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선수가 던지는 공을 얼굴에 맞으면 무척 아프겠지?
당연하지. 예전에 물리 시간에 배운 위치에너지랑 운동에너지 기억나? 안 나지? 나도 잘 안 나는데 너를 위해 기억을 더듬어 얘길 해줄게. 운동에너지는 질량×속도의 제곱÷2야. 왜냐고 묻지는 마. 자, 정신 차리고 똑바로 들어봐? 야구공의 질량은 140g이니까 0.14㎏, 시속 140㎞ 공의 속도는 초속으로 변환했을 때 약 초속 39m. 이걸 공식대로 대입하면 0.14×39×39÷2=106.47이거든? 이걸 봐도 잘 모르겠지? 이걸 위치에너지로… 알았어, 공식은 얘기 안할게. 어쨌든 위치에너지로 변환하면 10.1㎏ 가량의 아령이 1m 높이에서 떨어지는 것과 맞먹는 힘이라고. 네가 하늘이 파랗고 좋다고 고개를 들었는데 딱 1m 높이에서 아령이 떨어져서 부딪히는 거야. 되게 아프겠지?
수치상으로 까진 몰라도 엄청나게 아플 거라고 예상은 했어. 그러니까 이번에 공에 얼굴 맞은 선수는 되게 부상이 심하겠다, 그치?
롯데 조성환 선수 얘기구나. 심할 수밖에 없지. 왼쪽 광대뼈 세 군데가 골절됐다고 하잖아. 수술하고서도 2달 이상 회복이 필요한데다가 흉터는 계속 남고, 시신경에 이상이 있을 수도 있대.
그런데 이상한 건 그날 화나서 투수에게 달려간 건 다른 팀 선수였다며.
아, 박재홍 선수 얘기구나. 정확히 얘기하면 롯데와 SK의 경기에서 SK 투수 채병용이 던진 공에 롯데 타자 조성환이 맞아서 그렇게 다쳤어. 그런데 공격과 수비가 전환된 다음에 롯데 투수 김일엽이 던진 공이 박재홍의 다리 쪽으로 날아갔어. 다행히 맞진 않았지만 박재홍이 화가 나서 달려 나간 거지. 아니, 화가 날 수도 있겠지만 맞아서 드러누운 사람은 가만히 있는데 자기가 그렇게 날 뛸 이유가 있어?
그걸 이해하려면 야구에서 빈볼이라는 게 뭔지 이해해야 해. 실투, 그러니까 손이 미끄러져서 잘못 던진 공이랑 빈볼은 개념 자체가 달라. 차이? 바로 고의성 여부지. 빈볼은 한글로 비어있는 볼이 아니라 영어로 Beanball이야. 콩이라는 뜻의 Bean은 머리를 뜻하는 속어기도 해. 즉 머리를 향해 던지는 공이라는 거지. 하지만 꼭 머리가 아니라 고의성을 가지고 타자를 향해 던지는 공 모두를 빈볼이라고 그래. 저번 WBC에서 우리나라의 이용규가 일본 투수의 공에 머리를 정통으로 얻어맞은 거 봤지? 포수 옆에 찰싹 붙어서 들어오는 공마다 일일이 커트해내는 이용규가 그런 공을 맞으니 사람들이 실투보단 빈볼로 의심하는 거야.
뭐야, 그럼 롯데 선수가 맞은 공이랑 박재홍에게 날아간 공이 그 빈볼인가 하는 거란 거야?
물론 이건 굉장히 민감한 사항이라 그날 채병용이나 김일엽이 실투가 아닌 빈볼을 던졌다고는 누구도 말할 수 없어. 단지 100퍼센트 아니라고 자신할 수도 없다는, 딱 그 정도로만 얘기할게. 어쨌든 빈볼은 포수 옆에 찰싹 붙어서 제구하기도 어렵게 하고 승부수로 던지는 공을 모두 다 맞춰대는 타자에게 위협을 줄 때 쓰는 경우가 있어. 머리로 10㎏짜리 아령이 떨어지면 당연히 피할 거 아냐. 그리고 그 다음엔 공이 날아오는 지점, 그러니까 포수 옆에 가까이 붙기 어렵겠지. 물론 결코 스포츠맨십이 있는 행동이라고 보긴 어렵지. 다만 이러다 실제로 타자에게 공이 맞았고 그게 실투가 아닌 빈볼로 의심되면 그 자리에서 팀 대 팀의 난투극이 벌어지거나 그 다음 회에 빈볼을 맞았던 선수의 동료 투수가 상대편에 빈볼을 던져서 항의할 때가 있어.
뭐야, 정정당당한 스포츠 경기에서 보복성 빈볼이라는 게 있다고?
