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력이 유독 떨어지는 나는 드라마도 하나를 꾸준히 붙잡고 보지 못한다. 내 인생의 드라마로 손꼽는 도 시즌 4까지 보던 중 접어놓았고, 지난 해 가장 재밌게 봤던 미드 도 막상 시즌 2가 나오자 흥미를 잃었다. 그런 내가 유일하게, 한 회도 빼놓지 않고 챙겨보는 드라마는 사실 (온스타일 월화 밤 12시)이다. 뉴욕 맨해튼의 고급 사립학교에 다니는 십대들의 연애와 라이프스타일을 그린 이 드라마는 사실 ‘그들이 사는 세상’의 이야기다.

단짝 친구인 세리나(블레이크 라이블리)와 블레어(레이튼 미스터)는 특급 호텔이나 화려한 저택에 살면서 하녀에게 파티 준비를 시키고, 같은 옷을 두 번 입지 않는다. 이 세계에선 빈부의 격차는 있지만 미모만큼은 공평해서, 세리나의 가난한 남자친구 댄(펜 바드글리)의 여동생 제니(테일러 맘슨) 역시 디자이너의 재능과 모델의 몸매를 가지고 있다. 같은 남자친구와 세 번이나 사귀었다 헤어지고, 아빠가 게이 모델과 바람이 나서 엄마와 이혼하고, 같이 놀던 친구가 약물 중독으로 눈앞에서 죽는 걸 목격하고, 엄마와 남자친구의 아버지가 옛날부터 사랑했던 사이임을 알게 되는 스펙터클한 세계지만 어쨌든 부자는 부자고 엘리트는 엘리트고 미인은 미인인 것이다. 그래서 비만과 여드름, 성적표와 용돈 혹은 나라꼴에 대해 조금도 고민할 필요 없는 십대들의 이야기는 공허하지만 식용색소로 물들인 마카롱처럼 예쁘다. 책장을 넘기기도, 스크롤을 내리기도 귀찮을 만큼 지치고 피곤한 날이면 을 보는 것은 그 때문이다. 머리를 텅 비우고 환상에 젖는 시간, 그건 내 영혼을 위한 마리화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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