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 작가의 드라마를 좋아한다. 김수현 드라마를 볼 때는 자식들이 안부 전화를 해도 귀찮아 하는 외할머니와 김수현 드라마를 볼 때 말을 걸면 대사를 놓쳤다며 화를 내던 엄마의 영향이 컸다. 어떤 이들은 속사포 같은 대사와 일상 생활에서 잘 쓰지 않는 언어를 구사하는 김수현 드라마 속 인물들을 비웃기도 하지만, 감히 말하자면 나는 그런 김수현식 대사에서 인생을 배웠다. 일본 방송을 소개하는 글에서 갑자기 김수현 작가를 들먹이는 이유는 이번 1분기 드라마에서 그녀와 마찬가지로 거장의 필력을 느끼게 하는 작품을 만났기 때문이다. 작년 4분기에 방송된 에 이어 ‘후지TV 개국 50주년 기념 드라마’로 기획된 은 현재 일본에서 가장 주목 받는 배우 카세 료의 연속드라마 첫 출연과 한 시대를 풍미했던 거장 야마다 타이치 작가의 귀환으로 먼저 화제가 되었다. 1997년에 방송된 이후 “더 이상 연속극은 쓰지 않겠다”고 선언했던 야마다 작가는 그 동안 몇 편의 특집극을 통해서만 만날 수 있었다. 일흔 다섯의 노작가가 12년 만에 돌아와 풀어 놓은 것은 마음에 큰 상처를 안고 있는 두 남녀가 우연한 만남을 통해 서로를 구원하는 이야기다.
죽음의 기억을 공유한 두 남녀의 만남
은 두 남녀, 타자키 쇼타(카세 료)와 나카시로 카나(나카마 유키에)가 전철플랫폼에서 자살하려던 남자, 후지모토 마코토(진나이 타카노리)를 말리는 사건에서 시작된다. 카나와 쇼타는 그 전까지는 서로 전혀 모르는 사이였다. 하지만 두 사람은 보통은 쉽게 알아차리기 힘들, 자살하려는 사람을 동시에 알아보았고, 서로에게 무언가 비슷한 분위기를 감지하고 이끌리게 된다. 두 사람이 후지모토를 말릴 수 있었던 이유이자 서로가 서로에게 느낀 것은 바로 ‘죽으려고 했던 경험이 있는 자’로서의 동질감이었다.카나는 업무용 주방 기기 판매 회사에서 일한다. 할머니와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사는 그녀는 특별히 눈에 띄는 개성은 없지만 밝고 건강한,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20대 후반의 여성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가족에게도 털어 놓지 못한 채 지금까지 상처로 안고 있는 어떤 과거가 있다. 한편, 쇼타는 미장 장인인 할아버지 밑에서 미장 일을 한다. 쇼타의 집안은 몇 년 전 어머니가 집을 나간 이래 할아버지부터 아버지, 쇼타까지 3대 모두 남자만 살고 있다. 쇼타는 말수가 적고 인간 관계에 서툰 소심한 남자다. 늘 어딘가 주눅들어 있는 듯 보이는 그 역시 과거 카나와 마찬가지로 자살하려고 했던 적이 있다.
산다는 것, 그 경이로움에 대하여
두 사람 모두 처음 만난 이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성격은 아니었다. 하지만 상대방에게 자신과 비슷한 분위기를 감지한 둘은 메일 주소를 교환하고 인연을 이어가게 된다. 처음엔 메일을 주고 받다가 시간을 내어 만나기도 하고, 서로의 집을 방문하기도 한다. 그리고 가족에게도 쉽사리 말할 수 없었던 상처를 드러내고 위로하며 카나와 쇼타는 조금씩 서로의 인생에 발을 딛게 된다. 이렇게 정리하니 따뜻하고 희망적인 휴먼 드라마 같지만 사실 은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다. 자살을 시도한 경험이 있는 두 주인공은 물론, 일견 평범하고 온화해 보이는 그들의 가족들 역시 서로에게 쉽사리 털어놓을 수 없는 비밀을 안고 살아 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과감하고 센 설정이나 사건을 담담하고 잔잔하게 하지만 날카롭게 꿰뚫어 묘사하는 야마다 작가의 솜씨가 바로 의 묘미다.
