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있는 걸 굉장히 좋아해요. 그럴 때 있잖아요. 사람들하고 말 섞기 싫고 혼자 뭔가 골몰하고 싶을 때.” 이제 겨우 23살의, 한창 많은 사람을 만날 시기의 배우가 할 말은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주인공이 MBC 으로 순식간에 스타덤에 올랐지만 약 2년 동안 대중 앞에서 사라졌던 정일우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이 끝나고 나서 인기라는 게 한 순간에 구름이 싹 사라지듯 없어지는 걸” 경험해본 이 젊은 배우는 원치 않게 겪은 외로움을 자신의 것으로 끌어안고 가는 과정을 통해 “인기에 연연하지 않으려 한다. 작품이 좋고 내가 잘 하면 또 오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 그의 복귀작이 MBC 라는 건 상당히 흥미로운 사실이다. 자신 때문에 위험에 처할까봐 메리 제인에게 사랑 고백을 하지 못하는 스파이더맨 피터와 루이스에게 안경 벗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슈퍼맨 클라크처럼, 일지매 역시 외로운 운명을 타고난 영웅이다. 날 때부터 버려진 몸이었고, 친부모를 찾아 양부모의 품을 떠나왔지만 친부는 그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다. 게다가 첫사랑 달이와 스승 강세욱은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으니 그야말로 천애고아의 삶이다. 하지만 외로움은 영웅의 필수조건일 망정 충분조건은 아니다. 일지매는 10달 동안 우리에 갇힌 시간 동안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외로운 운명을 저주하지 않고 자신만으로도 충만한 삶을 살 강하고도 유연한 자아를 얻는다. 이런 과정을 통해 일지매가 영웅이 되었듯 정일우 역시 혼자 있는 걸 즐길 수 있게 될 때까지의 시간을 보낸 후 화려한 스타덤 이후의 공허함을 딛고 한 사람의 좋은 연기자로서 ‘돌아왔다’.
그래서 정일우의 ‘혼자 있을 때 듣고 싶은 음악들’은 여가를 즐기는 방법인 동시에 한 사람의 온전한 인간으로서의 정일우가 될 수 있는 시간의 동반자들이다. 그가 고른 곡들이 그의 플레이리스트를 듣는 다른 이들의 외로움마저도 채워줄 수 있기를 바란다.1. OST
일본의 힙합 뮤지션 누자베스는 아직 앨범이 정식 수입 되지 않았기에 많은 사람들이 알지는 못한다. 하지만 힙합을 기반으로 재즈와 제3세계 음악 등 다양한 음악들을 섞은 누자베스 특유의 감수성은 한국에도 은근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누자베스의 음악은 들으면 들을수록 많은 걸 느끼게 돼요. 처음 들었을 때는 서정적인 감성이 좋았는데 그 다음에는 이 음악들이 정말 새롭구나, 미래적이구나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기계적이거나 사이버틱한 미래가 아니라 평온하고 따뜻한 미래요. 그래서 혼자 있고 싶을 때 누자베스의 음악에 파묻히게 되죠.” 정일우가 고른 누자베스의 음반은 의 OST. “다른 앨범은 수입앨범이라 구하기 어려우실 것 같고, 이 앨범을 먼저 들어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2. 다이나믹 듀오의
정일우가 “정말 착하고 잘 챙겨주는 형들”이라고 소개한 다이나믹 듀오는 “가수 중에 유일하게 친한” 지인들이다. 하지만 그가 그들의 음악에 대해 “모든 앨범의 모든 곡들을 좋아하는 뮤지션”으로 꼽는 건 단순히 친분 때문만은 아니다. “이번 새 싱글에 있는 L.B.A라는 곡을 들으면 헤어진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정말 디테일하게 살아있어요. 형들의 그런 가사가 정말 좋아요.” 특히 정일우는 다이나믹 듀오의 을 추천했다. “다이나믹 듀오 형들은 세상사는 이야기부터 사람이 느끼는 쓸쓸함이나 고독에 대한 이야기까지 많은 것들이 담겨 있죠. 가끔 내 일 같다는 생각도 들구요. 특히 이 앨범에서 그런 맛이 정말 잘 살아있는 거 같아요.”
