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듀이 리드모어북스’는 1988년 1월 어느 아침 아이오와주 스펜서라는 촌동네 도서관 반납함속에 버려졌다. 도서관 직원들은 동상에 걸려 죽어가던 고양이의 목숨을 구한 뒤 아예 도서관에 입양해버린다. 오렌지색 솜털이 보송보송한데다 넉살좋게 사람들을 따르던 고양이 듀이는 이후 19년간 도서관에서 살며 세계적인 명성을 누린 뒤 2006년 11월 위종양으로 생을 마감했다. NHK에서 다큐멘터리를 찍었을 만큼 유명한 이 고양이의 이야기는 라는 책으로 엊그제 막 출간됐고, 나는 이 책을 10분전에 막 끝냈다. 실수였다. 곧 개봉할 ‘개 신파영화’ 의 시사회에서 소란스럽게 눈물 콧물 곡을 해댄 나로서는 이 사연 많은 고양이가 안락사 당하는 대목을 버틸만한 각오 따위 되어있지 않았던 것이다. 게다가 (변명이 아니다!) 월요일 아침까지 마감해야 하는 이 기사의 소재로 ‘듀이’ 외에는 생각할 수 없게 되어버린 것이다. 어쨌거나 듀이에 대해서 써야만 했고 설마하는 마음으로 유튜브에서 Dewey를 검색했다. 도시전설 같은 논픽션의 주인공이 도서관 서가를 건너뛰고 카메라를 향해 손짓하고, 나는 핸드폰에 저장된 동영상을 켰다. 작년 여름 죽은 강아지가 열심히 나를 향해 뛰어오고 있었다. 그래. 이런게 우리가 일상을 영상으로 기록하는 진짜 이유 중 하나였지. 당신보다 빨리 죽는 존재가 곁에 있다면 캠코더가 달려있는 카메라를 열심히 돌리시길 권한다. 그들이 가고나면 메모리카드와 외장하드의 비어있는 바이트들이 칼처럼 가슴을 푹푹 찔러댈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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