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는 할 말이 많은 드라마다. 그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바가 많다는 게 아니라, 그것을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많은 말을 하게 만든다. 좋아서 보는 사람들도 다 안다. 이 드라마가 공들여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이야기는 원작을 얼기설기 짜깁기한 수준이고 캐릭터에도 일관성이 없다. 연출이나 편집 또한 촌스럽고 작게는 소품부터 크게는 음악까지 드라마를 받쳐주는 요소들이 허술하다. 그럼에도 비교적 너그럽지 않은 한국 시청자들은 F4로 잠시 눈을 마취하고 결점들을 참아낸다. 그 ‘그럼에도’에 의 한계와 성과가 명확히 드러난다. 꽃보다 남자들을 내놓았지만 그 이상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스스로도 알지 못하는, 어쩌면 알고 싶지도 않은 문제작 를 정진아, 윤이나 TV평론가가 짚어보았다. /편집자주
KBS (이하 꽃남)는 세탁물을 배달하러 신화고에 온 금잔디(구혜선)와 왕따로 인해 자살을 결심하게 된 남학생(정의철)의 모습을 교차편집으로 보여주는 것에서 시작한다. 두 명은 학교 옥상에서 만나게 되고 잔디는 그 학생의 자살을 막으려고 애쓴다. 그런데 그때 깔리는 음악과 연출이 자못 경쾌하다. 잔디와 동일한 비중으로 첫 신을 이끌고 있던 남학생의 무거운 상황이 순식간에 가볍게 처리돼버리는 이 첫 장면이야말로 이 시청자들에게 보내는 자기고백적 초대장이라 할 만하다.
나태한 짜깁기와 공들이지 않은 짜임새일본판 의 여주인공인 츠쿠시와 한국판 의 여주인공인 잔디는 원작이 같단 걸 믿을 수 없을 만큼 다르다. 츠쿠시는 원작의 캐릭터보다 더 강인하고 독립적인데 반해 잔디는 그녀를 지켜주겠다는 남자들 사이에 끼여있다. 사람은 돈으로 사는 게 아니라고 말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천만 원짜리 박태환 물안경을 받아오는, 일관성 없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이것은 이야기를 구축하는 방식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일본판 이 원작의 설정과 에피소드 몇 개만을 취한 뒤 자기 식으로 이야기를 구성해갔다면 한국판 은 원작의 에피소드들을 조합해 큰 틀을 만든 뒤에 얼기설기 봉합했을 뿐,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거나 심지어 개연성을 불어넣는 일에조차 별다른 노력을 들이지 않았다. 왕따를 다루는 방식도 마찬가지다. 일본판 은 왕따를, 애정결핍으로 인한 남자주인공의 비뚤어진 일면을 보여주는 장치로 세심하게 이용했다. 결국 왕따 문제를 원작이 그렇다는 이유로 가볍게 취급하는 한국판 의 태도는 왜색이 아니라 자신의 나태함을 까발리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 나태함은 스토리구성에서도 엿볼 수 있다. 어릴 적 사고로 차 타는 걸 무서워하는 윤지후(김현중)가 별다른 극적 장치 없이 단 며칠, 드라마상으로 20분 만에 탈 수 있게 되는 장면은 스토리 라인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전시용 설정에 불과하다. 이처럼 은 에피소드들을 구조물처럼 쌓아가지 못하고 퀼트처럼 전시하며 스토리를 이어나가고 있다. 연출 역시도 아쉽긴 마찬가지다. 화면은 촌스럽고 편집은 툭툭 끊긴다. 가끔씩 등장하는 만화적인 장면도 세련되게 소화해내지 못하고 있다. 또한 장면의 성격과 음악의 괴리감은 간혹 컬트적인 수준이라 왕따를 당할 때 나오는 음악과 잔디가 자전거를 타며 즐거워할 때 나오는 음악이 똑같은 경우마저 있다.
