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MBC 이 스튜디오 녹화를 폐지하고 ‘신개념 운명 진단 토크쇼’로 바뀌었다. 특수 제작된 버스 안에 세 개의 방을 만들고 역술가, 타로점술가, 무당을 배치한 후 연예인들을 직접 찾아가 점을 봐주는 형식이다. 또 SBS 와 의 ‘골드미스가 간다’는 신년 특집으로 출연자들의 운세를 보기도 했고, MBC 의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정형돈-태연 커플이 첫 데이트에서 궁합을 보기도 했으니 이젠 점이 오락 프로그램의 인기 아이템으로 자리 잡게 됐다고 할만하다. 누구도 알 수 없는 사람의 운명을 역술인들이 나와 척척 맞춘다는데 누군들 솔깃하지 않겠는가. 에 출연한 점술가는 그룹 FT아일랜드의 이홍기의 신년운세에 대해 “1월에 사람과의 인연의 끈을 놓아야 하는 결정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점괘를 뽑았고, 며칠 뒤 그룹 멤버 오원빈의 탈퇴가 발표 되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해 점술가의 이름을 걸고 맞추는 것이야말로 ‘리얼’이니, 오락 프로그램에서 점을 탐낼 법하다.
PPL 뺨 치는 역술인들의 운세 보기
하지만 요즘 오락 프로그램에서 점을 묘사하는 방식을 보면 가끔씩 섬뜩해질 때가 있다. 일례로 지난 해 SBS 에 나온 아기무당은 MC 강호동에게 한동안 아기가 없을 거라고 말하고, 그룹 슈퍼주니어의 강인에게 사고가 생길 것이라고도 했다. 또 반대로 강호동이 진행하는 SBS 이 대박이 날 거라고도 했다. 물론 강호동은 금새 아기를 가지게 됐고, 강인은 사고를 당하지 않았으며, 은 평범한 시청률을 기록 중이다. 하지만 당시 에서는 아기무당이 맞춘 것들만을 부각시키며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데 열을 올렸다. 물론 ‘지나친 맹신은 금물‘같은 자막이 등장하기도 했지만, 패널들이 호들갑을 떨며 모든 점괘가 맞는다고 소리를 치니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귀가 솔깃할 법 하다. 역시 점이 다 맞는 건 아니라는 주의를 주지만, 동시에 출연자들의 입에서 “99퍼센트의 적중률이에요. 하나하나 열거할 수가 없어요. 전부 다 맞추셨어요”라는 식의 발언이 쏟아져 나온다.아무리 재미를 위해서라지만, 누구도 확언할 수 없는 미래를 마치 확실한 것처럼 말하며 시청자들에게 공포감이나 호기심을 일으키는 방법으로 시청률을 올려야 할까. 만약 방송의 공신력을 믿고 무작정 점술가의 말을 따랐다가 피해를 보는 이가 생긴다면 그건 대체 누가 책임질 것인가. 게다가 오락 프로그램에서 이런 식으로 점술의 정확성을 강조하면 결국 득을 보는 것은 출연한 점술가들뿐이다. 실제로 MBC 의 ‘신년운세 보기’ 이후 점을 봐준 역술가에 대한 문의가 쇄도한 바 있고, 급기야 찾아가봤더니 과연 용하니 안 하니 네티즌들끼리 후기를 남기며 갑론을박을 벌이기도 했다.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마치 PPL에 버금가는 효과가 난 것이다.
그저 덕담을 건네는 건 재미없을까요?
방송이 반드시 매사 윤리적이고 미신타파에 앞장서야 옳다는 얘기가 아니다. 오히려 나는 점이 평범한 우리의 인생에 위안을 주는 심리 상담의 역할을 한다고 믿는다. 나도 젊은 시절 꽤나 점집을 드나들기도 했다. 삼대독자에게 시집 와 멋모르고 딸을 덜컥 낳은 뒤 대를 이을 아들을 낳아야한다는 압박에 시달리다 점집에 가서 내 이름 석 자에 아들이 없다기에 개명을 해 반지에 새겨 넣고, 부적을 써 베개에 숨겨두기도 했다. 그게 효과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점집에서 권한 반지나 부적이 절박했던 나에게 의지가 되었던 것은 사실이다. 점이라는 건 딱 그만큼, 그저 나에게 절박한 일에 대해 믿을 구석을 주는 위안 역할을 하면 그만 아닌가. 오락 프로그램 제작진이야 그러면 재미없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점괘의 결과를 과장해서 재미를 부각시키는 대신 내가 젊은 시절 그랬던 것처럼 점을 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엮어 나갈 수도 있을 것이고, 그게 아니라면 아예 TV에 출연한 점술가들의 말이 정말 맞았는지 안 맞았는지 확인해보는 것도 낫지 않을까.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태연-정형돈 커플의 점 보기가 그리 자극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던 것도 도저히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사람의 심리가 점을 통해 드러났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옛 사람들은 토정비결의 결과를 보며 한 해 덕담을 받는 것이라 생각했다고 한다. TV에서도 점으로 그저 사람들에게 좋은 덕담 한마디 건넬 수는 없을 런지.
