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뢰 감독은 2006년 1월 MBC 을, 2007년 1월 MBC 를 각각 세상에 내놓았다. 90년대에 이미 전성기를 누렸지만 나이가 든다고 해서 감각이 녹스는 것은 아님을 작품을 통해 보여주었던 그는 2007년 하반기, 고우영 원작의 만화 의 드라마화 작업에 착수했다. 그러나 쉽지는 않았다. 편성 경쟁에서 밀리며 2008년 5월, 이준기 주연의 SBS 가 먼저 방영되어 시청률 30%를 넘기는 성공을 거뒀고, 황인뢰 감독판 의 주인공으로 캐스팅되었던 이승기가 KBS ‘1박 2일’에 고정 출연하면서 주연은 정일우로 교체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해를 넘겨 1월 21일 MBC 방영을 앞둔 로 2년 만에 돌아온 황인뢰 감독을 만났다.
의 촬영은 어느 정도 진행되었나.
황인뢰 : 총 24부작 중 14회 정도까지 촬영을 마쳤다. 60% 정도 찍었다고 보면 된다. 좀 더 빨리 찍을 수도 있지만 요즘은 속도를 좀 늦추며 보는 중이다. 대본은 초고 형태로는 20회 이상 나왔고 완고가 18회까지 나온 상태다.
“원작을 잘 빛나게 해보고 싶었던 게 가장 큰 에너지” 기획 단계부터 방영 확정 날짜가 나오기까지 1년 반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애초 계획보다 좀 늦어진 것 같다.
황인뢰 : 그렇게 됐다. SBS에서 가 나오면서 애를 좀 먹었고, 원래 11월 방영 예정이었는데 MBC 주말 특별기획이 폐지되면서 가 수목 드라마로 옮겨왔다. 당시 SBS 과 KBS 가 방영되던 중이라 시대극 대신 현대물을 붙여 본 것 같다. 결과적으로는 시간을 좀 더 번 셈이다.
SBS 가 상당한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상대적으로 부담을 크게 안게 됐다. 여러 가지 상황을 생각하면 중도 포기할 수도 있는 프로젝트였는데 끝까지 끌고 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뭔가.
황인뢰 : 공동제작자인 강석현 씨가 故 고우영 화백의 원작을 확보해서 드라마화 하자고 찾아왔을 때는 사실, 상투 틀고 이런 건 나랑 안 어울리는 것 같아서 시큰둥했다. (웃음) 가 신문에 연재되던 70년대에는 대학 다닐 때였는데 가끔 들춰 본 기억 밖에 없었다. 그런데 한 번 읽어나 보자 싶어 전집을 펼쳤다가 마음이 달라진 거다.
어떤 점이 그렇게 마음을 사로잡았나.
황인뢰 : 일단 30년 전 작품이 맞나 싶을 정도로 모던하다. 고우영 화백이 이 작품을 연재하던 시절은 박정희 정권의 군사독재로 그야말로 엄혹하던 때인데 그런 시절에 이런 작품을 만들어 냈다는 게 정말 대단해 보였다. 특히 여성 캐릭터 같은 게 일반적인 시대물의 여성들과 굉장히 다르고, 이야기 자체는 굉장히 슬픈데 보다 보면 경쾌한 느낌을 주는 데다 작품 안의 문장들도 어지간한 문학 작품보다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원작자의 능력을 잘 빛나게 해보고 싶었다. 그게 아마도 가장 큰 에너지였던 것 같다. 연출 경력이 30년 넘지만 사극은 처음으로 알고 있다.
황인뢰 : 본격 사극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은 처음이다. 게다가 는 활극이기도 하니까 만만치 않다. 조명이나 촬영도 훨씬 까다롭다. 기와지붕이나 초가지붕 선을 살리는 것도 그렇고, 밤 신을 찍을 때도 현대물에는 불빛이 많지만 사극에는 없으니까. 그래도 MBC 입사 초반에 사극 조연출을 많이 해서 그 때 배운 걸 이제야 하나씩 하나씩 써먹는다. (웃음)
일지매가 청나라, 조선, 일본을 넘나들며 활약하는 내용이다 보니 해외 로케이션이 중요했을 것 같다.