3. Damien Rice의
아마 감성적 포크가 홍대 인디 신에서 성행하게 된 데 엄청난 영향을 미쳤으리라 예상되는 데미언 라이스의 1집 는 그 때의 기분에 따라 음악을 골라 듣는 정일우가 우울할 때 듣는 앨범이다. 데미언 라이스의 음악은 기교를 절제한 어쿠스틱 기타 사운드에 라디오 헤드의 톰 요크를 연상시키는 유약한 목소리가 얹어져 우울한 감성을 자극한다. 다만 그 자극에 있어 라디오 헤드는 찌르는 느낌이라면 데미언 라이스는 살짝 닿았다 번지는 느낌에 가깝다. “전 그냥 우울할 땐 우울한 음악을, 즐거울 땐 즐거운 신나는 음악을 들어요. 우울할 때 신나는 음악으로 기분을 푸는 거요? 괜히 그런 식으로 감정을 억지로 움직이고 싶진 않아요.”4. 박진영의
기분 좋을 때는 악틱 몽키즈처럼 신나는 로큰롤도 듣는 그지만 역시 “혼자 있으면 우울해지는 게 사실”이다. 그의 우울한 감성을 자극하는 것은 음악뿐이 아니다. “박진영 씨의 몇몇 노래에서 나오는 가사가 좋아요. 그 분의 이별 노래를 보면 헤어진 사람에 대한 감정을 직설적이면서도 공감 가게 전달하는 거 같아요.” 실제로 ‘니가 사는 그 집’이 포함된 박진영 7집 은 ‘니가 사는 그 집’의 가사처럼 특별한 수사가 동원되진 않지만 누구도 쉽게 생각할 수 없는, 혹은 쉽게 말할 수 없는 감정이 어떤 필터링도 거치지 않은 채 뻗어 나온다. 적어도 거짓 없는 표현을 했다는 점에서 수록곡 중 ‘Kiss’와 ‘Delicious’ 두 곡이 19금 판정을 받은 건 선 앨범의 훈장과도 같다.
5. Starsailor의
힙합과 포크, 로큰롤 등 정일우는 장르를 가리지 않고 “좋은 음악은 하루 종일 인터넷을 뒤져서라도” 찾아듣는 긍정적 의미의 잡식성 음악 마니아다. 스타세일러 역시 그런 그의 레이더망에 포착된 브리티시 밴드다. “신나는 리듬 속에서도 굉장히 감성을 자극하는 목소리와 멜로디가 참 독특한 것 같아요.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외의 앨범은 좀 별로더라고요. 하하하.” 그의 말처럼 스타세일러의 음악은 끝없는 우울의 늪에 침잠하기 전 시기의 라디오 헤드처럼 얼터너티브 록의 힘 있는 리프와 브리티시 밴드 특유의 감성이 절묘하게 접합되어 있다. 그러고 보면 그의 감정 상태에 따라 듣는 장르도, 뮤지션도 다르지만 결국 혼자 있을 때 찾게 되는 건 ‘좋은’ 음악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번에는 공백 없이 새로운 작품에 바로 뛰어들고 싶어요.”
