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지난 시즌 4가 영애-도련님-장과장님으로 이어지는 미묘한 삼각관계 같은 영애씨의 사랑에 초점을 맞춰지면서 ‘닥본사’하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나도 행복하지 않은데 어디서 영애씨가 행복해지냐!”라는 분노 섞인 모 기자의 말처럼 영애의 이루어져버린 판타지 러브스토리는 속 강태영의 시나리오만큼이나 이질적이었다. 그래서 M&A와 함께 돌아온 시즌 5가 더 신선해질 수밖에. 사장님은 팀장님이 됐고 영애를 비롯한 몇몇 직원은 계약직이 되는 등 직장 내 위치는 달라졌지만, 그들의 쌩얼은 그대로였다. 영애는 여전히 욕을 달고 살았고, 지원은 월드컵 때 산 쌀로 죽을 끓였으며, 사장님은 팀장이 되어도 손에서 빗을 놓지 못했고, 심지어 지순은 스마일넥타이에 은갈치수트마저도 똑같았다. 직원들을 지키지 못한 마음에 눈물을 흘리던 사장님에게 잠깐 감동하기도 했지만, 이내 진상으로 변해버리는 그들이 그대로라서 너무나도 반가웠다. 모두 다 변해야 한다고 말할 때 변치 않고 그대로 내옆에 함께해주는 유일한 친구인 것만 같아서.

오늘 밤 영애는 ‘성욕쟁이’를 피해 사표를 내고 아빠회사로 돌아간 원준을 만난다. 회사를 그만두던 날 ‘사귈 때 제대로 된 선물도 못해준 것 같다’며 키홀더만 남기고 훌쩍 떠나버린 그 도련님. 하지만 오늘의 영애는 디자이너 신분으로 지나가버린 씁쓸한 사랑 앞에서 비루하게 영업까지 해야 한다. 아, 오늘은 영애씨도 나도 맥주캔이 나뒹구는 밤이 되겠구나.

글. 장경진 (thre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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