황인뢰 : 대만과 일본 대마도에서 촬영을 마쳤다. 처음에는 중국 리장에서 찍으려고 헌팅까지 마쳤는데 마침 베이징 올림픽 기간쯤 촬영을 시작하려니 중국 쪽에서 너무 까다롭게 규제를 했다. 그래서 결국 대만으로 옮겼는데 의외로 대만에 해발 3천 미터가 넘는 험준한 산이 2백 개 넘게 있어서 경치 좋은 곳을 많이 찾을 수 있었다. 그 대신 산길로 발전차 같은 장비가 올라갈 수 없으니까 스태프들이 일일이 등짐 지어 나르느라 굉장히 고생을 했다.
“정일우는 천성이 순해서 강한 에너지를 끌어내기 위해 혼도 많이 냈다” 원작에서 다루어지는 이야기가 굉장히 폭넓다. 주인공인 일지매의 활약상뿐만 아니라 그를 둘러싼 여자들, 스님, 깡패들 등 다양한 계층과 캐릭터를 통해 당시 시대상을 담아내고 있고 멜로이면서 액션 활극이기도 한 정서들의 중심을 어떻게 잡기로 했나.
황인뢰 : 대본 작업을 하면서도 굉장히 고민을 했다. 보통 미니시리즈에서 몇몇 특징적인 캐릭터들이 설정되면 그들을 보는 재미로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이 많은데, 이 작품은 일지매가 청나라 가면 청나라 가고, 일본 가면 일본 가야 하니까.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그냥 원작의 흐름을 따라가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출연하는 배우들에게도 그런 점을 설득해야 했다. 원작 스토리를 따라가게 되니까 각자의 출연 분량이 조금 적어지더라도 양해해 달라고. 캐릭터들을 억지로 스토리에 집어넣는 대신, 이 작품은 그렇게 한 번 가보고 싶었다. 그런 게 실험이라면 실험이다. 과연 시청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하는.
다양한 캐릭터들을 살리면서 이야기를 만들어 가려면 어려움이 있을 텐데.
황인뢰 : 그래서 이야기를 운반하는 과정에서 원작에 없는 캐릭터를 하나 넣기로 했다. 강남길 씨가 연기하는 ‘배선달’이라는 캐릭터인데, 원작에서 고우영 화백이 깊이 개입하며 해학적인 분위기를 냈는데 그런 느낌도 살리고 싶다. 서부 영화에도 보면 총싸움할 때 기자들이 숨어서 기사 쓰는 것처럼 이 사람은 일지매가 가는 곳마다 따라다니면서 기록하고 세상에 일지매 이야기를 남기게 된다.
원작 는 일지매가 병자호란을 막기 위해 청나라로 건너가는 데서 끝나는데, 드라마에서는 좀 더 뚜렷한 엔딩이 필요하지 않을까.
황인뢰 : 원작이 약간 미완성처럼 끝났기 때문에 드라마에서는 그 이후 이야기를 만들어 넣었다. 후반부의 클라이막스 격이라 짜는데 고생을 좀 했다. 만약 일지매가 청나라에 건너간 목적을 달성했다면 병자호란이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어떻게 끝나는지는 드라마를 보면 알 수 있을 거다. (웃음) 정일우가 타이틀 롤을 맡았다. 에서 연기 신인이었던 주지훈과 윤은혜를 스타덤에 올려놓았는데, 일지매로서의 정일우는 어떤가.
황인뢰 : 정일우는 MBC 으로 어린 나이에 갑자기 유명해져서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인기가 있다가 그 거품이 사그라드는 걸 자기가 경험해 봤다는 게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다. (웃음) 일지매 캐릭터 자체가 태어나자마자 졸지에 해외 입양아가 되어 청나라에서 유복하게 성장하다가 청소년기에 자기의 출생의 비밀을 알고 인생이 크게 바뀌게 되는데, 정일우는 스물두 살 밖에 안 된 놈이 그런 걸 경험해 봤다는 점이 어찌 보면 일지매와 잘 맞는다. 사실 천성이 굉장히 착하고 순한 놈이라 강한 에너지를 끌어내기 위해 혼도 많이 냈다. 검술 연습 때문에 항상 한 손에 검을 들고 있게 했고, 어디 부딪혔을 때 일우가 “아얏!”소리라도 내면 “아얏!이 뭐냐? 일지매같이 아파해!”라고 했을 정도다. (웃음)
원작에는 변장에 능하고 여자 못지 않게 예쁜 외모를 지닌 일지매의 여장이 흥미로운 소재로 등장하는데 에서는 어떤가.
