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시노 아스카, 그 날은 그녀가 스물다섯이 되는 날이었다. OL로 근무 중인 회사에서는 여전히 구박을 받고 있고, 사내연애를 하던 애인은 양다리를 걸치고선 “넌 재미가 없다”는 말 한마디와 함께 이별을 통보해왔고, 독립해서 혼자 살고 있던 맨션에는 불이 났다. 그렇다. 그날은 생일이었다. 임시방편으로 마련한 낡은 맨션은 걸을 때마다 삐그덕 소리가 나고, 비가 오면 물이 샜다. 온갖 설움에 한 손엔 맥주, 다른 한 손엔 편의점 음식을 들고 눈물을 흘리며 “신이라니, 절대로 없어!”라고 외치는 순간 코끼리 코를 달고 가네샤가 나타났다.

지난 2008년 4분기에 방영되었던 일본드라마 는 평범한 여주인공이 매주 인도코끼리의 신 가네샤에게서 황당한 미션을 받고, 그 미션을 수행해가는 과정을 통해 행복을 찾아간다는 내용의 드라마이다. 손톱을 깎으라는 미션을 받은 후 헤어진 애인의 따귀를 힘차게 때릴 수 있었고, 거짓말을 하지 말라는 미션을 받은 후 그녀는 상사가 만든 기획안의 허점을 찾아내 더 큰 일을 할 수 있었다. 그렇게 행복은 가까이에 있고, 스스로의 작은 힘으로도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그 순간, “세상을 즐겨라”라는 말을 남겨둔 채 가네샤는 그녀의 곁을 떠난다. 사람들에 따라 이 드라마는 반복되는 플롯으로 인해 지루하고도 따분한 드라마일수도 있겠다. 하지만, 수없이도 반복되고 진부하기 그지없는 그 “세상을 즐겨라”라는 문구는 또 그렇게 가슴 한켠에 알싸한 흔적을 남기고 사라진다. 가네샤님, 2009년엔 저희집에 와주시면 안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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