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남자와 톱스타 여배우의 사랑, 영화 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눈에 띄는 것 하나 없는 우체국 말단 직원 남자와 일거수일투족이 주목받는 대한민국 최고 여배우의 6개월 계약 결혼을 그린 KBS (극본 정진영 김의찬, 연출 기민수, 제작 래몽래인)의 제작발표회가 22일 오후 노보텔 엠베서더 호텔에서 열렸다. 제작발표회에는 주인공 ‘구동백’ 역의 황정민과 ‘한지수’ 역의 김아중을 비롯해 주상욱, 김광규 등 출연 배우들이 다수 참석했다.

판타지, 아버지, 재미, 가족 ‘F4’가 모인 드라마

4월 29일 첫 방송되는 는 SBS , MBC 등을 집필했던 정진영, 김의찬 부부 작가가 7년 전부터 준비해 온 작품으로 최근 방송을 3주 앞두고 에서 제목이 바뀌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정진영 작가는 “에는 ‘F4’가 있다. 시간과 공간상 서로 만나기 힘든 대스타와 평범한 사람의 사랑 이야기라는 판타지(Fantasy), 두 남자 주인공의 아버지(Father)로부터 아들들에게 대를 이어 내려온 ‘소유’와 ‘존재’의 가치관, 시트콤을 오래 해 온 작가들의 강점인 재미(Fun), 주인공들을 둘러싼 가족(Family)의 사랑 등이 그것이다. 경제도 불황이고 다들 힘들지만 이럴 때일수록 가족과 웃음이 소중할 거라 생각한다” 는 설명으로 작품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KBS 와 등을 연출했던 기민수 감독은 “요즘 세상에 멸종 위기에 처한 것처럼 희귀하고 아날로그적인 구동백의 캐릭터가 시선을 끌 것 같다. 그리고 6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캐릭터들이 변화하는 모습과 그 소동을 지켜보는 서민적인 시선이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자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인생에 드라마 따윈 없을 것 같던 남자 구동백, 황정민
“서른 세 살, 우체국 영업과 말단 직원인데 교통사고가 난 지수를 도와주려다 졸지에 계약 연애까지 하게 된다. 구동백은 지극히 평범하고 착하고 순박한 친구인데 처음에는 영화 의 석중과 비슷한 면이 많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이 사람을 어떻게 살아 있는 인물로 풍성하게 만드느냐에 따라 또 새로운 캐릭터를 보여줄 수 있을 거라는 자신이 있었다. 구동백을 통해 어른이 되어서도 성장한다는 것, 정직한 삶이란 무엇인가를 배우고 있다. 드라마가 처음이긴 한데 영화든 연극이든 그 인물에 진심을 가지고 연기한다는 점에서는 똑같다. 단지 내 얼굴이 빨갛다고 시청자들이 화면 조정을 새로 하실까 봐 걱정이다. (웃음)”

드라마의 중심에 살고 있는 여자 한지수, 김아중
“원래 꿈은 영어 선생님이었지만 가정환경 때문에 돈을 벌기 위해 배우가 되었고 톱스타의 자리에 올랐다. 대학 시절부터 사귀었던 애인 강모(주상욱)와의 관계를 매스컴에 들키지 않게 하기 위해 동백에게 계약 연애를 부탁한다. 지수는 영화 에서 연기했던 한나와는 아주 다른 캐릭터로 한 쪽 끝에는 당당하고 여유로운 모습이, 또 다른 쪽 끝에는 혼자 감당하기 힘든 위태로움이 있다. 작가님들이 ‘지수는 마음이 16개로 나뉘어 있다’고 하신 것처럼 복잡한 내면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지수에 대해 모두 알려면 마지막 회까지 다 봐 주셔야 할 것 같다.”

드라마의 주인공 자리를 내 주는 남자 김강모, 주상욱
“유력 언론사의 상무로 지수와 오랫동안 사랑하는 사이였지만 아버지 김정욱(정동환)이 서울 시장 선거 후보로 출마하며 약혼녀인 수연(박하선)의 아버지이자 언론 재벌인 최 회장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해진다. 6개월 동안만 지수와의 관계를 비밀로 하다가 돌아가려 했지만 지수와 함께 있다가 교통사고가 났을 때는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자리에 동백을 끼워 넣는다. 그리고 그 후로 강모는 시간이 지날수록 새로운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보는 사람마다 각기 다른 시각이 있겠지만 나는 사실 이번 작품에서는 오히려 ‘나쁜 남자’로 봐 주시기를 원하고 있다. 아, 그렇다고 실제의 나를 미워하지는 말아주길 바란다. (웃음)”

관전 포인트
MBC 이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고 있지는 못한 가운데 4월 29일 SBS 과 KBS 가 동시에 첫 방송되며 수목 드라마 삼파전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그동안 영화에서 주로 활동했던 황정민, 3년 가까운 공백이 있었던 김아중, 코미디가 특기인 정진영, 김의찬 작가, 내러티브와 리얼리티를 중심으로 한 연출을 주로 해 온 기민수 감독의 조합은 독특하면서도 예측하기 어려운 작품을 만들어 낼 전망이다. 그런데 지금 가장 우려되는 점은 최근 한국 드라마의 대세인 ‘막장’의 기운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 순하고 선한 설정과 분위기다.

글. 최지은 (five@10asia.co.kr)
사진. 이원우 (four@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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