응. 물론 상대방이 때렸으니 나도 때리는 게 정당하진 않아. 하지만 어떤 구기 종목보다 팀워크가 중요한 게임인 야구에서 그런 식으로 ‘우리 동료를 건드리면 가만두지 않는다’는 식의 제스처는 상당히 중요하게 여겨지는 게 사실이야. 메이저리그의 경우 만약 빈볼시비 때문에 팀 난투극이 벌어질 때 같이 뛰어나가 싸우지 않는 선수에겐 팀 차원에서 벌금을 주기도 하니까. 그리고 재밌는 통계지만 보복성 빈볼이 생기고 나서 오히려 빈볼의 수가 줄어들었다고 해. 어쨌든 중요한 건 보복성 빈볼이라는 게 야구 안에서 일종의 관습처럼 있다고 할 때 박재홍으로서는 자신에게 날아온 공이 상대팀의 보복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겠지. 그래서 욱 하는 마음에 뛰쳐나갔을 거고. 사실 그런 면에서 조성환을 맞춘 SK의 채병용도 아주 자유롭진 못해. 재작년엔 두산의 김동주에게 공을 맞췄다가 상대방 항의에 오히려 대거리를 하는 모습을 보인 적이 있었고, 조성환을 맞춘 타석에서도 조성환이 끈질기게 공을 커트하는 상황이었으니까. 그러니까 원칙적으로 어떤 공이 빈볼인지 아닌지는 그 공을 던진 투수만 알 수 있어. 다만 그것이 빈볼이 아닐까 의심하게 될 여지라는 건 어느 정도 있단 거지. 그러고 보니 또 어떤 선수는 땅에서 미끄러지다 기절했다며.
응, 너도 WBC에서 봤을 한화 김태균 선수. 득점을 위해 홈으로 슬라이딩하다가 포수와 부딪혀서 튕겨나가다가 후두부를 땅에 부딪쳐서 잠시 의식을 잃었어. 다행히 뇌진탕 증상은 없었다고 하는데 정말 위험천만한 일이었지. 김태균은 체중 100㎏이 넘으니까 질량 곱하기, 달리는 속도의 제곱해서… 두개골 무게에 높이와 중력가속도를 곱해서….
아, 됐어! 너 수학, 아니 물리를 그렇게 잘해? 너 고등학교 때 물리 점수 몇 점이나 나왔어?
으응? 그…그게 그렇게 중요한가…? 점수는 숫자일 뿐… 답안지 작성할 때 왼손은 거들 뿐…
이 밉상!
아악! 뭐지, 이 선동렬의 빈볼을 맞는 기분은! 아아악! 주먹에서 느껴지는 실제 체중은… 알았어! 입 다물게!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당연하지. 예전에 물리 시간에 배운 위치에너지랑 운동에너지 기억나? 안 나지? 나도 잘 안 나는데 너를 위해 기억을 더듬어 얘길 해줄게. 운동에너지는 질량×속도의 제곱÷2야. 왜냐고 묻지는 마. 자, 정신 차리고 똑바로 들어봐? 야구공의 질량은 140g이니까 0.14㎏, 시속 140㎞ 공의 속도는 초속으로 변환했을 때 약 초속 39m. 이걸 공식대로 대입하면 0.14×39×39÷2=106.47이거든? 이걸 봐도 잘 모르겠지? 이걸 위치에너지로… 알았어, 공식은 얘기 안할게. 어쨌든 위치에너지로 변환하면 10.1㎏ 가량의 아령이 1m 높이에서 떨어지는 것과 맞먹는 힘이라고. 네가 하늘이 파랗고 좋다고 고개를 들었는데 딱 1m 높이에서 아령이 떨어져서 부딪히는 거야. 되게 아프겠지?
수치상으로 까진 몰라도 엄청나게 아플 거라고 예상은 했어. 그러니까 이번에 공에 얼굴 맞은 선수는 되게 부상이 심하겠다, 그치?
롯데 조성환 선수 얘기구나. 심할 수밖에 없지. 왼쪽 광대뼈 세 군데가 골절됐다고 하잖아. 수술하고서도 2달 이상 회복이 필요한데다가 흉터는 계속 남고, 시신경에 이상이 있을 수도 있대.
그런데 이상한 건 그날 화나서 투수에게 달려간 건 다른 팀 선수였다며.
아, 박재홍 선수 얘기구나. 정확히 얘기하면 롯데와 SK의 경기에서 SK 투수 채병용이 던진 공에 롯데 타자 조성환이 맞아서 그렇게 다쳤어. 그런데 공격과 수비가 전환된 다음에 롯데 투수 김일엽이 던진 공이 박재홍의 다리 쪽으로 날아갔어. 다행히 맞진 않았지만 박재홍이 화가 나서 달려 나간 거지. 아니, 화가 날 수도 있겠지만 맞아서 드러누운 사람은 가만히 있는데 자기가 그렇게 날 뛸 이유가 있어?
