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속 남자들이 모두 왕자님이었던 것도 옛 말, 여인천하 드라마의 강풍 속에서 이제는 ‘찌질이’가 대세다. 이들은 돈이 많아도, 키 크고 잘 생겨도, 젠틀하고 똑똑해도 남자가 우유부단하거나 나약하거나 무능력하거나 눈치가 없으면 찌질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온 몸으로 보여 준다. 그에 비해 이들 주위에 있는 여자들은 힘 있고 능력 있고 강인한 의지와 냉철한 이성을 갖추고 남자들을 휘두른다. 에서는 의 한명인 회장 남편 이정훈, 한명인 회장 아들 이민수, 의 구은재 및 신애리 전남편 정교빈, 민여사 아들 겸 민소희 오빠 겸 구은재 애인 민건우 로부터 그녀들과 함께 살아가는 삶의 고뇌와 어려움에 대한 진솔한 토크를 나누어 보았다.

안녕하십니까. 자리에들 앉으시죠.
정교빈 : 아니 민건우 이 자식, 너는 왜 여기 있어?
민건우 : 전 파워 있는 여성의 매력에 대한 토크를 한다고 해서 소희, 아니 은재 씨에 대한 저의 사랑을 방송에서도 표현하기 위해 나왔는데요. 그러는 댁은 뭔데 여길 왔습니까?
정교빈 : 뭐, 댁? 야 이제 내가 사장 아니라고 뉘 집 멍멍이로 보이냐?
민건우 : 멍멍이는 도둑이라도 잡아주는데 댁은 어디다 씁니까?
정교빈 : 야, 너 일루 와. 안 와? 내가 겁나냐?

정교빈 씨, 생방송 중입니다. 출연료 때문에 나오신 분께서 이러시면 곤란…
정교빈 : 알았어요, 알았어. 아이 씨, 내가 정말 더러워서.
이정훈 : 흠, 흠… 이정훈 부회장님 죄송합니다.
이민수 : 이제 이 분 부회장님 아닙니다. ‘전(前)’ 부회장님이라고 하세요. 저희 어머님께서 목을 치셨거든요?
이정훈 : 민수야, 그래도 내가 네 아버지란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이민수 : 아이고 예, 참, 아버지가 많아서 부담스럽네요.

네네, 다들 바쁘신데 나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간단히 자기소개들 좀 해주실까요? 여기 전 부회장님부터…
이정훈 : 이정훈입니다. 명진그룹 전 부회장이었고, 한명인 회장의 남편 됩니다.
이민수 : 그리고 배우 은혜정 씨 애인되시죠. 아 저는 한명인 회장님 아들인데 이 분 아들은 아니구요, 명진그룹 홍보실장입니다. 최윤희 앵커와 결혼할 사이구요.

최윤희 씨도 ‘전’ 앵커시죠?
이민수 : 거 참 까다롭기는.
민건우 : 민건우입니다. 외국 유학 다녀와서 천지건설 건축설계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민뷰티샵 민현주 회장님 아들이고, 우리 소희 씨…아니 구은재 씨와 결혼 앞두고 있습니다.
정교빈 : 이게 누구 맘대로 결혼을 앞둬? 제가 바로 천지건설 회장 아들이고 구은재 남편입니다.
민건우 : ‘전’ 남편이겠죠.
정교빈 : 야! 아 예…자 잠시 진정하시구요. 오늘 여러분을 모신 건 여러분께서 유명하고 또 유능한 여성분들과 결혼 생활을 하시거나 교제를 하는 남자로서 어떻게 살고 계신지를 들어보기 위한 시간입니다. 일단 이 전 부회장님께서 말씀해 주실까요? 최근 한 회장님과의 결혼생활 및 은혜정씨와의 관계가 세간의 화제가 되었는데요.
이정훈 : 예…뭐 저는, 이제 온 국민이 다 아시는 이야긴데 은혜정씨와 어릴 때부터 사귀던 사이였습니다. 그런데 부득이한 이유로 선대 회장님의 뜻에 따라 한명인 회장과 결혼을 하게 된 거죠.
이민수 : 남자가 핑계는 구질구질하게…
이정훈 : 민수야, 네가 모르는 것이 많다는 걸 알아둬라. 아무튼 저는 결혼 생활에 충성을 다 하려고 했지만 한 회장은 교통사고로 죽은 첫사랑에 대한 기억 때문에 곁을 주지 않았어요. 늘 저를 무시하고 냉대하고 일 때문에 부리는 사람으로 취급하고…저희는 결혼식 날부터 각방을 썼습니다.

최근 모 여성지 보도를 보니 결혼 후 2년 만에 은혜정 씨를 다시 만나기 시작하셨다던데 사실입니까?
이정훈 : 네, 사실입니다. 집에 돌아와도 부인이 아닌 회장님을 모시는 처지인데다, 밤마다 수면제를 먹고 옆방에서 자다가 가위에 눌려서 깨는 그 사람 목소리를 듣는 게 저에게도 참 쉽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해서 혜정이와 다시 만나다 보니 아이도 생기고…또 나중에는 혜정이가 저를 놓아주지 않더라구요. 저는 정리하자고 했지만 혜정이가 저를 언제까지나 기다리겠다고 해서…
민건우 : 그렇죠? 그거 정말 미치고 팔짝 뛴다니까요. 소희가 바로 저한테 그랬다니까요. 자기한테 안 오면 죽겠다면서! 저는 결혼 날짜까지 잡혔는데!
이정훈 : 끝나고 어디 가서 술이나 한 잔 하실까요? 일을 그만두니 제가 요새 좀 한가합니다.

