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방송을 보다 보면 부러울 때가 종종 있는데 특히 음악 방송을 볼 때 더욱 그렇다. 을 볼 때면 이게 생방송이 맞나 싶을 정도로 유려한 카메라 워크에 감탄한다. 그리고 한 곡을 위해 만들어지는 무대의 세트가 웬만한 콘서트 무대에 버금가는 도 그렇다. 많은 이들이 감탄하듯이 음향이나 조명의 수준도 놀랍다. 이는 물론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음악 시장을 보유한 일본이기에 가능한 것이리라. 이런 음악 방송들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고 또 가장 부러운 프로그램이 있다. 후지TV에서 매주 금요일 밤 11시에 방송되는 가 그것이다.

수준 높은 무대와 정직한 대화

2004년부터 방송된 는 시작 당시부터 이나 , 같은 주류 음악 방송들과 달랐다. 시청률을 의식해 토크의 비중이 늘고 버라이어티 쇼의 성향이 강해진 이들 프로그램과 달리 는 ‘음악을 들려준다’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한 이른바 ‘정통파’ 음악 방송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은 이 프로그램의 심볼이라고도 할 수 있는 화려한 샹들리에로 장식된 무대와 조명 아래에서 오케스트라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는 모습은 노래 한 곡을 완창 하기 어려운 주류 음악 프로그램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광경이다. 이처럼 최고의 세션과 설비로 정성스럽게 만들어진 무대에서 음악을 제대로 전할 수 있어서 일까 좀처럼 TV에서 보기 힘든 뮤지션들도 에서는 만날 수 있다.이처럼 여타의 프로그램들과 확연히 차별되는 ‘라이브 무대’ 외에 에는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가 있다. 그것은 바로 ‘이야기’이다. 에서는 버라이어티 음악 프로그램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신변잡기가 아닌 음악에 대한, 그리고 삶에 대한 게스트의 진지한 생각을 들을 수 있다. 5년 가까이 방송되는 동안 구성에 조금씩 변화가 있었지만 초창기의 는 인터뷰와 라이브, 그리고 다큐멘터리가 결합된 형식이었다. 유명 저널리스트인 토리고에 슌타로가 게스트를 인터뷰했는데 그는 날카로운 질문들을 통해 게스트의 음악과 삶에 대한 내밀한 생각들을 끄집어 내곤 했다. 그리고 이것이 현재는 게스트끼리의 ‘대담’으로 바뀌었다. 이 대담의 경우 게스트인 뮤지션이 ‘지금 가장 만나고 싶었던 사람’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눈다는 설정으로 대담 상대로는 동료 뮤지션은 물론 배우나 문화계, 스포츠계 인사 등 다방면에 걸친 인물들이 등장한다.

시이나 링고와 이치로를 한 화면에서 본다

물론 실제로는 ‘가장 만나고 싶은 사람’이라기 보다는 음반 발매나 영화 상영과 맞춘 홍보 활동의 일환으로 대담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은 듯 하다. 예를 들어, 후쿠야마 마사하루는 츠츠미 신이치와 대담을 했는데 두 사람은 당시 영화 에 함께 출연했다. 이처럼 다분히 인위적인 조합이지만 대담 상대로 좀처럼 방송에서 보기 힘든 사람들이 나오거나 활동하는 분야는 다르지만 아티스트라는 공통점을 가진 이들이 주고 받는 이야기를 듣거나 하는 것은 나름대로 재미있다. 시이나 링고의 경우, 야구 선수 이치로를 생각하며 곡을 만든 인연으로 그와 대담을 했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사람을 한 화면에서 만나는 것이 신선했다.

는 ‘우리들의 음악’이라는 뜻이다. 사실 이 타이틀이야말로 그 어떤 장황한 설명보다 이 프로그램을 가장 잘 설명하고 있지 않나 싶기도 하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들의 자신감과 자부심도 말이다. 실제로 의 웹 페이지에는 이런 글이 쓰여져 있다. ‘요즘 시대에는 없었던, 음악의 리얼리티를 그대로 전하는, 순수하고 스트레이트(straight)한 음악 방송입니다. 라이브 연주로 정성스럽게 만들어 낸 양질의 음악과 영상을 보내드립니다. 음악의 현재, 음악의 실제(real)를 그대로 감상해주세요.’ 그 누구보다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최고의 애정을 쏟아 부어 정성스럽게 만들어 ‘우리들의 음악’을 나누는 곳, 그곳이 바로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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