그걸 이해하려면 야구에서 빈볼이라는 게 뭔지 이해해야 해. 실투, 그러니까 손이 미끄러져서 잘못 던진 공이랑 빈볼은 개념 자체가 달라. 차이? 바로 고의성 여부지. 빈볼은 한글로 비어있는 볼이 아니라 영어로 Beanball이야. 콩이라는 뜻의 Bean은 머리를 뜻하는 속어기도 해. 즉 머리를 향해 던지는 공이라는 거지. 하지만 꼭 머리가 아니라 고의성을 가지고 타자를 향해 던지는 공 모두를 빈볼이라고 그래. 저번 WBC에서 우리나라의 이용규가 일본 투수의 공에 머리를 정통으로 얻어맞은 거 봤지? 포수 옆에 찰싹 붙어서 들어오는 공마다 일일이 커트해내는 이용규가 그런 공을 맞으니 사람들이 실투보단 빈볼로 의심하는 거야.
뭐야, 그럼 롯데 선수가 맞은 공이랑 박재홍에게 날아간 공이 그 빈볼인가 하는 거란 거야?
물론 이건 굉장히 민감한 사항이라 그날 채병용이나 김일엽이 실투가 아닌 빈볼을 던졌다고는 누구도 말할 수 없어. 단지 100퍼센트 아니라고 자신할 수도 없다는, 딱 그 정도로만 얘기할게. 어쨌든 빈볼은 포수 옆에 찰싹 붙어서 제구하기도 어렵게 하고 승부수로 던지는 공을 모두 다 맞춰대는 타자에게 위협을 줄 때 쓰는 경우가 있어. 머리로 10㎏짜리 아령이 떨어지면 당연히 피할 거 아냐. 그리고 그 다음엔 공이 날아오는 지점, 그러니까 포수 옆에 가까이 붙기 어렵겠지. 물론 결코 스포츠맨십이 있는 행동이라고 보긴 어렵지. 다만 이러다 실제로 타자에게 공이 맞았고 그게 실투가 아닌 빈볼로 의심되면 그 자리에서 팀 대 팀의 난투극이 벌어지거나 그 다음 회에 빈볼을 맞았던 선수의 동료 투수가 상대편에 빈볼을 던져서 항의할 때가 있어.
뭐야, 정정당당한 스포츠 경기에서 보복성 빈볼이라는 게 있다고?
응. 물론 상대방이 때렸으니 나도 때리는 게 정당하진 않아. 하지만 어떤 구기 종목보다 팀워크가 중요한 게임인 야구에서 그런 식으로 ‘우리 동료를 건드리면 가만두지 않는다’는 식의 제스처는 상당히 중요하게 여겨지는 게 사실이야. 메이저리그의 경우 만약 빈볼시비 때문에 팀 난투극이 벌어질 때 같이 뛰어나가 싸우지 않는 선수에겐 팀 차원에서 벌금을 주기도 하니까. 그리고 재밌는 통계지만 보복성 빈볼이 생기고 나서 오히려 빈볼의 수가 줄어들었다고 해. 어쨌든 중요한 건 보복성 빈볼이라는 게 야구 안에서 일종의 관습처럼 있다고 할 때 박재홍으로서는 자신에게 날아온 공이 상대팀의 보복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겠지. 그래서 욱 하는 마음에 뛰쳐나갔을 거고. 사실 그런 면에서 조성환을 맞춘 SK의 채병용도 아주 자유롭진 못해. 재작년엔 두산의 김동주에게 공을 맞췄다가 상대방 항의에 오히려 대거리를 하는 모습을 보인 적이 있었고, 조성환을 맞춘 타석에서도 조성환이 끈질기게 공을 커트하는 상황이었으니까. 그러니까 원칙적으로 어떤 공이 빈볼인지 아닌지는 그 공을 던진 투수만 알 수 있어. 다만 그것이 빈볼이 아닐까 의심하게 될 여지라는 건 어느 정도 있단 거지. 그러고 보니 또 어떤 선수는 땅에서 미끄러지다 기절했다며.
응, 너도 WBC에서 봤을 한화 김태균 선수. 득점을 위해 홈으로 슬라이딩하다가 포수와 부딪혀서 튕겨나가다가 후두부를 땅에 부딪쳐서 잠시 의식을 잃었어. 다행히 뇌진탕 증상은 없었다고 하는데 정말 위험천만한 일이었지. 김태균은 체중 100㎏이 넘으니까 질량 곱하기, 달리는 속도의 제곱해서… 두개골 무게에 높이와 중력가속도를 곱해서….
아, 됐어! 너 수학, 아니 물리를 그렇게 잘해? 너 고등학교 때 물리 점수 몇 점이나 나왔어?
으응? 그…그게 그렇게 중요한가…? 점수는 숫자일 뿐… 답안지 작성할 때 왼손은 거들 뿐…
이 밉상!
아악! 뭐지, 이 선동렬의 빈볼을 맞는 기분은! 아아악! 주먹에서 느껴지는 실제 체중은… 알았어! 입 다물게!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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