제작진의 직무유기까지 눈감아야 하나은 눈부시게 아름다운 남자들이 불협화음으로 연주하는 공연과 같다. 그렇기에 연주를 중심으로 보는가, 꽃미남 연주자들이 보여주는 퍼포먼스를 중심으로 보는가에 따라 이 드라마를 대하는 태도는 달라질 수 밖에 없다. 구준표(이민호)의 기습키스, 윤지후의 짝사랑, 소이정(김범)의 색소폰 연주 같은 이벤트성 에피소드들로 나태한 서사구성, 촌스러운 연출, 부족한 연기력을 무마시켜나가는 것이 의 방식이기 때문이다. 물론 연주냐 퍼포먼스냐, 선택은 청중의 몫이다. 불협화음이라도 좋으면 좋은 거다. 하지만 그렇다고 악보의 구성이나 리듬을 무시하고 퍼포먼스에만 치중한 지휘자, 즉 제작진에 대한 비판까지 거둘 순 없다. 그런 방식을 하나의 스타일로 받아들이기엔 지나치게 직무유기적이기 때문이다. 지휘자의 가장 기본적인 역할은 공연을 파는 것이 아니라 좋은 연주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니 말이다.
글 정진아
만화나 소설을 원작으로 두고 있는 드라마들에게 있어 ‘원작에 충실하다’라는 말은 대체로 칭찬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원작, 그것도 엄청나게 히트한 일본판 순정만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는 KBS (이하 꽃남)의 경우, ‘원작에 충실하다’라는 말은 칭찬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은 비교적 원작에 충실한 드라마다. 미니시리즈치고 긴 24부의 분량은 36권 분량의 원작 속 중요한 에피소드들을 빠짐없이 소화할 수 있게 한다. 또한 주요 등장인물과 조연들의 캐릭터와 외모, 대사들은 이미 대만과 일본에서 만들어진 드라마들에 비교해도 더 많은 부분에서 원작과의 친화성을 보여준다.돈과 권력, 그리고 아름다움의 세계
대신 이 드라마는 원작의 1990년대 일본의 F4가 가진 배경을 2000년대 한국의 F4로 만들어가는 부분에서 원작과 차이를 둔다. 1회에서 뉴스의 형식을 빌려 보여주는 재벌그룹 신화의 권력과 부, 그리고 나머지 F4 개개인의 배경은 원작의 그것보다 훨씬 더 대단한 것처럼 보인다. 그 권력을 이용하는 것 역시 무소불위에 가까울 정도다. 이 드라마 속에서 F4가 학교에 처음 등장하는 순간, 그들을 보기 위해 몰려들었던 학생들은 네 소년들이 걷는 길을 따라 홍해처럼 갈라진다. 의 세계는 바로 그 ‘교복을 입지 않는 소년들’로 대변되는, 돈과 권력, 그리고 아름다움의 세계이며, 드라마는 화려함을 극대화할 수 있는 영상매체의 특성을 이용하여 이에 대한 욕망을 원작보다 더욱 노골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지나치게 강력한 F4의 배경과 1회에서 등장한 츠쿠시와는 다른 금잔디(구혜선)의 상황은, 이 드라마를 원작과 다른 성취에 이르게 하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캐릭터를 갈팡질팡하도록 만들었다. 금잔디를 원작의 츠쿠시와는 다른 존재로 드라마에 어울리게 재탄생 시킬 수도 있었던 1회의 설정들은 도리어 금잔디를 무색무취의 매력 없는 존재로 만들어 가는데 일조하고 있다. 