황인뢰 : 이미 좀 찍었다. 일우는 고등학교 때 여장 대회 같은 데서 1등한 적도 있다고 하고, 분장해 놓으면 예쁘다고들 하는데 키가 상당히 크다 보니 사실 여자 옷은 잘 안 어울린다. 한복 입으면 너무 껑충해서. (웃음) 그래서 여러 장면은 못 쓰고 캐릭터를 보여주는 정도로 등장시킬 것 같다.
“이야기가 주는 재미가 있으니까 한 번 본 사람들은 계속 보게 될 것” 작품의 절반 이상 사전제작을 하고 방영을 시작하는 것은 많은 드라마 제작진들의 꿈이다. 상대적으로 여유가 생기는 시간을 어떻게 사용할 예정인가.
황인뢰 : 에서 사전제작을 서두른 가장 큰 이유는 후반작업에 직접 깊숙이 관여해서 퀄리티를 올려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음악 하나를 넣어도 1초 먼저 들어가느냐 마느냐 하는 차이가 굉장히 크니까 이번 후반 작업은 반드시 내가 하는 게 목표였다. 컴퓨터 그래픽이나 색 보정에도 신경을 많이 쓸 거다. 마침 MBC 때문에 시청자들의 눈높이가 엄청나게 높아진 데다 우리 드라마는 예산이 그보다 훨씬 적기 때문에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새로운 시도를 하거나 공을 많이 들인다고 해서 흥행이 잘 된다는 보장이 없는 세상이다. (웃음)
황인뢰 : 그럼 어쩔 수 없지. (웃음) 하지만 누군가 그렇게 하면 다음 사람들이 조금씩 따라하게 되니까, 하긴 해야 한다. 항상 반 발짝만 앞서가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걸 조절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이 작품은 기본적으로 스토리텔링이 주는 재미가 있으니까 한 번 본 사람들은 계속 보게 될 것 같다.
는 2009년을 여는 드라마 가운데 하나다. 시청자들이 이 작품을 통해 무엇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나.
황인뢰 : 고우영 화백에 대한 존경심을 연출에서 표현하려고 애썼다. ‘만화’라고 하면 아직도 하위 문화로 취급받는 분위기가 있는데 우리에게 이렇게 수준 높은 작품, 훌륭한 작가가 있었다는 걸 기억해 주면 좋겠다. 그리고 개인적인 바람은, 한국 드라마들이 너무 숨이 턱에 차서 만들어지는 분위기로 흐르고 있지만 사실은 사전제작 형태 같은 게 빨리 자리잡지 않으면 미래가 어두워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이제는 일본이나 아시아 시장에 드라마가 팔리지 않으면 손익분기점을 넘기 어려운데, 그래도 사 주는 시장이 있을 때 더 좋은 드라마, 공들인 드라마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의 촬영은 어느 정도 진행되었나.
황인뢰 : 총 24부작 중 14회 정도까지 촬영을 마쳤다. 60% 정도 찍었다고 보면 된다. 좀 더 빨리 찍을 수도 있지만 요즘은 속도를 좀 늦추며 보는 중이다. 대본은 초고 형태로는 20회 이상 나왔고 완고가 18회까지 나온 상태다.
“원작을 잘 빛나게 해보고 싶었던 게 가장 큰 에너지” 기획 단계부터 방영 확정 날짜가 나오기까지 1년 반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애초 계획보다 좀 늦어진 것 같다.
황인뢰 : 그렇게 됐다. SBS에서 가 나오면서 애를 좀 먹었고, 원래 11월 방영 예정이었는데 MBC 주말 특별기획이 폐지되면서 가 수목 드라마로 옮겨왔다. 당시 SBS 과 KBS 가 방영되던 중이라 시대극 대신 현대물을 붙여 본 것 같다. 결과적으로는 시간을 좀 더 번 셈이다.
SBS 가 상당한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상대적으로 부담을 크게 안게 됐다. 여러 가지 상황을 생각하면 중도 포기할 수도 있는 프로젝트였는데 끝까지 끌고 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뭔가.
황인뢰 : 공동제작자인 강석현 씨가 故 고우영 화백의 원작을 확보해서 드라마화 하자고 찾아왔을 때는 사실, 상투 틀고 이런 건 나랑 안 어울리는 것 같아서 시큰둥했다. (웃음) 가 신문에 연재되던 70년대에는 대학 다닐 때였는데 가끔 들춰 본 기억 밖에 없었다. 그런데 한 번 읽어나 보자 싶어 전집을 펼쳤다가 마음이 달라진 거다.
