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미국에서 펼쳐졌던 WWE 숀 마이클스 대 언더테이커의 경기를 TV에서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XTM과 tvN, Xports의 교차 편성을 통해 국내에서 유일하게 WWE를 중계하는 CJ미디어는 4월 13일 XTM 를 826회를 끝으로 폐지하고, tvN 역시 곧 폐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두 개 채널의 WWE 콘텐츠를 구매해 세컨드런을 돌리던 Xports가 WWE를 방영하지 못하게 된 것은 당연하다.

“K-1만큼 확실한 킬러콘텐츠의 역할을 해주지 못했다”

프로레슬링은 프로야구나 축구와 달리 1년 내내 계속될 뿐만 아니라 한 달에 한 번 꼴로 열리는 K-1 류의 이종격투기와 달리 매 주 새로운 경기가 열려 편성에 있어 상당히 안정적인 콘텐츠로 인정받아왔다. 또한 스포츠 엔터테인먼트라는 독특한 성격 때문에 마니아층의 지지를 받는 케이블만의 독특한 콘텐츠 역할을 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마니아층의 지지는 오히려 보편적 인기 콘텐츠가 필요한 종합 오락 채널에서 독이 됐다는 평가다. tvN 관계자는 “WWE가 시청률이 나쁜 건 아니다. 하지만 시청자층이 10대와 중장년층에 몰려 있어 tvN의 채널 이미지 및 전략과 맞지 않는 면이 있다. 좋은 콘텐츠지만 현재 우리 채널에 더 필요한 건 오리지널 드라마와 오락 프로그램이라고 본다”고 폐지 이유를 밝혔다.이에 반해 남성 시청자 비중이 높은 스포츠 콘텐츠를 전략적으로 편성하는 XTM의 폐지는 현재 프로레슬링의 위치를 더욱 분명하게 보여준다. XTM 관계자는 “비슷한 카테고리 안에서 K-1만큼 확실한 킬러콘텐츠의 역할을 해주지 못하기 때문에 K-1 콘텐츠를 재가공하는 프로그램을 늘리는 게 낫다”는 말로 프로레슬링과 이종 격투기의 관계를 설명했다. 올해 프로야구 정규시즌 중계를 편성한 Xports가 같은 종목이지만 다분히 마니악한 메이저리그 중계를 폐지한 것도 비슷한 사례다.

마니아 보다 강력한 시장 논리

프로레슬링의 중계 폐지는 케이블 TV 콘텐츠로서의 스포츠 역시 보편적 인기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걸 증명한다. 한국 프로야구는 작년부터 라이벌 팀 대결의 경우 1%를 상회하는 시청률을 기록했고, WBC 준우승으로 올해 더욱 높은 시청률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수퍼액션의 UFC 역시 데니스 강과 추성훈의 이적으로 K-1 인기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특히 UEFA 챔피언스리그는 09-10시즌부터 Xsports에서도 방송해 콘텐츠 구매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반면 일정수준의 시청자를 끌어 모으지 못하는 스포츠 콘텐츠는 WWE처럼 도태된다. 를 기다렸던 마니아들에게는 슬픈 일이겠지만, WWE의 레슬러들도 링 바깥의 경쟁에서는 패배한 것이다.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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