혼자 음악을 들으며 시간 보내길 좋아하는 그지만 의 바쁜 스케줄 속에서 이런 여유를 찾긴 쉽지 않다. “예전에는 연기하기 전에 음악을 들으며 감정을 잡으려 했는데 오히려 감정만 소비되고 별로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은 그냥 촬영장을 오가며 차 안에서 듣는 정도예요.” 이쯤에서 다시금 호젓한 혼자만의 시간을 원하지는 않을까 싶지만 그는 오히려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어 한다. “이번에는 공백 없이 새로운 작품에 바로 뛰어들고 싶어요. 장르요? 전 시트콤과 사극은 했는데 오히려 현대적 정극 경험이 없어요. 다시 민호 같은 역할을 맡을 수도 있겠지만 좀 정색하는 드라마도 좋을 것 같아요.” 음악과 함께 했던 2년 동안의 공백이 연기에 대한 갈망을 더욱 키운 건 아닐까. 자아를 찾은 후 흔들림 없이 영웅의 길을 걷는 일지매처럼 그 역시 좀 더 단단한 바닥 위에서 연기자의 길을 걸을 수 있길 바란다.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사진. 채기원 (ten@10asia.co.kr)
그런 그의 복귀작이 MBC 라는 건 상당히 흥미로운 사실이다. 자신 때문에 위험에 처할까봐 메리 제인에게 사랑 고백을 하지 못하는 스파이더맨 피터와 루이스에게 안경 벗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슈퍼맨 클라크처럼, 일지매 역시 외로운 운명을 타고난 영웅이다. 날 때부터 버려진 몸이었고, 친부모를 찾아 양부모의 품을 떠나왔지만 친부는 그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다. 게다가 첫사랑 달이와 스승 강세욱은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으니 그야말로 천애고아의 삶이다. 하지만 외로움은 영웅의 필수조건일 망정 충분조건은 아니다. 일지매는 10달 동안 우리에 갇힌 시간 동안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외로운 운명을 저주하지 않고 자신만으로도 충만한 삶을 살 강하고도 유연한 자아를 얻는다. 이런 과정을 통해 일지매가 영웅이 되었듯 정일우 역시 혼자 있는 걸 즐길 수 있게 될 때까지의 시간을 보낸 후 화려한 스타덤 이후의 공허함을 딛고 한 사람의 좋은 연기자로서 ‘돌아왔다’.
그래서 정일우의 ‘혼자 있을 때 듣고 싶은 음악들’은 여가를 즐기는 방법인 동시에 한 사람의 온전한 인간으로서의 정일우가 될 수 있는 시간의 동반자들이다. 그가 고른 곡들이 그의 플레이리스트를 듣는 다른 이들의 외로움마저도 채워줄 수 있기를 바란다.1. OST
일본의 힙합 뮤지션 누자베스는 아직 앨범이 정식 수입 되지 않았기에 많은 사람들이 알지는 못한다. 하지만 힙합을 기반으로 재즈와 제3세계 음악 등 다양한 음악들을 섞은 누자베스 특유의 감수성은 한국에도 은근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누자베스의 음악은 들으면 들을수록 많은 걸 느끼게 돼요. 처음 들었을 때는 서정적인 감성이 좋았는데 그 다음에는 이 음악들이 정말 새롭구나, 미래적이구나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기계적이거나 사이버틱한 미래가 아니라 평온하고 따뜻한 미래요. 그래서 혼자 있고 싶을 때 누자베스의 음악에 파묻히게 되죠.” 정일우가 고른 누자베스의 음반은 의 OST. “다른 앨범은 수입앨범이라 구하기 어려우실 것 같고, 이 앨범을 먼저 들어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2. 다이나믹 듀오의
정일우가 “정말 착하고 잘 챙겨주는 형들”이라고 소개한 다이나믹 듀오는 “가수 중에 유일하게 친한” 지인들이다. 하지만 그가 그들의 음악에 대해 “모든 앨범의 모든 곡들을 좋아하는 뮤지션”으로 꼽는 건 단순히 친분 때문만은 아니다. “이번 새 싱글에 있는 L.B.A라는 곡을 들으면 헤어진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정말 디테일하게 살아있어요. 형들의 그런 가사가 정말 좋아요.” 특히 정일우는 다이나믹 듀오의 을 추천했다. “다이나믹 듀오 형들은 세상사는 이야기부터 사람이 느끼는 쓸쓸함이나 고독에 대한 이야기까지 많은 것들이 담겨 있죠. 가끔 내 일 같다는 생각도 들구요. 특히 이 앨범에서 그런 맛이 정말 잘 살아있는 거 같아요.”
