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일본의 사회파 미스터리 작가 마츠모토 세이쵸가 탄생 100주년을 맞은 해다. 이를 기념해 일본에서는 그의 작품 중 여러 편이 영상화되고 있다. 영화계에서는 이누도 잇신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히로스에 료코가 주인공을 맡은 이 연내 개봉될 예정이다. 안방극장 역시 , 등 이른바 마츠모토 세이쵸 시리즈로 좋은 반응을 얻은 바 있는 TV아사히가 연초 스페셜 드라마 을 시작으로 2분기에 방송될 예정인 연속드라마 까지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리고 2004년 나카이 마사히로 주연의 으로 호평을 받은 바 있는 후지TV 역시 지난 4월 11일 특집드라마 (驛路)를 방송하였다. 는 역시 유명 작가이자 올해 탄생 80주년을 맞은 무코다 쿠니코가 각본을 쓰고 로 유명한 스기타 나리미치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여기에 일본의 국민 배우 야쿠쇼 코지와 늘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는 후카츠 에리까지 가세해 는 지난 해 말 제작 소식이 알려진 당시부터 화제를 모았다.
갑자기 증발해버린 성실한 가장
의 배경은 쇼와(일본의 시대 구분 중 하나로 쇼와 천황의 재위 기간인 1926년 12월 25일부터 1989년 1월7일까지를 가리킨다)의 끝 무렵인 1988년이다. 막 은행을 정년 퇴직한 뒤 혼자서 여행을 떠난 한 사내가 실종이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의 이름은 코즈카 테이치(이시자카 코지)로 다소 말수가 적었지만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성실한 남자였다. 예전에도 일 년에 두 번씩 사진을 찍으러 여행을 다녀오곤 했기에 이번 여행도 그럴 것이라 믿었던 부인 유리코(토아케 유키오)는 행선지를 묻지 않았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나도록 남편에게서 소식이 없자 그녀는 경찰에 실종 신고를 한다. 이 중년 남자의 실종 사건을 맡은 이가 바로 부장 형사 요부노(야쿠쇼 코지)다. 요부노 역시 코즈카처럼 정년을 앞둔데다 사진이라는 공통의 취미를 갖고 있기 때문인지 그는 수사를 진행하며 점차 코즈카에게 자신의 모습을 겹치게 된다.코즈카를 둘러 산 주위 사람들의 평은 한결같다. 고졸의 학력으로 은행 본점의 영업 부장까지 승진했을 만큼 노력파에 의심을 살 만한 여자 문제도 없는 성실한 사람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베테랑 형사 요부노는 예리한 감으로 코즈카에게 정부가 있었음을 알아낸다. 이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그녀는 코즈카가 히로시마 지점에서 근무할 당시 부하 직원이었던 후쿠무라 케이코(후카츠 에리)다. 처음에 요부노는 코즈카가 그녀와 함께 사랑의 도피를 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후쿠무라 역시 코즈카의 행방을 몰라 걱정하고 있었다. 함께 떠날 계획을 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후쿠무라는 약속 장소에 가지 못했고 그 이후 그녀 역시 코즈카와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그렇다면 도대체 코즈카는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가족과 지위, 모든 것을 버리고 인생의 마지막을 사랑하는 여인과 보내고자 했던 이 중년의 사내는 과연 살아있기는 한 것일까?
그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꾼 꿈은 무엇이었을까
마츠모토 세이쵸는 일본을 대표하는 추리 작가로 알려지기도 했지만 다작을 하면서 상당히 다양한 분야의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대가들이 그러하듯 그는 작품 속에서 인간에 대한 탁월한 이해와 통찰력을 보여주었다. 특히 다양한 유혹 앞에서 한없이 연약한 인간 군상에 대한 묘사와 이렇듯 약한 인간으로서 어떻게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가 라는 질문은 그의 작품을 관통하는 중요한 주제다.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에서는 고갱이 중요한 모티브로 등장하며 사회 속에서 직장과 가정의 무게를 등에 짊어지며 살아 온 사내의 마지막 일탈을 통해 가여운 인간사를 말한다.
고갱은 젊은 시절 증권회사의 사원으로 근무하고 가정을 이루기도 했으나 37살의 나이에 모든 것을 버리고 타히티로 떠나 그림을 그렸다. 쇼와 시대를 온몸으로 관통한 코즈카 역시 마찬가지였다. 어린 시절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떨어지는 전쟁의 참상을 목격하고 전후 지독한 가난을 경험한 그는 오랫동안 그저 먹고 사는 데에만 열중했다. 그러다 인생의 역로에서 한 여자를 만났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꿈을 꾸었다. 대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그저 성실하게 버텨온 한 사내는 문득 줄곧 참기만 하고 살아 온 인생을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되었다. 지금까지의 선로를 벗어나 마음 가는 데로 마치 여행을 떠나듯 새로운 인생으로 떠나고 싶어졌다. 그 길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 알지 못한 채 말이다. 국민 배우 야쿠쇼 코지의 연기는 물론 원작에 인간미를 더한 무코다 쿠니코의 각본과 인물의 감정을 극명하게 전해주는 탁월한 연출까지 는 마츠모토 세이쵸 탄생 100주년 기념 작품이라는 타이틀이 아깝지 않은 작품이다.