어떤 점이 그렇게 마음을 사로잡았나.
황인뢰 : 일단 30년 전 작품이 맞나 싶을 정도로 모던하다. 고우영 화백이 이 작품을 연재하던 시절은 박정희 정권의 군사독재로 그야말로 엄혹하던 때인데 그런 시절에 이런 작품을 만들어 냈다는 게 정말 대단해 보였다. 특히 여성 캐릭터 같은 게 일반적인 시대물의 여성들과 굉장히 다르고, 이야기 자체는 굉장히 슬픈데 보다 보면 경쾌한 느낌을 주는 데다 작품 안의 문장들도 어지간한 문학 작품보다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원작자의 능력을 잘 빛나게 해보고 싶었다. 그게 아마도 가장 큰 에너지였던 것 같다. 연출 경력이 30년 넘지만 사극은 처음으로 알고 있다.
황인뢰 : 본격 사극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은 처음이다. 게다가 는 활극이기도 하니까 만만치 않다. 조명이나 촬영도 훨씬 까다롭다. 기와지붕이나 초가지붕 선을 살리는 것도 그렇고, 밤 신을 찍을 때도 현대물에는 불빛이 많지만 사극에는 없으니까. 그래도 MBC 입사 초반에 사극 조연출을 많이 해서 그 때 배운 걸 이제야 하나씩 하나씩 써먹는다. (웃음)
일지매가 청나라, 조선, 일본을 넘나들며 활약하는 내용이다 보니 해외 로케이션이 중요했을 것 같다.
황인뢰 : 대만과 일본 대마도에서 촬영을 마쳤다. 처음에는 중국 리장에서 찍으려고 헌팅까지 마쳤는데 마침 베이징 올림픽 기간쯤 촬영을 시작하려니 중국 쪽에서 너무 까다롭게 규제를 했다. 그래서 결국 대만으로 옮겼는데 의외로 대만에 해발 3천 미터가 넘는 험준한 산이 2백 개 넘게 있어서 경치 좋은 곳을 많이 찾을 수 있었다. 그 대신 산길로 발전차 같은 장비가 올라갈 수 없으니까 스태프들이 일일이 등짐 지어 나르느라 굉장히 고생을 했다.
“정일우는 천성이 순해서 강한 에너지를 끌어내기 위해 혼도 많이 냈다” 원작에서 다루어지는 이야기가 굉장히 폭넓다. 주인공인 일지매의 활약상뿐만 아니라 그를 둘러싼 여자들, 스님, 깡패들 등 다양한 계층과 캐릭터를 통해 당시 시대상을 담아내고 있고 멜로이면서 액션 활극이기도 한 정서들의 중심을 어떻게 잡기로 했나.
황인뢰 : 대본 작업을 하면서도 굉장히 고민을 했다. 보통 미니시리즈에서 몇몇 특징적인 캐릭터들이 설정되면 그들을 보는 재미로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이 많은데, 이 작품은 일지매가 청나라 가면 청나라 가고, 일본 가면 일본 가야 하니까.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그냥 원작의 흐름을 따라가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출연하는 배우들에게도 그런 점을 설득해야 했다. 원작 스토리를 따라가게 되니까 각자의 출연 분량이 조금 적어지더라도 양해해 달라고. 캐릭터들을 억지로 스토리에 집어넣는 대신, 이 작품은 그렇게 한 번 가보고 싶었다. 그런 게 실험이라면 실험이다. 과연 시청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하는.
다양한 캐릭터들을 살리면서 이야기를 만들어 가려면 어려움이 있을 텐데.
황인뢰 : 그래서 이야기를 운반하는 과정에서 원작에 없는 캐릭터를 하나 넣기로 했다. 강남길 씨가 연기하는 ‘배선달’이라는 캐릭터인데, 원작에서 고우영 화백이 깊이 개입하며 해학적인 분위기를 냈는데 그런 느낌도 살리고 싶다. 서부 영화에도 보면 총싸움할 때 기자들이 숨어서 기사 쓰는 것처럼 이 사람은 일지매가 가는 곳마다 따라다니면서 기록하고 세상에 일지매 이야기를 남기게 된다.
원작 는 일지매가 병자호란을 막기 위해 청나라로 건너가는 데서 끝나는데, 드라마에서는 좀 더 뚜렷한 엔딩이 필요하지 않을까.