정석희
이지혜 seven@10asia.co.kr
PPL 뺨 치는 역술인들의 운세 보기
하지만 요즘 오락 프로그램에서 점을 묘사하는 방식을 보면 가끔씩 섬뜩해질 때가 있다. 일례로 지난 해 SBS 에 나온 아기무당은 MC 강호동에게 한동안 아기가 없을 거라고 말하고, 그룹 슈퍼주니어의 강인에게 사고가 생길 것이라고도 했다. 또 반대로 강호동이 진행하는 SBS 이 대박이 날 거라고도 했다. 물론 강호동은 금새 아기를 가지게 됐고, 강인은 사고를 당하지 않았으며, 은 평범한 시청률을 기록 중이다. 하지만 당시 에서는 아기무당이 맞춘 것들만을 부각시키며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데 열을 올렸다. 물론 ‘지나친 맹신은 금물‘같은 자막이 등장하기도 했지만, 패널들이 호들갑을 떨며 모든 점괘가 맞는다고 소리를 치니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귀가 솔깃할 법 하다. 역시 점이 다 맞는 건 아니라는 주의를 주지만, 동시에 출연자들의 입에서 “99퍼센트의 적중률이에요. 하나하나 열거할 수가 없어요. 전부 다 맞추셨어요”라는 식의 발언이 쏟아져 나온다.아무리 재미를 위해서라지만, 누구도 확언할 수 없는 미래를 마치 확실한 것처럼 말하며 시청자들에게 공포감이나 호기심을 일으키는 방법으로 시청률을 올려야 할까. 만약 방송의 공신력을 믿고 무작정 점술가의 말을 따랐다가 피해를 보는 이가 생긴다면 그건 대체 누가 책임질 것인가. 게다가 오락 프로그램에서 이런 식으로 점술의 정확성을 강조하면 결국 득을 보는 것은 출연한 점술가들뿐이다. 실제로 MBC 의 ‘신년운세 보기’ 이후 점을 봐준 역술가에 대한 문의가 쇄도한 바 있고, 급기야 찾아가봤더니 과연 용하니 안 하니 네티즌들끼리 후기를 남기며 갑론을박을 벌이기도 했다.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마치 PPL에 버금가는 효과가 난 것이다.
그저 덕담을 건네는 건 재미없을까요?
방송이 반드시 매사 윤리적이고 미신타파에 앞장서야 옳다는 얘기가 아니다. 오히려 나는 점이 평범한 우리의 인생에 위안을 주는 심리 상담의 역할을 한다고 믿는다. 나도 젊은 시절 꽤나 점집을 드나들기도 했다. 삼대독자에게 시집 와 멋모르고 딸을 덜컥 낳은 뒤 대를 이을 아들을 낳아야한다는 압박에 시달리다 점집에 가서 내 이름 석 자에 아들이 없다기에 개명을 해 반지에 새겨 넣고, 부적을 써 베개에 숨겨두기도 했다. 그게 효과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점집에서 권한 반지나 부적이 절박했던 나에게 의지가 되었던 것은 사실이다. 점이라는 건 딱 그만큼, 그저 나에게 절박한 일에 대해 믿을 구석을 주는 위안 역할을 하면 그만 아닌가. 오락 프로그램 제작진이야 그러면 재미없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점괘의 결과를 과장해서 재미를 부각시키는 대신 내가 젊은 시절 그랬던 것처럼 점을 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엮어 나갈 수도 있을 것이고, 그게 아니라면 아예 TV에 출연한 점술가들의 말이 정말 맞았는지 안 맞았는지 확인해보는 것도 낫지 않을까.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태연-정형돈 커플의 점 보기가 그리 자극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던 것도 도저히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사람의 심리가 점을 통해 드러났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옛 사람들은 토정비결의 결과를 보며 한 해 덕담을 받는 것이라 생각했다고 한다. TV에서도 점으로 그저 사람들에게 좋은 덕담 한마디 건넬 수는 없을 런지.
정석희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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