하하, 포장마차에서 진행을 할 걸 그랬군요.
이민수 : 하긴 우리 어머니가 좀 살벌하긴 해요. 제가 그림 그리는 걸 알면 저를 혼내는 게 아니라 사람 시켜서 화구를 싹 갖다 버려요. 그냥 무작정 못하게 하는 거지. 그리고 나한테 관심은 끔찍하게 많으면서 직접 표현을 안 하는 거야. 내가 최윤희한테 따귀 한 번 맞았다고 나한테 말도 안하고 애를 불러다가 아주 밟아놨더라고. 아니 그럼 내가 무슨 엄마한테 이르고 다니는 마마보이가 되잖아요. 기집애한테 쪽팔리게.
민건우 : 그건 저희 어머니도 좀 비슷하세요. 소희가 자살한 걸 다 제 탓으로 생각하시고 저를 얼마나 미워하셨는지…사실은 지금도 그것 때문에 저와 은재 씨 결혼을 반대하고 계세요. 하지만 전 마마보이가 아니니까 꼭 은재 씨와 결혼 할 겁니다!
정교빈 : 결혼 좋아하네. 그리고 너, 구은재랑 결혼하는 건 대가리에 휘발유 붓고 담뱃불 붙이는 거나 마찬가지 짓이야. 그 여자가 얼마나 무서운 여잔 줄 알아? 와 진짜, 어떻게 살았으면서 감쪽같이 물에 빠져 죽은 척을 하고 딴 사람인 척을 하냐? 구은재 아니라 민소희인 척 할려고 손톱까지 뽑았다며? 독해 정말. 난 걔가 그런 앤 줄 몰랐다.
민건우 : 당신이 은재 씨에 대해 뭘 안다고 그래요? 은재 씨가 민소희로 변하기 위해 1주일동안 밤새 일본어 마스터하고 중국어 마스터하고 탱고는 물론 물 공포증 있는 사람이 수영까지 배웠다구요. 정말 존경스러운 여자에요!
정교빈 : 그게 다 나 꼬실려고 배운 거잖아. 진짜 처음에 파티에서 탱고 추고 양아치들한테서 나 구해 줄 때는 세상에서 제일 멋있는 여잔 줄 알았는데 그게 은재 그 기집애라니. 그런데 정교빈 씨는 구은재 씨와 이혼하고 전 부인의 친구였던 신애리 씨와 재혼하셨죠?
정교빈 : 아 그게 말이죠. 애리 걔가 아주 또 독한 애에요. 싫다는 날 굳이 꼬셔서 애까지 갖는 바람에 유학 보내줬더니 돌아와서는 나한테 차라리 같이 죽자고 매달려서 일이 이렇게 된 거잖아요. 내가 모든 걸 잃어야 자기한테 온다면서 은재한테 알리고 우리 아버지한테 일르는 통에 일이 커져서. 아후…내가 그렇게 매력이 있나?
이민수 : 그런 분들한테 잘못 걸리면 인생 끝나는 거죠. 우리 어머니는 최윤희를 나한테 오게 하려고 걔를 직장에서 잘라버렸잖아. 무슨 해고 전문가야. 남편 짤라, 예비 며느리 짤라…
이정훈 : 민수야, 말을 가려서 해라.
이민수 : 암튼 최윤희 유부남이랑 스캔들 터뜨리고 회사 그만두게 하고 프리랜서 일자리 막는다고 하고 집안 풍비박산내고…뭐 덕분에 나야 최윤희랑 결혼할 수 있게 됐지만.

하지만 과연 최윤희 씨랑 결혼하는 게 한 회장님 밑에서 사는 것보다 더 만만한 일일까요? 최윤희 씨에게서 어머님의 향기를 느끼셨다면…백 프롭니다.
이정훈 : 그래 민수야, 내가 이 실장한테 들었는데 너 이번에 아뜰리에에서 쫓아내고 카드 정지시키고 자동차 키 반납하게 한 게 최윤희 씨 아이디어라더라.
이민수 : 뭐? 아후 이 기집애가! 왜 내 주변에 있는 여자는 하나같이 다 이렇게 독한 거야?
정교빈 : 그게 아니라 요즘 세상에 안 독한 여자가 없는 거야 임마. 그 등신 같고 순해 빠졌던 구은재가 우리 집 땅문서 사기치고 우리 식구들 몰아내서 아버지랑 나랑 세차장에서 남의 차나 닦고 있을 줄 누가 알았겠냐?
민건우 : 세차장에서 하루 만에 잘리셨다면서요? 주유소에서도 잘렸고. 은재 씨가 이렇게 무능력한 남자와 평생을 함께 하지 않게 돼서 다행입니다.
정교빈 : 뭐? 야 이 자식아. 너도 구은재 타짜 사기단에 걸려서 돈 2백억 날려봐야 정신을 차릴래? 지금 걔 때문에 내 여동생 눈이 멀게 생겼어!
민건우 : 그건 은재 씨 탓이 아닙니다. 댁은 저와 은재 씨 결혼식 때 축의금 낼 걱정이나 하시죠.
정교빈 : 야! 너 나와! 내가 더는 못 참는다.
이민수 : 아저씨, 저 최윤희랑 결혼…다시 생각할까요?
이정훈 : 음…한 번 사는 인생, 자유롭게 혼자 가는 것도 나쁘지 않지.

네…하하…하하하…앗, 방금 들어온 소식입니다. WBC 한일전 재방송이 긴급 편성되어 오늘은 이만 마치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글. 최지은 (five@10asia.co.kr)
편집. 장경진 (three@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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