원작의 츠쿠시에게는 ‘F4에게 처음으로 대든 여자’로서 에토쿠 학원의 서민 계급을 대표하는 ‘잡초’같은 매력이 있었지만, 서민은 명함을 내밀 수도 없는 신화고의 유일한 서민인 금잔디는 학교 내에서 ‘따돌림의 대상’ 이상이 되지 못한다. 원작에 더욱 충실했던 초반에는 대부분의 사건이 학교 내에서 벌어졌지만, 각색의 정도가 커지면서 학교가 거의 등장하지 않게 된 것 역시 이 때문이다. 돈과 권력으로 대변되는 F4의 논리가 완벽히 지배하고 있는 세상 속에서 원하든 원하지 않았든 신화그룹의 힘을 빌려 신화고에 들어온 금잔디가 홀로 할 수 있는 일은 수영 정도뿐이다.‘어차피 드라마는 판타지’ 라는 강력한 방패
이렇게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기 때문에, 드라마 의 캐릭터들은 원작이 만들어 놓은 범주의 바깥으로 이동하는 순간, 쉽게 흔들린다. 윤지후(김현중)가 둘 사이에 엮인 삼각관계의 문제가 해결된 이후, 구준표(이민호)와 금잔디가 연인이 되는 과정이 너무나 급작스러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원작에서는 두 사람이 학교 내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들을 겪으며 감정을 키워가지만, 드라마에서 둘은 시시하게 승부를 마무리 지은 다음 뜬금없는 거짓말로 마음을 확인한다. 이미 원작에 존재하는 사건과 에피소드는 있지만 그걸 끌고 나갈 만 한 동력이 캐릭터에 내재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이들의 행동이 주는 울림이나 재미는 원작의 그것만 못할 수밖에 없다.
은 고등학생이 자유롭게 차를 몰고 다니고 어떤 제재도 없이 클럽에 들어가는 판타지의 세계를 만들어놓고, ‘어차피 드라마는 판타지’라는 말로 비판의 여지를 차단하고 있다. 이 추구하는 ‘천민자본주의’와, 이에서 비롯된 계급 간의 문제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드라마의 완성도 문제까지 F4의 꽃다운 외모와 쉴 새 없이 이어지는 ‘금잔디 구출작전’에 휩싸여 사라져 버린다. 하지만 그 판타지의 세계마저도 그다지 견고하지 않다는 것이 더욱 문제다. 이제 반을 지난 이 원작을 넘어서는 드라마로서의 성취까지는 아니더라도 ‘젊은 층들의 막장드라마’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는 계속되는 사건들 속에서 변화하는 캐릭터들의 모습과 그들의 감정을 시청자들이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굳이 그걸 원하지 않는다면 ‘츠카사의 현신과 같은 구준표’를 보여주는데 더욱 충실하거나. 물론 시청률에는 후자가 더욱 도움이 될 것이다.
글 윤이나
KBS (이하 꽃남)는 세탁물을 배달하러 신화고에 온 금잔디(구혜선)와 왕따로 인해 자살을 결심하게 된 남학생(정의철)의 모습을 교차편집으로 보여주는 것에서 시작한다. 두 명은 학교 옥상에서 만나게 되고 잔디는 그 학생의 자살을 막으려고 애쓴다. 그런데 그때 깔리는 음악과 연출이 자못 경쾌하다. 잔디와 동일한 비중으로 첫 신을 이끌고 있던 남학생의 무거운 상황이 순식간에 가볍게 처리돼버리는 이 첫 장면이야말로 이 시청자들에게 보내는 자기고백적 초대장이라 할 만하다.
