을까요?”

3. Tahiti 80의
추천하는 음악의 폭이 다양한 것 같다고 하자 김하늘은 “에이 뭘요. 그냥 듣는 거지”라며 자신이 음악을 듣는 방식에 대해 얘기했다. “작품을 찍을 때 쉬는 동안 음악을 많이 들어요. 연기를 하다보면 배역의 감정에 몰입할 수밖에 없는데, 음악은 감정을 더 몰입시켜 주거나 반대로 그 감정에서 빠져 나오게 해주는데도 도움을 주거든요.” 타히티80의 도 작품 활동을 하며 만나게 된 앨범. 데뷔 당시 유혹을 이기기 어려울 만큼 맛있는 캔디를 ‘귀로 먹는 느낌’이라는 찬사를 받았던 이 프랑스 그룹은 그만큼 듣는 사람을 밝고 경쾌한 마음으로 이끈다. “를 촬영할 때 타히티80을 처음 알았어요. 그 뒤로 기분이 우울해질 때나 뭔가 도전하고 싶을 때면 ‘hertbeat’나 ‘1,000 times’같은 곡을 들어요. 하지만 분위기가 무거운 에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고, 의 경쾌한 분위기와 잘 맞을 거 같아요.”

4. 재즈홀릭의
김하늘은 네 번째 앨범으로 한국의 재즈밴드인 재즈홀릭의 를 선택했다. 재즈에 라틴, 라운지 등의 느낌을 얹어 보다 친근하고 도회적인 느낌을 들려주는 그룹이다. “어느 카페에서 친구하고 얘기를 하는데 이 노래가 들려오더라구요. 그래서 어떤 음악인지 물어봤죠. 그 때부터 듣게 됐어요.” 친구들과 기분 좋게 이야기하고 싶을 때, 또는 약간 풀어진 느낌으로 자신이 즐겨 찾는 바에서 와인을 마실 때 특히 더 듣고 싶은 음악 중 한 곡이라고. “에 이 노래를 넣어보고 싶어요. 그렇게 운명적인 사랑인데도 결국 헤어지는 연인들의 얘기였는데, 그 때 참 감독님께서 화면을 아름답게 찍어주셨어요. 이 앨범의 노래들이 그런 고급스러움과 쓸쓸함의 정서를 함께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는 멜로디 하나하나보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더 좋은 앨범이에요.”5. Sonny Rollins의
“무라카미 하루키가 소니 롤린스의 연주에 대해서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갑자기 36층이 나오는 것 같다’고 했다면서요? 저는 그렇게 멋진 표현을 할 만큼 재즈를 알지는 못하지만, 소니 롤린스의 연주는 정말 특별한 거 같아요. 색소폰 연주가 아니라 꼭 소니 롤린스가 직접 말하는 것처럼 느껴져요.” 김하늘은 재즈계의 거장 소니 롤린스의 앨범을 마지막으로 꼽았다. 재즈를 전문적으로 아는 건 아니지만, 소니 롤린스는 모든 사람에게 감동을 주는 절대적인 음악을 들려주는 것 같다는 말과 함께. 그리고, 이 황금 같은 연주를 쓰고 싶은 작품에는 영화 을 추천했다. “이 007 시리즈 같은 첩보 영화를 살짝 비튼 느낌도 있어요. 정장을 입은 첩보원들의 모습이 등장하는 오프닝을 만들어서, 소니 롤린스의 연주를 쓰고 싶어요. 하하.”

“이제는 더 다양한 연기를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하늘은 요즘 연기 인생의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에서 그가 보여준 오승아는 그의 연기 이력 중 가장 빛나는 캐릭터였고, 대중은 오승아를 통해 김하늘을 새롭게 인식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김하늘이다’와 ‘오승아다’라는 말을 같이 해주셔서 놀랍기도 하고 반갑기도 해요. 이후로 제가 좀 더 자유롭게 작품을 선택할 수 있게 된 것 같구요. 매력적인 캐릭터를 통해 저의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주면서 이제는 더 다양한 연기를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연예계 데뷔 14년째. 출연한 작품은 두 손으로도 다 꼽을 수 없을 정도. 하지만 김하늘은 여전히 젊고, 아름답고,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이 남아있다. 그의 앞에는 자신만의 OST를 만들고픈 수많은 작품들이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사진제공_예당엔터테인먼트

글. 강명석 (two@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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