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은 부당한 징계를 받은 동료를 위해 투쟁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미디어 악법까지 막을 수 있는 운동이 되길 바랍니다.’ 설 연휴 전 제작거부에 들어간 KBS의 한 PD는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연휴의 마지막 날 밤, 나는 우연히도 동명의 라이트 노벨을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 을 만났다. 12편을 다 보고 자느라 오랜만의 출근은 참으로 푸석푸석해졌지만. 만화 속 근미래의 일본은 미디어의 악영향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미디어 양화법이 제정된다. 검열을 시행하는 것은 미디어 양화위원회인데 검열 권한이 확대 해석되어 집행에 거부하는 자에게는 무력행사도 가능하다. 이러한 무법천지의 최후 보루는 도서관. 도서관은 도서관 자유법이라는 법률을 통해 보유 서적을 지킬 권리를 갖게 되고, 수시로 침입하는 미디어 양화대와의 무력 충돌에 대비해 방위대도 조직한다.

도서관 앞 총격전이나 희귀 도서를 회수하기 위한 시가지 작전까지, 다분히 만화적인 상상력이 발휘되지만 만화를 보는 내내 기시감을 느낀다는 건 독특한 경험이다. 특히 도무지 만화 속 대사라고만 여길 수 없었던 건 마지막 편에서 관동도서대 이나미네 사령관이 퇴임하며 남긴 훈시다. ‘인간에게 표현과 그것을 누리는 자유는 태어나면서부터 얻게 되는 불가결한 권리입니다. 그것을 위협하는 자들과의 투쟁에서 여러분이 물러나야 할 이유는 조금도 없습니다.’ 정말 그렇습니다.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