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건과 함께 화려하게 출발한 KBS (이하 )는 19일 조용히 막을 내리게 됐다. 제작진은 15회를 거치는 동안 1회 때부터 제기되었던 문제점을 끝까지 안고 가는 뚝심을 보여줬지만, 시청자들은 그 ‘뚝심’을 끝내 외면했다. 대한민국 최고의 톱스타들도 구제하지 못한 토크쇼. 이것은 제작진의 말처럼 자극적인 것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의 취향 때문일까? 아니면 그저 감동도 재미도 주지 못한 프로그램의 만듦새 탓인가? 김선영, 김교석 평론가가 이 문제적 토크쇼의 떠나는 길을 배웅했다. /편집자주

KBS 가 실은 시사교양토크쇼라는 것을 아는 이들은 의외로 많지 않다. 이 프로그램을 대번에 유명하게 만든, 첫 게스트 장동건의 출연 소식이 전해졌을 때도 대부분의 기사 제목은 ‘장동건, 7년만의 예능나들이’라는 문구였다. 뒤이어 정우성, 김태희가 게스트로 출연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출발부터 철저히 톱스타 마케팅에 기대고 있던 토크쇼가 가끔씩 정치인, 프로골퍼 등의 비연예인을 게스트로 초청하고 독도 사랑 캠페인이나 금연 캠페인을 벌인다고 해서 시사교양토크쇼가 되는 것은 아니다. 방영 4개월 동안 는 가장 기본적인 프로그램 정체성마저 확실히 세우지 못했다. 누구라도 인내심이 바닥나는 것은 당연하다.

호스트와 게스트, 그리고 방청객 사이의 억만광년스피디한 직설화법과 집단 수다가 대세인 기존의 토크쇼 흐름에서 차별화된 정통 토크쇼를 표방한 의 가장 큰 실수는 여유와 진중함의 미학을 나태와 지루함으로 혼동한 것이다. 정치, 경제, 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인물들을 만나 편안한 대화를 나누고자 했다는 제작진의 여유로운 변은, 정작 분야별 게스트에 따른 심도 있는 토크가 전혀 뒷받침되지 못하면서 이 프로그램의 성격을 결정적으로 모호하게 만든 나태한 기획이 되고 말았다. 진지함과 예의를 강조한 고품격 토크쇼 전략 또한 호스트와 게스트 사이에 오가는, 평면적이고 전형적인 질문과 미리 약속된 듯한 답변들 사이에서 지루함의 원인이 될 뿐이다.

요컨대 는 토크쇼의 핵심인 ‘토크’의 밀도가 너무 낮다. 토크쇼 트렌드 안에서 이 프로그램과는 가장 반대편에 위치한 MBC 의 ‘라디오스타’가 1.5평 라디오부스 세트의 압축적 세계 안에서 시시콜콜한 잡담만으로도 큰 웃음을 선사할 때, 의 넓은 스튜디오 안에 있는 호스트와 게스트 그리고 방청객 사이의 거리는 한없이 멀기만 하다. 그리고 그 한 공간에서조차 좀처럼 서로 소통하지 못한다. 진행자와 게스트의 대화는 단편적이고 그마저도 자주 끊기며 방청객들의 반응은 이미 합의된 것처럼 천편일률적이다. 그 거리를 좁히기 위해 ‘소녀시대 편’의 삼촌팬들 경우처럼 방청객들을 대화에 참여시키려 종종 시도하지만, 그보다 더 이 프로그램의 분위기에 가까운 풍경은 “그래서 질문이 뭐였죠?”라고 되물었던 ‘주진모 편’의 모습일 것이다.

차라리 쇼를 하라가 더 지루한 이유는 그것이 ‘토크’만이 아니라 ‘쇼’마저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영상 매체가 선보일 수 있는 표현 방법에 대한 고민이 거의 없다. 지금 바로 라디오 토크쇼로 바꾸어도 무방할 것처럼 보인다. 애초에 자막과 빠른 편집을 주로 사용하는 다른 토크쇼들과 노선을 달리하며 정적이고 차분한 화면을 고수하는 전략을 택했지만, 토크에서 역동적인 긴장감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이 쇼를 더 지루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었을 뿐이다. 최고의 스타들이 게스트로 출연했지만 그들의 표정 역시 이미 수많은 CF를 통해서 본 익숙한 모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지난 주 가정사와 결혼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하며 눈물 흘리던 엄정화의 얼굴이 거의 유일하게 남아있는 인상 깊은 표정이었다. 생뚱맞다는 비판 속에 2회 만에 사라졌던 ‘행복체조’ 코너에서 박중훈이 몸 개그라도 보여줬다면 좀 달라졌을까. 더 이상 고민할 시간도 없이 는 앞으로 2회의 방송만을 남겨두고 있다.
글 김선영

대중의 절대적인 시선과 프로그램의 수준이 이견 없이 딱 맞아 떨어진 프로그램은 참으로 오랜만이다. 그 결과 조기 폐지되고, 이에 대부분이 수긍한다는 점이 KBS 의 모든 것 중 가장 신선한 지점이다. 보통은 막장드라마에도 나름의 미학이 있기 마련이다. 예를 들면 SBS 의 속도감, KBS 의 고비를 구슬 꿰듯 이어가는 전개는 해당 시청자들의 정서와 공식을 꿰차고 있기에 가능한 거다. 드라마의 공식과 시청자에 대한 치열한 연구나 현장 경험의 산물이다. 가치 판단은 차치하더라도, 그런 점에서 나름의 미학을 언급할 수 있지만 는 그러한 여지도 없다.

