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KBS 연예 대상을 보다가 조금 화가 났다. 물론 받을 만한 사람들이 상을 받았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유세윤이 상을 받지 못한 건 납득하기 어려웠다. ‘닥터 피쉬’의 유세윤을 이렇게 홀대해도 된단 말인가. 양상국이 KBS 앞에서 1인 시위를 해도 시원찮을 결과였다. 2008년 한 해 수많은 개그 코너들이 큰 웃음과 빛나는 순간들을 선사했지만, 누가 뭐라 해도 나는 닥터 피쉬가 최고였다고 생각한다. 유세윤의 그 능청스러운 연기와 귀에 착착 감기는 명곡들이 있어 참 즐거웠다. 이처럼 2008년 우리나라에 닥터 피쉬가 있었다면, 일본에는 바로 ‘야지마 미용실’이 있었다.

라스베가스에서 날아온 사연많은 모녀

야지마 미용실은 미국 네바다 주 라스베가스 출신의 어머니 마가렛 카메리아 야지마(36세)를 주축으로 장녀 나오미(17세), 차녀 스트로베리(12세)로 구성된 3인조 여성 그룹이다. 이들은 2008년 10월 ‘일본의 아군~네바다에서 왔습니다’ 라는 싱글을 발표하며 일본에서 데뷔했다. 드림 걸즈를 연상시키는 스팽글 의상에 부풀린 금발 머리로 시선을 집중시키는 야지마 미용실은 외국인의 솔직한 시선을 담은 노래와 거침없는 언행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어느 날 갑자기 일본 연예계에 나타나 신선한 충격을 준 야지마 미용실. 이들이 네바다에서 일본으로 와 가수로 데뷔한 이유는 바로 헤어진 남편, 아버지인 야지마 토쿠지로를 찾기 위해서였다.탄탄한 팔 근육과 복부 지방이 묘하게 공존하는 섹시한 몸매를 가진 마가렛은 원래 라스베가스의 한 클럽에서 일하는 폴 댄서였다. 어느 날 마가렛은 1달러와 100달러를 착각해 무려 200달러의 팁을 준 한 일본인 남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 그가 바로 야지마 토쿠지로였다. 마가렛과 결혼한 야지마는 라스베가스에서 작은 미용실을 열고 아이들을 키우며 행복한 생활을 해나갔다. 하지만 야지마는 향락의 도시 라스베가스에서 곧 술과 도박에 빠져들었고 결국 폭력까지 휘두르다 어느 날 세 모녀를 두고 일본으로 떠났다. 그리고 9년이 흘러, 장녀 나오미는 어른스럽고 쿨한 성격의 아가씨로, 차녀 스트로베리는 호기심 많은 장난꾸러기 소녀로 성장했다. 그녀들은 일본의 방송에 출연한 자신들을 보고 야지마가 연락을 해 오길 바라고 일본으로 건너 온 것이다.

비방 멘트, 음주 방송도 가소롭다

사실 야지마 미용실은 톤네루즈와 DJ 오즈마가 후지 TV의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인 에서 기획한 콘셉트 유닛이다. 엄마 마가렛이 바로 톤네루즈의 키나시 노리타케이고, 나오미는 DJ 오즈마, 그리고 스트로베리는 톤네루즈의 이시바시 타카아키다. 이시바시와 키나시의 콤비로 구성된 톤네루즈는 다운타운과 함께 일본 개그계를 대표하는 거물 중 한 팀이다. 특히 이시바시는 스맙의 나카이 마사히로와 함께 진행하는 음악 프로그램 을 통해 우리나라에도 얼굴이 많이 알려져 있다. 그리고 DJ 오즈마는 DJ D.O.C나 코요태의 노래를 리메이크한 곡을 비롯하여 신나는 음악과 각종 돌발 행동으로 일본에서 큰 인기를 얻은 가수다.일본에서 이처럼 개그맨이나 배우가 콘셉트를 정해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고 음반을 내는 것은 흔하다. 몇 년 전 스맙의 카토리 싱고가 연기해 국민적인 인기를 얻었던 싱고 마마처럼 말이다. 야지마 미용실 역시 싱고 마마 못지 않은 매력으로 많은 일본인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들의 매력은 한 마디로 무엇을 기대하든 그 이상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특히 일본 최고의 내공을 자랑하는 개그맨 톤네루즈는 ‘네바다 주 출신의 외국인 신인 가수’라는 콘셉트 유닛, 야지마 미용실을 특유의 거침없는 언행과 능청스러운 연기로 완벽하게 연기해냈다. 외국인의 어설픈 일본어 억양을 흉내 내는 이들은 엉터리 영어와 일본어를 섞어 쓰면서도 온갖 방송 불가용 멘트를 서슴없이 터트리고 갑자기 킥을 날리거나 총을 뽑아 드는 등 다분히 미국인(?) 다운 행동을 한다. 방송 중에 일본주(도수가 높다)로 병나발을 불거나 스트로베리의 출생에 얽힌 마가렛의 차마 말 할 수 없는 과거를 밝히기도 했다.

닥터피쉬-야지마 미용실의 한일 조인트 콘서트 해주세요!

이처럼 도대체 무슨 짓을 저지를 지 예상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야지마 미용실의 매력이다. 게다가 노래 실력도 의외로 출중해 무대에서도 멋진 모습을 보여준다. 한 번 들으면 바로 기억되는 중독성 강한 멜로디는 물론 보고 있으면 따라 하고 싶어 어깨가 들썩이게 만드는 퍼포먼스로 야지마 미용실은 오리콘 차트 3위에 올랐고, 다운로드 120만 건 돌파에 음반 판매 15만 장이라는 성과까지 이뤘다. 이처럼 야지마 미용실은 일본 엔터테인먼트계 특유의 코드를 엿볼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내공과 저력을 확인할 수 있는 사례이기도 하다. 뭐 이런 걸 다 떠나서도 그저 마가렛의 풍파 속에 농익은 섹시함과 스트로베리 쨩의 안하무인적인 귀여움만으로도 야지마 미용실은, 최고다! 그런 의미에서 닥터피쉬와 야지마 미용실의 한일 조인트 콘서트 같은 게 기획된다면 어떨까? 열 일 제치고 달려 갈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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