나태한 짜깁기와 공들이지 않은 짜임새일본판 의 여주인공인 츠쿠시와 한국판 의 여주인공인 잔디는 원작이 같단 걸 믿을 수 없을 만큼 다르다. 츠쿠시는 원작의 캐릭터보다 더 강인하고 독립적인데 반해 잔디는 그녀를 지켜주겠다는 남자들 사이에 끼여있다. 사람은 돈으로 사는 게 아니라고 말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천만 원짜리 박태환 물안경을 받아오는, 일관성 없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이것은 이야기를 구축하는 방식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일본판 이 원작의 설정과 에피소드 몇 개만을 취한 뒤 자기 식으로 이야기를 구성해갔다면 한국판 은 원작의 에피소드들을 조합해 큰 틀을 만든 뒤에 얼기설기 봉합했을 뿐,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거나 심지어 개연성을 불어넣는 일에조차 별다른 노력을 들이지 않았다. 왕따를 다루는 방식도 마찬가지다. 일본판 은 왕따를, 애정결핍으로 인한 남자주인공의 비뚤어진 일면을 보여주는 장치로 세심하게 이용했다. 결국 왕따 문제를 원작이 그렇다는 이유로 가볍게 취급하는 한국판 의 태도는 왜색이 아니라 자신의 나태함을 까발리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 나태함은 스토리구성에서도 엿볼 수 있다. 어릴 적 사고로 차 타는 걸 무서워하는 윤지후(김현중)가 별다른 극적 장치 없이 단 며칠, 드라마상으로 20분 만에 탈 수 있게 되는 장면은 스토리 라인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전시용 설정에 불과하다. 이처럼 은 에피소드들을 구조물처럼 쌓아가지 못하고 퀼트처럼 전시하며 스토리를 이어나가고 있다. 연출 역시도 아쉽긴 마찬가지다. 화면은 촌스럽고 편집은 툭툭 끊긴다. 가끔씩 등장하는 만화적인 장면도 세련되게 소화해내지 못하고 있다. 또한 장면의 성격과 음악의 괴리감은 간혹 컬트적인 수준이라 왕따를 당할 때 나오는 음악과 잔디가 자전거를 타며 즐거워할 때 나오는 음악이 똑같은 경우마저 있다.
제작진의 직무유기까지 눈감아야 하나은 눈부시게 아름다운 남자들이 불협화음으로 연주하는 공연과 같다. 그렇기에 연주를 중심으로 보는가, 꽃미남 연주자들이 보여주는 퍼포먼스를 중심으로 보는가에 따라 이 드라마를 대하는 태도는 달라질 수 밖에 없다. 구준표(이민호)의 기습키스, 윤지후의 짝사랑, 소이정(김범)의 색소폰 연주 같은 이벤트성 에피소드들로 나태한 서사구성, 촌스러운 연출, 부족한 연기력을 무마시켜나가는 것이 의 방식이기 때문이다. 물론 연주냐 퍼포먼스냐, 선택은 청중의 몫이다. 불협화음이라도 좋으면 좋은 거다. 하지만 그렇다고 악보의 구성이나 리듬을 무시하고 퍼포먼스에만 치중한 지휘자, 즉 제작진에 대한 비판까지 거둘 순 없다. 그런 방식을 하나의 스타일로 받아들이기엔 지나치게 직무유기적이기 때문이다. 지휘자의 가장 기본적인 역할은 공연을 파는 것이 아니라 좋은 연주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니 말이다.
글 정진아
만화나 소설을 원작으로 두고 있는 드라마들에게 있어 ‘원작에 충실하다’라는 말은 대체로 칭찬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원작, 그것도 엄청나게 히트한 일본판 순정만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는 KBS (이하 꽃남)의 경우, ‘원작에 충실하다’라는 말은 칭찬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은 비교적 원작에 충실한 드라마다. 미니시리즈치고 긴 24부의 분량은 36권 분량의 원작 속 중요한 에피소드들을 빠짐없이 소화할 수 있게 한다. 또한 주요 등장인물과 조연들의 캐릭터와 외모, 대사들은 이미 대만과 일본에서 만들어진 드라마들에 비교해도 더 많은 부분에서 원작과의 친화성을 보여준다.돈과 권력, 그리고 아름다움의 세계