프로그램에 임하는 모두의 게으름이 나은 재앙이 쇼는 품위와 정통 토크쇼란 기치를 내세우며 여러 명의 MC와 패널이 출연하고 자막과 음향효과 등을 많이 사용하는 다른 토크쇼들과의 차별화를 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차별화는 촌스런 세트와 쓰임이 헤픈 조명에 있었다. 는 품위를 강조하며 타 프로그램의 안티테제를 자처했지만 공영방송의 방만한 사례라고까지 말하고 싶을 정도로 게을렀기 때문이다. 이 재앙의 씨앗은 박중훈에게만 있지 않다. 오히려 그의 쇼였기에 장동건이나 3당 원내대표 합동 출연이라는 마법의 캐스팅을 실현할 수 있었다. 다만 그의 노력이 여기까지여서 아쉽고, 제작진은 박수 친 것 말고는 한 것이 없어 보인다. 토크가 어색했던 건 진행미숙이나 시대의 흐름과 달리 느림과 여백의 미를 추구한 탓이 아니다. 보조MC의 유무는 더더욱 아니다. 싱거운 질문만 맥락도 없이 던지는데 그 어떤 대화가 자연스러울 수 있을까. 엄정화를 불러놓고 성형과 엄태웅 이야기를 하더니 느닷없이 쿨한 여성일 것 같다며 ‘결혼하고도 다른 남자와 연애할 수 있다’ ‘마음보다 몸에 끌린다’ 같은 연애관 OX 퀴즈를 하려거든, 차라리 에서 레이 제이와 킴 카다시안을 각각 불러내 섹스 비디오에 대한 이야기만 하듯 사람들이 당사자의 입을 통해 듣고 싶은 본질적인 질문했어야 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게스트에 대해 웬만한 TV시청자보다 MC와 제작진이 아는 것이 없으니 답답할 수밖에 없다. 장기하에게 ‘솔로로 나올 가능성’을 묻기 전에 ‘눈뜨고 코베인’ 시절과 지금의 차이에 주목했어야 했고, 안무에 대해 질문 할 때, 미미시스터즈의 존재에 대해 파헤쳤어야 한다. 그러나 박중훈은 ‘눈뜨고 코베인’은 커녕 엄정화의 ‘디스코’와 ‘포이즌’도 제대로 구분 못했다.

자막을 뺀 자리에 채워야 할 것이런 쇼가 탄생한 것은 벤치마킹을 게으르게 했기 때문이다. ‘외국의 토크쇼처럼’이라며 재현화면과 자막과 같은 장치는 아예 덜어냈다. 그럼 그 자리에 더 들어갈 것이 무엇인가란 고민을 해야 되는데, 소파에 좀 늘어지게 눌러앉으면 되는 줄 안 모양이다. 부터 , 까지 가 추구하는 쇼들이 왜 권위를 인정받는지에 대한 고민은 없었다. 시사토론이면서 한편으로 만나고픈 사람들과 웃음과 눈물을 나누기 위해 프로그램을 절반으로 쪼갠다는 이분법적인 태도와 발상은 벤치마킹의 어긋남을 보여준다. 시청률을 위해선 김태희가 필요하고, 시사교양이라는 명함을 위해서는 홍준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은 토크를 1차원적으로 해석한 산물이다. 송윤아를 불러서 자수성가 스토리를 듣기보다, 최고의 여배우의 입으로 ‘장자연 사태’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어야 정통시사토크쇼의 힘이 발휘됐을 것이다.

이영돈 제작국장은 “당초 원맨 호스트의 개성이 강조되는 정통 토크쇼를 만들어 보고자 했던 것이 기획 의도였는데 요즘과 같은 다인 MC 체제의 토크쇼에 익숙한 시청자들이 지루함을 느꼈던 것 같다”고 패인을 시청자 탓으로 돌렸다. 이 결론이 의 마지막 게으름이다. 프로그램 초반 ‘행복체조’와 같은 자투리 시간을 보내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닌 코너를 편성했고 또, 말미에는 보조 MC를 기용하는 등 포맷 변화를 통해 재미있게 구성해보려 했다는 수미일관의 태도는 토크쇼의 기본에 대한 무지를 여전히 깨닫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제작진들 덕분에 는 국내 방송사상 벤치마킹의 가장 선명한 실패사례 중 하나로 남게 됐고, 이 선례 때문에 앞으로 괜찮은 토크쇼를 꽤 오랫동안 못 만날 것 같아 심히 우려스럽다.
글 김교석

글. 김선영 (TV평론가)
글. 김교석 (TV평론가)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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