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에(지금도 물론) 나의 영웅은 박찬호였다. 세기가 바뀌어 내 마음 속에 들어온 또 하나의 영웅은 박지성이다. 프리미어리그 시즌이 되면 지겹도록 한밤중에 축구하는 영국이란 나라에서 펄펄 뛰어다니는 그를 나는 매우 좋아한다. 리그, 컵, 챔피언스리그가 번갈아 펼쳐지는 경기 일정을 파악해서 다이어리에 표시해놓고 그를 만나고 자거나 자다가 일어나서 만나거나 혹은 만나고 나서 바로 출근하거나 하는 강행군을 함께하는 것이다. 혹은 알렉스 퍼거슨 경의 낚시질에 된통 당하기도 하면서… 내 20세기의 영웅과 마찬가지로 세계 최고의 리그에서 멋지게 활약하고 있다는 너무나 당연한 이유로 그를 좋아하고, 그 자리에 있기까지 굳이 설명해야 할 필요도 없을 만큼의 인고의 시간을 이겨낸 인간이라는 뻔한 이유로 그를 응원한다. 그렇다. 난 그냥 박지성 빠돌이다.

재작년 그의 시합을 보기 위해 케이블 TV를 신청하자 어머니께서 친히 내게 전화를 하셨다. “우리 아들, 착한 일을 했구나.” “네?” “할머니가 낮에 심심하시니까 기독교 방송 보시라고 케이블 TV 신청한 거지?” “네. 물론이죠, 어머니!”… 박지성, 난 박빠이자 효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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