대신 이 드라마는 원작의 1990년대 일본의 F4가 가진 배경을 2000년대 한국의 F4로 만들어가는 부분에서 원작과 차이를 둔다. 1회에서 뉴스의 형식을 빌려 보여주는 재벌그룹 신화의 권력과 부, 그리고 나머지 F4 개개인의 배경은 원작의 그것보다 훨씬 더 대단한 것처럼 보인다. 그 권력을 이용하는 것 역시 무소불위에 가까울 정도다. 이 드라마 속에서 F4가 학교에 처음 등장하는 순간, 그들을 보기 위해 몰려들었던 학생들은 네 소년들이 걷는 길을 따라 홍해처럼 갈라진다. 의 세계는 바로 그 ‘교복을 입지 않는 소년들’로 대변되는, 돈과 권력, 그리고 아름다움의 세계이며, 드라마는 화려함을 극대화할 수 있는 영상매체의 특성을 이용하여 이에 대한 욕망을 원작보다 더욱 노골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지나치게 강력한 F4의 배경과 1회에서 등장한 츠쿠시와는 다른 금잔디(구혜선)의 상황은, 이 드라마를 원작과 다른 성취에 이르게 하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캐릭터를 갈팡질팡하도록 만들었다. 금잔디를 원작의 츠쿠시와는 다른 존재로 드라마에 어울리게 재탄생 시킬 수도 있었던 1회의 설정들은 도리어 금잔디를 무색무취의 매력 없는 존재로 만들어 가는데 일조하고 있다. 원작의 츠쿠시에게는 ‘F4에게 처음으로 대든 여자’로서 에토쿠 학원의 서민 계급을 대표하는 ‘잡초’같은 매력이 있었지만, 서민은 명함을 내밀 수도 없는 신화고의 유일한 서민인 금잔디는 학교 내에서 ‘따돌림의 대상’ 이상이 되지 못한다. 원작에 더욱 충실했던 초반에는 대부분의 사건이 학교 내에서 벌어졌지만, 각색의 정도가 커지면서 학교가 거의 등장하지 않게 된 것 역시 이 때문이다. 돈과 권력으로 대변되는 F4의 논리가 완벽히 지배하고 있는 세상 속에서 원하든 원하지 않았든 신화그룹의 힘을 빌려 신화고에 들어온 금잔디가 홀로 할 수 있는 일은 수영 정도뿐이다.‘어차피 드라마는 판타지’ 라는 강력한 방패
이렇게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기 때문에, 드라마 의 캐릭터들은 원작이 만들어 놓은 범주의 바깥으로 이동하는 순간, 쉽게 흔들린다. 윤지후(김현중)가 둘 사이에 엮인 삼각관계의 문제가 해결된 이후, 구준표(이민호)와 금잔디가 연인이 되는 과정이 너무나 급작스러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원작에서는 두 사람이 학교 내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들을 겪으며 감정을 키워가지만, 드라마에서 둘은 시시하게 승부를 마무리 지은 다음 뜬금없는 거짓말로 마음을 확인한다. 이미 원작에 존재하는 사건과 에피소드는 있지만 그걸 끌고 나갈 만 한 동력이 캐릭터에 내재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이들의 행동이 주는 울림이나 재미는 원작의 그것만 못할 수밖에 없다.
은 고등학생이 자유롭게 차를 몰고 다니고 어떤 제재도 없이 클럽에 들어가는 판타지의 세계를 만들어놓고, ‘어차피 드라마는 판타지’라는 말로 비판의 여지를 차단하고 있다. 이 추구하는 ‘천민자본주의’와, 이에서 비롯된 계급 간의 문제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드라마의 완성도 문제까지 F4의 꽃다운 외모와 쉴 새 없이 이어지는 ‘금잔디 구출작전’에 휩싸여 사라져 버린다. 하지만 그 판타지의 세계마저도 그다지 견고하지 않다는 것이 더욱 문제다. 이제 반을 지난 이 원작을 넘어서는 드라마로서의 성취까지는 아니더라도 ‘젊은 층들의 막장드라마’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는 계속되는 사건들 속에서 변화하는 캐릭터들의 모습과 그들의 감정을 시청자들이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굳이 그걸 원하지 않는다면 ‘츠카사의 현신과 같은 구준표’를 보여주는데 더욱 충실하거나. 물론 시청률에는 후자가 더욱 도움이 될 것이다.
글 윤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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