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을 목전에 두고 있는 요즘 새삼 거울을 자주 보게 된다. 그리고 외친다. “아니야, 이건 내가 아니…고 싶다!” 무릇 사람은 한낱 몸뚱이 보다 내면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해야 마땅하지만 육체의 노화를 지켜보는 것에는 절대 초연할 수 없다. 남들은 알아채지 못할 만큼의 미세한 변화(어느새 눈가에 뻔뻔하게 자리 잡은 주름이나, 극도의 짜증상태에서 느껴지는 팔자주름, 인간의 신체부위가 어디까지 검게 변할 수 있나 실험하는 듯한 다크써클)에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는 트리플 A형들은 더욱 심할 터. 이런 못난 마음이 바닥을 기는 날에는 좀 더 관리에 박차를 가해야 할 외모에 오히려 더 신경을 끊고 싶어지니 이건 또 뭔 조화람.

그렇게 자외선 차단제 하나를 겨우 바르고, 대책 없이 기르고 있는 머리를 질끈 묶고, 눈에 띄는 대로 꿰어 입고 출근하는 날이 이어지면 내 안의 소녀가 또 외친다. “이것아, 좀 꾸미고 다녀!” 그렇다, 피부의 노화는 중력의 법칙이므로 거스를 수 없다 하여도 스타일까지 놓아버리지는 말자고 스스로를 다독일 때 찾는 곳이 바로 thesartorialist.blogspot.com이다. 밀라노, 파리, 뉴욕 등지의 거리에서 찍은 사람들의 사진을 짤막한 설명과 함께 볼 수 있는 블로그인데, 주인장의 부지런함과 사진 찍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정성껏 그리고 개성 있게 차려입은 사람들을 보다보면 ‘그루밍’ 의지도 불타오르고 까만 직장인들 틈바구니의 여의도에서 잠시나마 유럽 어딘가로 공중부양하는 것 같다.

밀라노는 고급 수트가 유명한 도시답게 멋지게 수트를 빼입은 남자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고, 파리는 시크한 언니들을 보는 재미가 있다. 더욱이 종종 등장하는 멋쟁이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보면 노화를 거스를 수 없는 현실이 마냥 슬프지만도 않다. 주름과 하얗게 샌 머리를 그 어떤 스타일리시한 소품보다도 훌륭히 소화해내고, 옷과 물아일체의 경지에 이른 연륜 있는 그들을 보고 있으면 비아그라라도 복용한 것 마냥 스타일에의 의지가 불끈 솟는다.

글.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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