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 눈은 전혀 없지만 괜히 헛기침을 두어번하고 스위치를 켠다. 손에 쥔 리모콘에 살짝 힘이 들어간다. “오늘도 열심히 해 봅시다” 라고 어쩐지 사이버가수 아담을 닮은 여자 트레이너가 기운을 북돋아 준다. 그녀가 시키는 대로 팔도 앞뒤로 뻗고 다리도 내밀고 한 발로 균형도 잡는다. “자세가 좋군요” 한 마디에 의욕이 불끈. 운동저금통에 땡그랑 하고 코인이 쌓이면 또 성취감 한 토막. 4절지만한 크기의 보드 위에서 TV 화면 속의 트레이너가 시키는 대로 열심히 몸을 움직이는 ‘피트니스’(게임이 아니다!!), Wii Fit. 체중 측정부터 이런저런 요가동작까지 하루 2-30분 정도 몸을 꼼지락거리기엔 썩 나쁘지 않다. 과연 이게 정말 얼마나 ‘운동’ 이라는 게 될지는 전혀 알 길 없지만 그래도 하루 종일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나! 라는 생각에 오늘도 나는 Wii Fit 위에 발을 올린다. TV 속에서 나의 자세를 끝도 없이 칭찬하고 있는 트레이너를 마주하고.

덧. 아무리 긍정적으로 봐 주려 해도 주머니에 Wii 리모콘을 넣고 제자리에서 폴짝대는 걸로 조깅한 셈 치자는 건 좀 너무했다. 욕심이 과했어, 닌텐도 씨.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