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설하면 개인적으로 만화 에서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는 단순무식하게 힘세고 맷집 좋은 사가라 사노스케고, 가장 좋아하는 에피소드는 켄신 일행이 ‘악귀’ 시시오 마코토를 비롯한 십본도와 대결하는 내용이다. 그렇다. 나는 이 만화를 순전히 액션 만화로 즐겼다. 하지만 오늘 을 소개하는 건 전혀 다른 이유다.

의 주인공 켄신은 메이지 유신 당시 정적인 막부파를 숙청하기 위해 고용된 칼잡이 발도제의 과거를 가지고 있다. 그는 그런 과거를 속죄하기 위해 정의를 위한 싸움을 하면서도 역인도(逆刃刀)를 휘두르며 살생을 피한다. 만화책을 보던 당시에는 단순히 그가 남을 죽이지 않는 것에만 집중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더 중요한 건 그가 남을 죽이지 않는 만큼 스스로도 죽지 않으려 한다는 점이다. 발도제를 비롯한 메이지 유신에게 숙청당한 막부파와 신선조에게, 그리고 스스로에게 켄신은 수많은 인명을 빼앗은 죄인이다. 그래서 그의 마지막 상대 에니시는 켄신 스스로 목숨을 끊어 속죄하길 원한다. 하지만 켄신은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그 모든 건 내 과오, 그러니 어떤 벌도 달게 받겠다. 하지만 지금은 아직 죄와 더불어 내가 죽인 자들의 마음을 짊어지고 살아야 돼. (중략) 더 많은 행복의 등불을 이 세상에 밝히기 위해 난 이제까지 그래왔듯이 불살의 싸움을 계속할거다.”

나는 기본적으로 어떤 경우에도 사형을 반대하는 사람이지만 악질 살인자에 대한 사람들의 분노를 단순히 비이성적인 것으로 치부하진 못한다. 다만 사형반대론에 대해 ‘가해자의 인권만 존중하고 피해자의 인권은 무시한다’는 궤변만큼은 그만뒀으면 좋겠다. 피해자의 인권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의 악다구니를 옹호하기 위해 끌어들일 가치가 아니다. 그들의 인권을 보상하는 것은 오직 가해자에게 죽음보다 더 무거운 삶의 무게를 지워주는 방법 밖에 없을 것이다.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