글. 김희주 (칼럼니스트)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갑자기 증발해버린 성실한 가장
의 배경은 쇼와(일본의 시대 구분 중 하나로 쇼와 천황의 재위 기간인 1926년 12월 25일부터 1989년 1월7일까지를 가리킨다)의 끝 무렵인 1988년이다. 막 은행을 정년 퇴직한 뒤 혼자서 여행을 떠난 한 사내가 실종이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의 이름은 코즈카 테이치(이시자카 코지)로 다소 말수가 적었지만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성실한 남자였다. 예전에도 일 년에 두 번씩 사진을 찍으러 여행을 다녀오곤 했기에 이번 여행도 그럴 것이라 믿었던 부인 유리코(토아케 유키오)는 행선지를 묻지 않았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나도록 남편에게서 소식이 없자 그녀는 경찰에 실종 신고를 한다. 이 중년 남자의 실종 사건을 맡은 이가 바로 부장 형사 요부노(야쿠쇼 코지)다. 요부노 역시 코즈카처럼 정년을 앞둔데다 사진이라는 공통의 취미를 갖고 있기 때문인지 그는 수사를 진행하며 점차 코즈카에게 자신의 모습을 겹치게 된다.코즈카를 둘러 산 주위 사람들의 평은 한결같다. 고졸의 학력으로 은행 본점의 영업 부장까지 승진했을 만큼 노력파에 의심을 살 만한 여자 문제도 없는 성실한 사람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베테랑 형사 요부노는 예리한 감으로 코즈카에게 정부가 있었음을 알아낸다. 이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그녀는 코즈카가 히로시마 지점에서 근무할 당시 부하 직원이었던 후쿠무라 케이코(후카츠 에리)다. 처음에 요부노는 코즈카가 그녀와 함께 사랑의 도피를 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후쿠무라 역시 코즈카의 행방을 몰라 걱정하고 있었다. 함께 떠날 계획을 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후쿠무라는 약속 장소에 가지 못했고 그 이후 그녀 역시 코즈카와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그렇다면 도대체 코즈카는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가족과 지위, 모든 것을 버리고 인생의 마지막을 사랑하는 여인과 보내고자 했던 이 중년의 사내는 과연 살아있기는 한 것일까?
그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꾼 꿈은 무엇이었을까
마츠모토 세이쵸는 일본을 대표하는 추리 작가로 알려지기도 했지만 다작을 하면서 상당히 다양한 분야의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대가들이 그러하듯 그는 작품 속에서 인간에 대한 탁월한 이해와 통찰력을 보여주었다. 특히 다양한 유혹 앞에서 한없이 연약한 인간 군상에 대한 묘사와 이렇듯 약한 인간으로서 어떻게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가 라는 질문은 그의 작품을 관통하는 중요한 주제다.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에서는 고갱이 중요한 모티브로 등장하며 사회 속에서 직장과 가정의 무게를 등에 짊어지며 살아 온 사내의 마지막 일탈을 통해 가여운 인간사를 말한다.
고갱은 젊은 시절 증권회사의 사원으로 근무하고 가정을 이루기도 했으나 37살의 나이에 모든 것을 버리고 타히티로 떠나 그림을 그렸다. 쇼와 시대를 온몸으로 관통한 코즈카 역시 마찬가지였다. 어린 시절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떨어지는 전쟁의 참상을 목격하고 전후 지독한 가난을 경험한 그는 오랫동안 그저 먹고 사는 데에만 열중했다. 그러다 인생의 역로에서 한 여자를 만났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꿈을 꾸었다. 대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그저 성실하게 버텨온 한 사내는 문득 줄곧 참기만 하고 살아 온 인생을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되었다. 지금까지의 선로를 벗어나 마음 가는 데로 마치 여행을 떠나듯 새로운 인생으로 떠나고 싶어졌다. 그 길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 알지 못한 채 말이다. 국민 배우 야쿠쇼 코지의 연기는 물론 원작에 인간미를 더한 무코다 쿠니코의 각본과 인물의 감정을 극명하게 전해주는 탁월한 연출까지 는 마츠모토 세이쵸 탄생 100주년 기념 작품이라는 타이틀이 아깝지 않은 작품이다.
글. 김희주 (칼럼니스트)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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