을 보면서 김수현 작가를 떠올린 건 예상을 벗어나는 대사 때문이기도 하다. 사실 드라마를 보면서 처음엔 뭔지 모를 위화감을 느꼈는데 그 원인은 바로 인물들이 주고 받는 대사에 있었다. 속 인물들은 결코 ‘A가 이렇게 말했으니 B가 이렇게 말하겠지’ 하고 자연스럽게 예상할 수 있는 흔한 ‘드라마 대사’를 내뱉지 않는다. 그리고 그들은 때때로 ‘이 캐릭터가 이런 행동도 하나?’ 싶을 만큼 과감하거나 이상한 행동을 하기도 한다. 그게 처음엔 낯설었지만 우리들 역시 늘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모습으로만 살아가진 않는다는 것을 떠올려보면 오히려 더 현실적이기도 하다. 이처럼 은 거장이 자신만의 언어로 그려내는 평범하지만 단정지을 수 없는 인물들을 통해 ‘죽을 만큼 힘들어도, 그래도 살아간다는 것의 경이로움’을 새삼 깨닫는 결코 ‘흔하지 않은’ 쾌감을 맛보게 해 준다. 극 중 후지모토를 연기하는 진나이 타카노리는 인터뷰에서 의 각본을 ‘처음으로 섹스 피스톨즈의 음악을 들었을 때의 충격’에 빗대기도 했는데, 드라마를 보다 보면 이것이 얼마나 탁월한 비유인지 깨닫게 된다.
죽음의 기억을 공유한 두 남녀의 만남
은 두 남녀, 타자키 쇼타(카세 료)와 나카시로 카나(나카마 유키에)가 전철플랫폼에서 자살하려던 남자, 후지모토 마코토(진나이 타카노리)를 말리는 사건에서 시작된다. 카나와 쇼타는 그 전까지는 서로 전혀 모르는 사이였다. 하지만 두 사람은 보통은 쉽게 알아차리기 힘들, 자살하려는 사람을 동시에 알아보았고, 서로에게 무언가 비슷한 분위기를 감지하고 이끌리게 된다. 두 사람이 후지모토를 말릴 수 있었던 이유이자 서로가 서로에게 느낀 것은 바로 ‘죽으려고 했던 경험이 있는 자’로서의 동질감이었다.카나는 업무용 주방 기기 판매 회사에서 일한다. 할머니와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사는 그녀는 특별히 눈에 띄는 개성은 없지만 밝고 건강한,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20대 후반의 여성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가족에게도 털어 놓지 못한 채 지금까지 상처로 안고 있는 어떤 과거가 있다. 한편, 쇼타는 미장 장인인 할아버지 밑에서 미장 일을 한다. 쇼타의 집안은 몇 년 전 어머니가 집을 나간 이래 할아버지부터 아버지, 쇼타까지 3대 모두 남자만 살고 있다. 쇼타는 말수가 적고 인간 관계에 서툰 소심한 남자다. 늘 어딘가 주눅들어 있는 듯 보이는 그 역시 과거 카나와 마찬가지로 자살하려고 했던 적이 있다.
산다는 것, 그 경이로움에 대하여
두 사람 모두 처음 만난 이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성격은 아니었다. 하지만 상대방에게 자신과 비슷한 분위기를 감지한 둘은 메일 주소를 교환하고 인연을 이어가게 된다. 처음엔 메일을 주고 받다가 시간을 내어 만나기도 하고, 서로의 집을 방문하기도 한다. 그리고 가족에게도 쉽사리 말할 수 없었던 상처를 드러내고 위로하며 카나와 쇼타는 조금씩 서로의 인생에 발을 딛게 된다. 이렇게 정리하니 따뜻하고 희망적인 휴먼 드라마 같지만 사실 은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다. 자살을 시도한 경험이 있는 두 주인공은 물론, 일견 평범하고 온화해 보이는 그들의 가족들 역시 서로에게 쉽사리 털어놓을 수 없는 비밀을 안고 살아 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과감하고 센 설정이나 사건을 담담하고 잔잔하게 하지만 날카롭게 꿰뚫어 묘사하는 야마다 작가의 솜씨가 바로 의 묘미다.
을 보면서 김수현 작가를 떠올린 건 예상을 벗어나는 대사 때문이기도 하다. 사실 드라마를 보면서 처음엔 뭔지 모를 위화감을 느꼈는데 그 원인은 바로 인물들이 주고 받는 대사에 있었다. 속 인물들은 결코 ‘A가 이렇게 말했으니 B가 이렇게 말하겠지’ 하고 자연스럽게 예상할 수 있는 흔한 ‘드라마 대사’를 내뱉지 않는다. 그리고 그들은 때때로 ‘이 캐릭터가 이런 행동도 하나?’ 싶을 만큼 과감하거나 이상한 행동을 하기도 한다. 그게 처음엔 낯설었지만 우리들 역시 늘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모습으로만 살아가진 않는다는 것을 떠올려보면 오히려 더 현실적이기도 하다. 이처럼 은 거장이 자신만의 언어로 그려내는 평범하지만 단정지을 수 없는 인물들을 통해 ‘죽을 만큼 힘들어도, 그래도 살아간다는 것의 경이로움’을 새삼 깨닫는 결코 ‘흔하지 않은’ 쾌감을 맛보게 해 준다. 극 중 후지모토를 연기하는 진나이 타카노리는 인터뷰에서 의 각본을 ‘처음으로 섹스 피스톨즈의 음악을 들었을 때의 충격’에 빗대기도 했는데, 드라마를 보다 보면 이것이 얼마나 탁월한 비유인지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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