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2일, KBS (이하 )의 새 코너 ‘분장실의 강선생님’이 처음으로 전파를 탔다. 못난이 분장으로 얼굴을 뒤덮은 정경미, 김경아에 이어 머리카락이 듬성듬성 난 대머리에 반바지만 달랑 걸친 골룸 분장을 하고 안영미가 나타났다. 우스꽝스런 분장과는 달리 새된 목소리로 “야 나 마끼아또 아니면 안 먹는 거 몰라? 이게 뭐야?”라며 후배 연기자들을 타박하고 “야, 우리 땐 상상도 못할 일이야. 나 3년차 됐을 때 간신히 콧물 그렸어. 허락 받고!” 라며 억지를 쓰는 까칠한 여선배 캐릭터였다. 그리고 ‘강선생님’ 강유미에게 찰싹 달라붙어 아첨하던 안영미가 후배들을 향해 “똑바루해 이것들아!”를 힘주어 외치는 순간, 객석에 있던 개그계 대선배이자 ‘원조 골룸’ 조혜련이 폭소했다. 대박이었다.
영미 선배의 소름 끼치는 디테일의 근거
‘분장실의 강선생님’은 분장실이라는 작은 사회를 배경으로 ‘선생님(강유미)-선배(안영미)-막내들(정경미, 김경아)’이라는 세 개의 계급으로 구성된 여성 연기자들의 사소한 일상과 턱없이 까다로운 위계질서를 흥미롭게 비트는 코너다. 전신에 험상궂은 분장을 하고서도 남자친구가 사 준 커플링에 소녀처럼 기뻐하는 정경미의 에피소드가 아이러니한 일상을 슬쩍 비춘다면 호랑이 없는 골에 왕이 된 여우처럼 ‘강선생님’이 없을 때마다 후배들을 구박하고 다그치는 ‘영미 선배’ 안영미는 여자들 사회에서도 군대 개그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 주는 예사롭지 않은 캐릭터다. 특히 시비조의 말투와 뭉개지는 발음, 입을 비죽대는 동작과 선배 앞에서 돌변해 칭얼대는 태도 등 안영미의 디테일한 연기는 자칫 강렬한 분장이나 유행어 몇 마디에 묻힐 뻔 했던 캐릭터를 실제 인물처럼 살려 낸다. 심지어 ‘영미 선배’가 ‘강선생님’더러 “애들이 연기로 웃길 생각 안하고 분장으로 웃기려고 하잖아요~”라며 후배들에 대해 일러바치는 것조차 얄밉긴 하지만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지난 해 의 ‘황현희 PD의 소비자 고발’에서 태연한 얼굴로 “테러리스트들의 98.99%가 휴대폰을 사용한 경험이 있다고 합니다”라며 테러 증가율과 휴대폰 판매량의 상관관계에 대한 궤변을 늘어놓는 ‘안영미 박사님’으로 주목받기 시작해 최근에는 도도함의 절정을 달리는 “기분 탓이겠죠”를 유행어로 만들어낸 안영미는 사실 ‘분장실의 강선생님’의 설정대로 의 중견급 멤버다. 황현희, 유세윤, 장동민 등 쟁쟁한 동기들이 많기로 이름난 KBS 공채 19기로 데뷔해 2005년에는 단짝 친구 강유미와 함께 ‘GO GO 예술 속으로’를 히트시켰다. 이들이 ‘종합 예술인’을 자처하며 드라마, 연극은 물론 뉴스까지 온갖 장르와 일상을 뒤섞어 패러디했던 ‘GO GO 예술 속으로’는 특히 여성 개그맨들끼리 구성하는 코너는 대박 나거나 오래 가기 힘들다는 통념을 깨고 장수하는 저력을 보여 주었다. 그리고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물론 학생 때부터 연극 무대에 섰고 드라마와 영화를 볼 때마다 캐릭터를 모사하는 연습을 해 온 두 사람의 탄탄한 기본기 덕분이었다. 흔히 ‘디테일 개그’라 불리는 이들의 연기는 그래서 ‘개그’라기보다는 ‘희극’에 가장 근접해 있다.
이봐, 딴 데 갈 생각 말고 여기서 우리 좀 오래 웃겨 주지 않겠나
‘GO GO 예술 속으로’ 이후 원래 자신이 있던 연극 무대로 돌아가려 하기도 했고, 건강 문제 때문에 한동안 활동을 쉬다가 지난 해 에 컴백한 이후 안영미는 그동안 무대에 서지 못했던 것을 벌충이라도 하려는 듯 캐릭터 연기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영화 에 등장했던 여장 남자 캐릭터의 말투가 재미있어 2년 동안 중얼중얼 따라해 본 끝에 나왔다는 ‘영미 선배’의 말투 역시 발음과 발성, 목소리의 높낮이까지 디테일하게 설정되었다. 앉은 자리에서 십 수가지의 성대모사를 척척 해 내고 참한 외모를 배반할 만큼 구성진 입담을 자랑하는 천상 희극인이지만 코너 아이디어가 모자라다 싶으면 하루 종일 안절부절못하느라 끼니를 거르고 대본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은근히 완벽주의적인 성격 탓이다.