3. Damien Rice의
아마 감성적 포크가 홍대 인디 신에서 성행하게 된 데 엄청난 영향을 미쳤으리라 예상되는 데미언 라이스의 1집 는 그 때의 기분에 따라 음악을 골라 듣는 정일우가 우울할 때 듣는 앨범이다. 데미언 라이스의 음악은 기교를 절제한 어쿠스틱 기타 사운드에 라디오 헤드의 톰 요크를 연상시키는 유약한 목소리가 얹어져 우울한 감성을 자극한다. 다만 그 자극에 있어 라디오 헤드는 찌르는 느낌이라면 데미언 라이스는 살짝 닿았다 번지는 느낌에 가깝다. “전 그냥 우울할 땐 우울한 음악을, 즐거울 땐 즐거운 신나는 음악을 들어요. 우울할 때 신나는 음악으로 기분을 푸는 거요? 괜히 그런 식으로 감정을 억지로 움직이고 싶진 않아요.”4. 박진영의
기분 좋을 때는 악틱 몽키즈처럼 신나는 로큰롤도 듣는 그지만 역시 “혼자 있으면 우울해지는 게 사실”이다. 그의 우울한 감성을 자극하는 것은 음악뿐이 아니다. “박진영 씨의 몇몇 노래에서 나오는 가사가 좋아요. 그 분의 이별 노래를 보면 헤어진 사람에 대한 감정을 직설적이면서도 공감 가게 전달하는 거 같아요.” 실제로 ‘니가 사는 그 집’이 포함된 박진영 7집 은 ‘니가 사는 그 집’의 가사처럼 특별한 수사가 동원되진 않지만 누구도 쉽게 생각할 수 없는, 혹은 쉽게 말할 수 없는 감정이 어떤 필터링도 거치지 않은 채 뻗어 나온다. 적어도 거짓 없는 표현을 했다는 점에서 수록곡 중 ‘Kiss’와 ‘Delicious’ 두 곡이 19금 판정을 받은 건 선 앨범의 훈장과도 같다.
5. Starsailor의
힙합과 포크, 로큰롤 등 정일우는 장르를 가리지 않고 “좋은 음악은 하루 종일 인터넷을 뒤져서라도” 찾아듣는 긍정적 의미의 잡식성 음악 마니아다. 스타세일러 역시 그런 그의 레이더망에 포착된 브리티시 밴드다. “신나는 리듬 속에서도 굉장히 감성을 자극하는 목소리와 멜로디가 참 독특한 것 같아요.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외의 앨범은 좀 별로더라고요. 하하하.” 그의 말처럼 스타세일러의 음악은 끝없는 우울의 늪에 침잠하기 전 시기의 라디오 헤드처럼 얼터너티브 록의 힘 있는 리프와 브리티시 밴드 특유의 감성이 절묘하게 접합되어 있다. 그러고 보면 그의 감정 상태에 따라 듣는 장르도, 뮤지션도 다르지만 결국 혼자 있을 때 찾게 되는 건 ‘좋은’ 음악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번에는 공백 없이 새로운 작품에 바로 뛰어들고 싶어요.”
혼자 음악을 들으며 시간 보내길 좋아하는 그지만 의 바쁜 스케줄 속에서 이런 여유를 찾긴 쉽지 않다. “예전에는 연기하기 전에 음악을 들으며 감정을 잡으려 했는데 오히려 감정만 소비되고 별로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은 그냥 촬영장을 오가며 차 안에서 듣는 정도예요.” 이쯤에서 다시금 호젓한 혼자만의 시간을 원하지는 않을까 싶지만 그는 오히려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어 한다. “이번에는 공백 없이 새로운 작품에 바로 뛰어들고 싶어요. 장르요? 전 시트콤과 사극은 했는데 오히려 현대적 정극 경험이 없어요. 다시 민호 같은 역할을 맡을 수도 있겠지만 좀 정색하는 드라마도 좋을 것 같아요.” 음악과 함께 했던 2년 동안의 공백이 연기에 대한 갈망을 더욱 키운 건 아닐까. 자아를 찾은 후 흔들림 없이 영웅의 길을 걷는 일지매처럼 그 역시 좀 더 단단한 바닥 위에서 연기자의 길을 걸을 수 있길 바란다.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사진. 채기원 (t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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