황인뢰 : 원작이 약간 미완성처럼 끝났기 때문에 드라마에서는 그 이후 이야기를 만들어 넣었다. 후반부의 클라이막스 격이라 짜는데 고생을 좀 했다. 만약 일지매가 청나라에 건너간 목적을 달성했다면 병자호란이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어떻게 끝나는지는 드라마를 보면 알 수 있을 거다. (웃음) 정일우가 타이틀 롤을 맡았다. 에서 연기 신인이었던 주지훈과 윤은혜를 스타덤에 올려놓았는데, 일지매로서의 정일우는 어떤가.
황인뢰 : 정일우는 MBC 으로 어린 나이에 갑자기 유명해져서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인기가 있다가 그 거품이 사그라드는 걸 자기가 경험해 봤다는 게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다. (웃음) 일지매 캐릭터 자체가 태어나자마자 졸지에 해외 입양아가 되어 청나라에서 유복하게 성장하다가 청소년기에 자기의 출생의 비밀을 알고 인생이 크게 바뀌게 되는데, 정일우는 스물두 살 밖에 안 된 놈이 그런 걸 경험해 봤다는 점이 어찌 보면 일지매와 잘 맞는다. 사실 천성이 굉장히 착하고 순한 놈이라 강한 에너지를 끌어내기 위해 혼도 많이 냈다. 검술 연습 때문에 항상 한 손에 검을 들고 있게 했고, 어디 부딪혔을 때 일우가 “아얏!”소리라도 내면 “아얏!이 뭐냐? 일지매같이 아파해!”라고 했을 정도다. (웃음)
원작에는 변장에 능하고 여자 못지 않게 예쁜 외모를 지닌 일지매의 여장이 흥미로운 소재로 등장하는데 에서는 어떤가.
황인뢰 : 이미 좀 찍었다. 일우는 고등학교 때 여장 대회 같은 데서 1등한 적도 있다고 하고, 분장해 놓으면 예쁘다고들 하는데 키가 상당히 크다 보니 사실 여자 옷은 잘 안 어울린다. 한복 입으면 너무 껑충해서. (웃음) 그래서 여러 장면은 못 쓰고 캐릭터를 보여주는 정도로 등장시킬 것 같다.
“이야기가 주는 재미가 있으니까 한 번 본 사람들은 계속 보게 될 것” 작품의 절반 이상 사전제작을 하고 방영을 시작하는 것은 많은 드라마 제작진들의 꿈이다. 상대적으로 여유가 생기는 시간을 어떻게 사용할 예정인가.
황인뢰 : 에서 사전제작을 서두른 가장 큰 이유는 후반작업에 직접 깊숙이 관여해서 퀄리티를 올려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음악 하나를 넣어도 1초 먼저 들어가느냐 마느냐 하는 차이가 굉장히 크니까 이번 후반 작업은 반드시 내가 하는 게 목표였다. 컴퓨터 그래픽이나 색 보정에도 신경을 많이 쓸 거다. 마침 MBC 때문에 시청자들의 눈높이가 엄청나게 높아진 데다 우리 드라마는 예산이 그보다 훨씬 적기 때문에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새로운 시도를 하거나 공을 많이 들인다고 해서 흥행이 잘 된다는 보장이 없는 세상이다. (웃음)
황인뢰 : 그럼 어쩔 수 없지. (웃음) 하지만 누군가 그렇게 하면 다음 사람들이 조금씩 따라하게 되니까, 하긴 해야 한다. 항상 반 발짝만 앞서가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걸 조절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이 작품은 기본적으로 스토리텔링이 주는 재미가 있으니까 한 번 본 사람들은 계속 보게 될 것 같다.
는 2009년을 여는 드라마 가운데 하나다. 시청자들이 이 작품을 통해 무엇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나.
황인뢰 : 고우영 화백에 대한 존경심을 연출에서 표현하려고 애썼다. ‘만화’라고 하면 아직도 하위 문화로 취급받는 분위기가 있는데 우리에게 이렇게 수준 높은 작품, 훌륭한 작가가 있었다는 걸 기억해 주면 좋겠다. 그리고 개인적인 바람은, 한국 드라마들이 너무 숨이 턱에 차서 만들어지는 분위기로 흐르고 있지만 사실은 사전제작 형태 같은 게 빨리 자리잡지 않으면 미래가 어두워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이제는 일본이나 아시아 시장에 드라마가 팔리지 않으면 손익분기점을 넘기 어려운데, 그래도 사 주는 시장이 있을 때 더 좋은 드라마, 공들인 드라마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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