그래서 ‘분장실의 강선생님’의 히트에 대해 “기쁘긴 하지만 너무 일찍 터져버린 것 같아 앞으로 오래 웃길 일이 걱정”이라는 안영미의 앞날은 그리 걱정되지 않는다. 골룸 분장을 벗어버리고 소녀시대처럼 컬러 스키니에 긴 머리를 찰랑이더라도 “야, 우리 땐 상-상-도 못할 일이야!” 라고 외치는 그 강렬한 포스가, 그 빛나는 연기가 어딜 가겠나. 그러니까 이봐, 딴 데 갈 생각 말고 여기서 우리 좀 오래 웃겨 주지 않겠나.
글. 최지은 (five@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영미 선배의 소름 끼치는 디테일의 근거
‘분장실의 강선생님’은 분장실이라는 작은 사회를 배경으로 ‘선생님(강유미)-선배(안영미)-막내들(정경미, 김경아)’이라는 세 개의 계급으로 구성된 여성 연기자들의 사소한 일상과 턱없이 까다로운 위계질서를 흥미롭게 비트는 코너다. 전신에 험상궂은 분장을 하고서도 남자친구가 사 준 커플링에 소녀처럼 기뻐하는 정경미의 에피소드가 아이러니한 일상을 슬쩍 비춘다면 호랑이 없는 골에 왕이 된 여우처럼 ‘강선생님’이 없을 때마다 후배들을 구박하고 다그치는 ‘영미 선배’ 안영미는 여자들 사회에서도 군대 개그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 주는 예사롭지 않은 캐릭터다. 특히 시비조의 말투와 뭉개지는 발음, 입을 비죽대는 동작과 선배 앞에서 돌변해 칭얼대는 태도 등 안영미의 디테일한 연기는 자칫 강렬한 분장이나 유행어 몇 마디에 묻힐 뻔 했던 캐릭터를 실제 인물처럼 살려 낸다. 심지어 ‘영미 선배’가 ‘강선생님’더러 “애들이 연기로 웃길 생각 안하고 분장으로 웃기려고 하잖아요~”라며 후배들에 대해 일러바치는 것조차 얄밉긴 하지만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지난 해 의 ‘황현희 PD의 소비자 고발’에서 태연한 얼굴로 “테러리스트들의 98.99%가 휴대폰을 사용한 경험이 있다고 합니다”라며 테러 증가율과 휴대폰 판매량의 상관관계에 대한 궤변을 늘어놓는 ‘안영미 박사님’으로 주목받기 시작해 최근에는 도도함의 절정을 달리는 “기분 탓이겠죠”를 유행어로 만들어낸 안영미는 사실 ‘분장실의 강선생님’의 설정대로 의 중견급 멤버다. 황현희, 유세윤, 장동민 등 쟁쟁한 동기들이 많기로 이름난 KBS 공채 19기로 데뷔해 2005년에는 단짝 친구 강유미와 함께 ‘GO GO 예술 속으로’를 히트시켰다. 이들이 ‘종합 예술인’을 자처하며 드라마, 연극은 물론 뉴스까지 온갖 장르와 일상을 뒤섞어 패러디했던 ‘GO GO 예술 속으로’는 특히 여성 개그맨들끼리 구성하는 코너는 대박 나거나 오래 가기 힘들다는 통념을 깨고 장수하는 저력을 보여 주었다. 그리고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물론 학생 때부터 연극 무대에 섰고 드라마와 영화를 볼 때마다 캐릭터를 모사하는 연습을 해 온 두 사람의 탄탄한 기본기 덕분이었다. 흔히 ‘디테일 개그’라 불리는 이들의 연기는 그래서 ‘개그’라기보다는 ‘희극’에 가장 근접해 있다.
이봐, 딴 데 갈 생각 말고 여기서 우리 좀 오래 웃겨 주지 않겠나
‘GO GO 예술 속으로’ 이후 원래 자신이 있던 연극 무대로 돌아가려 하기도 했고, 건강 문제 때문에 한동안 활동을 쉬다가 지난 해 에 컴백한 이후 안영미는 그동안 무대에 서지 못했던 것을 벌충이라도 하려는 듯 캐릭터 연기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영화 에 등장했던 여장 남자 캐릭터의 말투가 재미있어 2년 동안 중얼중얼 따라해 본 끝에 나왔다는 ‘영미 선배’의 말투 역시 발음과 발성, 목소리의 높낮이까지 디테일하게 설정되었다. 앉은 자리에서 십 수가지의 성대모사를 척척 해 내고 참한 외모를 배반할 만큼 구성진 입담을 자랑하는 천상 희극인이지만 코너 아이디어가 모자라다 싶으면 하루 종일 안절부절못하느라 끼니를 거르고 대본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은근히 완벽주의적인 성격 탓이다.
그래서 ‘분장실의 강선생님’의 히트에 대해 “기쁘긴 하지만 너무 일찍 터져버린 것 같아 앞으로 오래 웃길 일이 걱정”이라는 안영미의 앞날은 그리 걱정되지 않는다. 골룸 분장을 벗어버리고 소녀시대처럼 컬러 스키니에 긴 머리를 찰랑이더라도 “야, 우리 땐 상-상-도 못할 일이야!” 라고 외치는 그 강렬한 포스가, 그 빛나는 연기가 어딜 가겠나. 그러니까 이봐, 딴 데 갈 생각 말고 여기서 우리 좀 오래 웃겨 주지 않겠나.
글. 최지은 (five@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